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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유엔 사무총장, 퇴임 후 대선 출마할 수 있나

입력 2016-05-24 22:10 수정 2016-05-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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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여러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 "UN 결의안에 따라서 반기문 총장이 혹시 다음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건 안 된다, 출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특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의 행보에 엄청난 걸림돌이 나타났다라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으로는, "이거 별로 문제될 게 아니다" 하는 반박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4일) 팩트체크에서 실제로 어떤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 결의안은 1946년 그러니까 UN이 창설된 직후에 나온 결의안이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UN과 관련한 스터디를 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조항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1946년 1월 24일, 제1차 UN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그러니까 UN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입니다.

내용을 보면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의 비밀 상담역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어떤 정부 자리도 사무총장에게 제안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또 "사무총장 본인도 그런 제안이 와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이 조항을 봐서는 "사무총장을 퇴임한 후에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렇게 해석을 할 수도 있다는 이런 주장인 것 같은데 그런데 저기 나와 있는 것 중에 ''퇴임 직후'라는 것이 어느 정도 기간이냐' 이런 얘기도 나올 수 있을 테고, 또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건 의무조항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얘기도 또 나올 수가 있을 것 같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좀 따져 보면 일단 이 '퇴임 직후'라는 표현. 영어로는 'immediately on retirement' 라고 돼 있는데 이에 대해서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반 총장의 퇴임이 올 12월이죠. 그래서 외교부에서는 "비공식 입장임을 전제로 해서 만약 반 총장이 대선에 도전해 당선이 된다 해도 퇴임 후 1년이 이미 흐른 뒤니까 결의안에서 이야기한 퇴임 직후로 볼 수 없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외교부도 이 결의안 자체에 대해서는 의식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아니면 보도가 나오니까 일단 대응한 건가요.

[기자]

보도가 나와서 기자들의 질의가 있었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나왔던 겁니다.

그런데 역대 사무총장들은 어땠나 보면 7명 가운데 대선에 출마한 경우가 2명이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모두 퇴임 후 지금 보시는 것처럼 4년이 지난 뒤에 출마를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데 케야르 5대 총장의 경우에는 나중에 총리가 되기는 했지만 퇴임 후 9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리고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코피 아난 7대 총장의 경우에는 퇴임 즈음해서 가나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이 됐지만 출마하지 않았고요.

자신의 재단을 만들어서 UN 특사로 국제분쟁 중재에 나섰습니다. 반 총장이 만일 내년 대선에 정말 출마를 한다면 UN 역사상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이 되는 겁니다.

[앵커]

혹시 반 총장께서 이 방송을 보면 '나는 한다고 얘기도 안 했는데 왜 자꾸들 난리야' 라고도 할 수도 있는데 또 안 하겠다고 명확하게 얘기한 바도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자꾸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거겠죠. 그런데 결의안에 법적인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단 얘기죠, 일단은.

[기자]

그렇기는 하고요. 그리고 또 이 법적인 구속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는데 회원국이 일반적인 지지를 얻은 UN총회 결의에는 법적인 규제도 있다. 그저 권고라고만 보기 힘들다는 학문적 해석도 있기는 했지만 그 자체가 워낙 오래돼서 숨겨져 있던 조항인 만큼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반박도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개 이렇게 모아졌는데 들어보시죠.

[조동준 교수/서울대 외교학과 : (국제법적) 관습까지는 될 수 없고요. 법적 의견이라고 그래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표현인 거죠. 사실 이것을 어긴 사무총장이 없었고요 지금까지. 이것을 굳이 어기겠다고 하면 도덕적 비난은 받으시겠죠.]

[앵커]

"도덕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법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얘기인데 좌우지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이 결의안이 나오게 된 배경도 좀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70년 전 이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그리고 또 국제연맹의 실패를 교훈삼아서 국제연합 UN이 창설되지 않았습니까?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가진 사무총장이 필요하겠다, 이렇게 공감을 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최초의 결의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를 어긴다고 해서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상징성과 역사성 감안할 때 국제사회가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힘들거란 지적도 나오는 겁니다.

[앵커]

안 그래도 어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굉장히 신랄하게 반 총장을 비판하고 나왔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가 반 총장이 내일 서울을,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그 타이밍도 미묘했고, 그래서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한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갑론을박,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잠시 짚어드리면 이코노미스트가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반 총장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눌변이고 의전에 집착하며 자연스러움이나 깊이가 부족하다" 그러면서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 명"이라고까지 혹평을 했었는데요.

그러면서 또 바로 전임자인 코피 아난 총장과 비교를 하면서 "강대국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앵커]

사실 앞의 문제보다도 이 문제, 지금 얘기 나온 "강대국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 더 국제사회가 점수를 박하게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재임기간에 대해서 그런 어떤 평가가 있는 상황인건데요.

반 총장의 앞으로 행보에 따라서 어쩌면 퇴임 후에도 이렇게 국제적인 비교대상이 되는 상황 피하기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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