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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네 마리의 해치…국민의문'

입력 2016-05-30 21:41 수정 2016-05-3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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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정문에 한 쌍, 그리고 후문에 한 쌍. 국회 본청의 사방을 지키고 있는 건 네 마리의 해치상입니다.

'국민의문'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군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20대 국회 개원일. 새로운 국민의 문이 열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국민의문' '국민의 문'일까. '국민 의문'일까… 본의 아니게 중의법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띄어쓰기도 안 되어 있군요.

해님의 해. 벼슬아치의 치. '해님이 파견한 벼슬아치'를 뜻하는 해치는 옛 문헌에 따르면 성정이 올곧아서 누군가를 울린 사악한 자를 찾아내 뿔로 받고 바르지 못한 사람에겐 달려들어 물어뜯는다고 합니다.

조선의 벼슬아치들은 관이나 궁을 드나들 때면 그 해치의 꼬리를 만지면서 마음가짐을 다듬었다고도 하지요.

뭐 물론 그때도 탐관오리들은 넘쳐났다고 하지만 말입니다.

그 상상의 동물 해치를 국회에 가져다 놓은 이유는 달리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대 국회 제1호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지난 며칠간 국회에서 노숙을 했다는 몇몇 보좌진에 대한 뉴스도 나왔습니다.

법안 1호라는 상징성, 그만큼 열심히 일하겠다는 기개… 응원할 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떠오르는 풍경은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장. 출석자를 손으로 꼽을 지경이었던 그 민망했던 풍경들입니다. 그리고 19대에서 폐기된 총 9809개의 법안들도 떠오르는군요.

20대에는 협치의 정치를 하겠다… 협치는 원래부터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협치하겠다는 말이 뉴스가 되는 2016년의 대한민국…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막혀버린 協치가 아닌 狹치.

청문회 활성화법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이미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 걸쳐 줄다리기가 한창이고 그 와중에 20대 국회는 아직 원 구성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국회 앞 해치상 아래에 새겨져 있는 문구 '국민의문'은 국민의 '문'일지도… 혹은 국민 '의문' 일지도… 왜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띄어쓰기는 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이 의문을 사진과 함께 제게 가져온 사람은 JTBC의 어린 인턴 기자였습니다.

아직 기자가 되지 않은 이 젊은이의 눈높이에 이제 문을 열게 될 20대 국회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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