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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쏟아지는 미세먼지 관련 루머 사실일까?

입력 2016-05-31 21:46 수정 2016-05-31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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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미 중국에서 베이징 공기정화 프로젝트로 2015년에 공장들 전부 한국하고 바로 맞닿아 있는 산둥성으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2016년 유독 한국의 미세먼지 수치가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거고요. 앞으로 한국은 사람이 더이상 살 곳이 못 되게 변할 겁니다. 이민 가세요. 이런 상황에서 애 낳고 키우는 거야말로 미친 짓입니다."

요즘 이런 글 받아보신 분들 많다고 합니다. 특히 육아카페 중심으로 퍼지면서, 정말 그런 건지 확인해 달라는 제보가 많이 들어왔는데요, 오늘(31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요약하면 '지난해 베이징에 있던 공장들이 전부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둥성으로 옮겨 오면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아니냐'는 얘기인데 정말 그런 겁니까?

[기자]

일단 정말 산둥성에 공장이 다 몰려있는지 짚어볼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월드 에어 퀄리티' 사이트를 통해 미세먼지 현황을 보는 겁니다.

오늘 기준인데요, 중국의 대표적 공장 지대인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산둥지역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물론 언제 측정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베이징에 있던 공장을 다 산둥으로 옮겨왔다고 보기 힘든 그림인 거죠.

우리 환경부에서도 이런 얘기가 계속 들어오니까, 중국환경과학원에 앞서 글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했더니 '금시초문'이라는 응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겁니까? 어떤 근거가 있었던 건가요?

[기자]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하다 보니 실제 '2013-2017 청정공기 행동계획'이란 게 시 정부 차원에서 수립된 바 있습니다.

중점 내용을 보면 석탄소비량을 줄이고 자동차 증가를 막고 공장의 오염배출량, 건설 현장에서의 먼지를 줄인다는 겁니다.

찾아보면 공장을 산둥성으로 일괄 옮긴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는데, 다만 밀집해 있던, 베이징에 밀집해있던 공장들을 베이징 바로 외곽인,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쪽으로 옮기는 작업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600개 넘는 공장이 최근 이웃 현으로 옮겼다고 돼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산둥성으로까지 옮긴 건 아니더라도 이웃 현으로 옮긴 공장이 우리나라와 가까워져서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요. 실제 보고서 상에서 큰 공장이 옮긴 사례를 보면 한국과 가까운 탕산 등으로 간 경우도 있지만, 한단이나 우안같이 오히려 한국에서 더 멀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로 인한 미세먼지 영향은 종합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김기현 교수/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 우리한테 오는 영향은 거의 똑같겠죠. 위치만 옮긴 거고, 결과적으로 그 자체가 없어진 게 아니라서. 베이징은 공기가 좀 좋아지겠죠. (공장을 인근으로 옮긴 경우에) 기류가 늘 똑같지 않으니까, 아주 미세하게 안 좋아질 수는 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어요.]

물론 한국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더 면밀하게 봐야겠지만, 일단 루머에서 나왔던 것처럼 공장들이 한반도 근처로 집중 배치돼 예전보다 미세먼지를 더 쏟아내는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우리 뉴스에서도 늘 전해드렸듯이 "올해 들어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 진 것 같다"고들 많이 말씀하시잖아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그러면 중국에서 넘어 오는 미세먼지양이 올 들어 유독 폭증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텐데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의 서울시 미세먼지 월평균 농도는 50마이크로그램에서 45, 63마이크로그램으로 지금 보신 것처럼 작년이나 재작년과 비교해 보면 특별히 높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만 100마이크로그램 이상이었던 날, 그러니까 미세먼지가 아주 심했던 날은 올 들어 4월까지 모두 5차례였습니다.

작년 한 해 통틀어 이런 날이 총 10번이었으니까요, 좀 잦았다고 볼 수 있겠죠.

다시 말해 총량으로 봤을 때 올 들어 유독 미세먼지가 증가한 건 아니지만, 아주 심한 날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올 들어 미세먼지가 더 심각해졌다고 느낄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물론 이건 환경부에서 제공한 수치가 정확하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는 거겠죠? (맞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이런 루머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중국이 의도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곳에 공장을 배치했느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다만, 그 부분만, 그 루머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지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는 여전히 많습니다.

또 지금 보시는 것처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빨갛게 미세먼지가 집중되어 있는 심각한 상태라는 것,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한 상태라는 것 알 수 있죠.

지난주 미세먼지 해결하겠다며 열리기로 했던 정부 회의는 각 부처 의견차가 커 취소됐고, 지금 관련 대책이라고는 '고등어 실내에서 굽지 마라' '경유차 타지 마라'는 이야기만 나오고 있습니다.

'괴담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는 기본적인 사실, 이미 우리 사회가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는데요.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또 다른 미세먼지 괴담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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