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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 병살 상황, 투수는 땅볼을 노려야 하나

입력 2016-06-01 06:02 수정 2016-06-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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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아웃이나 원 아웃에 1루에 주자가 있다.

수비 팀이 가장 기대하는 결과는 당연히 병살타다. 병살 유도를 위해서는 땅볼 타구가 필수적이다. 애초에 병살타(grounded into double play)라는 용어 자체가 땅볼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배터리는 땅볼 유도 확률이 높은 볼배합을 할 것이며, 반대로 타자는 땅볼을 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방송 해설자들은 종종 "공을 안 맞으려 하면 안 된다. 맞춰서 땅볼이 나오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병살이 가능한 상황은 무사나 1사, 주자는 1루, 1·2루, 1·3루, 만루 등 모두 여덟 개다. 2005~2015년 KBO리그에선 이 상황 인플레이 타구(희생번트 제외) 중 12%가 병살타가 됐다. 안타를 제외한 범타로 한정하면 17%가 된다.

더블플레이에 성공할 경우, 공격팀의 기대득점은 0.89점 감소하다. 작지 않은 수치다. 야구의 모든 플레이 중 수비팀에 가장 유리한 결과다. 단타 한 개의 득점가치는 0.49점이다. 병살타 하나는 단타 두 개를 까먹는 셈이다.

삼진은 그 다음이다. 기대득점이 0.32점 감소한다. 그런데 병살 상황은 공격팀에게 좋은 기회다. 이럴 때 삼진은 영향이 크다.

병살 상황이라면 삼진은 기대득점을 0.47점 감소시킨다. 위의 8개 병살가능 상황에서 삼진 비율은 13.8% 였다. 전체 타석에서의 삼진 비율 16.4% 보다 약간 낮다. 해설자들의 말처럼 투수가 병살 유도를 위해 의도적으로 맞춰잡는 피칭을 했을 수 있다. 타자가 삼진만은 피하려고 좀더 컨택트에 집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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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놓고보면 수비팀이 가장 바랄 상황은 병살타, 그 다음이 삼진이다. 따라서 수비팀이 삼진보다 병살을 노리는 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야구는 확률의 게임이다. 삼진과 볼넷을 제외하고 공이 배트에 맞아 페어 지역으로 날아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투수가 땅볼을 유도할 수는 있지만, 병살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 야수들의 플레이나 공이 우연챦게 향한 방향에 따라 병살 여부가 판가름난다.

전체 인플레이 타구에서 병살 비율은 13.8%였지만 땅볼 타구는 31.7%다.

하지만 땅볼이 항상 수비 팀에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라는게 문제다.

병살가능 상황에서 나왔던 땅볼타구 중 29%는 안타가 됐다. 100% 아웃되는 삼진과 다르다. 땅볼 타구의 안타 비율은 플라이볼(팝업플라이포함) 타구의 안타 비율 24.9%과 비교해도 더 높다. 어림해서 10번에 3번은 병살이지만 10번에 3번은 또 안타가 된다.

땅볼타구 전체의 기대득점 변화는 평균적으로 -0.15점이다. 병살타일 때 -0.89점인 것에 비해 엄청난 차이가 잇다. 삼진 상황의 기대득점 감소 0.47점과 비교해도 1/3수준이다. 마인드컨트롤을 위해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머리속으로 그리는 것과 구체적인 플레이를 위한 플랜을 짜는 것은 다르다. 그림 같은 병살타를 머리속에 그리며 피칭을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병살타를 보장하는 피칭'이란 성립할 수 없다. 땅볼 유도까지가 투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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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사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어떤 플랜을 가져야 할까. 땅볼 유도일까, 삼진일까.

타자 입장도 비슷하다. 병살가능 상황의 땅볼 타구를 타구 속도와 병살 확률로 분석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타구 속도가 빠를 수록 병살타 가능성은 높아진다.

타자는 더 강한 타구를 날리려 노력하지만, 특히 병살 상황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빠른 타구는 병살 확률 뿐 아니라, 안타 확률도 높인다. 여기에서 타자는 어떤 플랜을 가져야 할까. 땅볼을 피하는 것일까, 아니면 더 강한 타구를 날리는 것일까.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자주 오해되기도 한다. "앞 두 타석에서 안타를 못 쳤으니 이번 타석에선 안타 확률이 높아집니다"는 오해가 대표적이다. 타석의 결과는 통계적으로 독립시행에 가깝다. 앞 타석 결과가 다음 타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구는 확률 게임'이라는 말의 의미는, 선수가 최선의 플레이를 해도 그 결과가 최선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뜻이다. 빗맞은 타구가 결정적인 안타가 될 수도 있고, 총알같은 타구가 더블 아웃으로 변하기도 한다.

즉, 야구는 불확실성이 크게 지배하는 경기다.

이 불확실성은 공이 배트에 맞아 페어그라운드로 향할 때 가장 커진다. 타구 중에서도 라인드라이브나 플라이볼보다 땅볼의 불확실성은 더 크다. 병살타라는 결과는 바로 이 불확실성 위에서 결정된다.

투수에게 병살타는 불확실성 너머에 있는 최선의 결과이고, 삼진은 확실성 안에 있는 차선의 결과다.

피칭 플랜이 땅볼 유도라면 불확실성을 각오하고 최선의 결과를 노리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넘어 성공을 거둔다면 수비 팀은 2개의 아웃카운트를 빼앗아 공격 팀의 기대득점을 0.89점 감소시킬 수 있다.

상대방의 단타 2개를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땅볼 유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병살타를 포함해도 기대득점 0.15점 감소다. 단타의 1/3 정도를 무효화시키는 효과다. 땅볼 타구 타율이 0.290 정도라는 점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피칭 플랜이 삼진이라면 불확실성 없이 0.47점 기대득점 감소라는 차선을 노리는 것이다. 병살가능 상황에서는 기대득점 감소분이 전체 삼진(0.32점)보다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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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배팅 플랜도 마찬가지다. 타구가 안타가 될지 안될지에는 상대 수비 능력과 운이 개입한다. 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특정한 성질의 타구를 날려보내는 일이다.

그 다음부터 일어날 일의 절반 가까이는 타자의 몫이 아니다. 병살가능 상황에 타석에 선 타자는 여러가지 플랜을 그릴 수 있다.

'삼진을 당할지언정 땅볼 타구는 피하자'일 수도 있고, 1루 주자 뒤로 타구를 굴려 최소한 진루타를 의도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다 잊고 그저 강한 타구를 날리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

다만 통계적으로 본다면, 땅볼을 피하는 것보다 삼진을 피하는 게 더 공격팀에 유리한 결과를 낳는다. 더 강한 타구는 오히려 병살 확률을 높일 수도 있지만, 안타 확률 역시 높인다 .

투수든 타자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플랜을 구성하는 게 더 타당하다. 그리고 각각의 플랜이 평균적으로는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 알아두는 것이 진짜 ‘생각하는 야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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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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