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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인플레이] 제구력, '컨트롤'과 '로케이션'을 왜 구분해야 하나

입력 2016-05-20 06:01 수정 2016-05-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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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보우덴(두산)은 ‘제구가 좋은 투수’다. 9이닝 당 내주는 볼넷(BB/9)은 2개가 채 되지 않는다.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1위(1.80)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 KBO리그에서의 BB/9은 1.98개. 지난해 트리플A에서도 2.3개였다. 그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던 투수도 한국에서 뛰고 있다. LG 스캇 코프랜드다. 인터내셔널리그 버팔로 소속으로 BB/9 2.7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보우덴과는 달리 코프랜드의 볼넷은 태평양을 건너 온 뒤 엄청나게 늘어났다. 올시즌 4경기 BB/9은 무려 10.2개다. 한 이닝에 한 개 이상의 볼넷을 내준 셈이다. 새로운 리그에 대한 적응 과정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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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잠실 SK전에서 5이닝 2자책을 기록하며 나아진 투구를 했지만, 볼넷은 4개나 허용했다. 코프랜드는 애당초 탁월한 구위를 가진 투수가 아니다. 무브먼트가 좋은 싱커로 땅볼 유도를 잘 하고 제구가 좋다는 게 그를 선택한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르다. 땅볼 유도는 여전하지만, 볼넷이 너무 많다. 성적이 나쁜 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제구력’이란 뭘까. 일반적으로 볼넷이 적은 투수에게 ‘제구가 좋다’고 한다. 제구력이란 결국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이다. KBO리그에서의 4경기, 코프랜드는 어떤 이유로 원하는 곳에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해 ‘볼넷 머신’이 되고 있을까.

투수가 던진 공은 볼 아니면 스트라이크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라고 다 같은 스트라이크는 아니다. 한가운데 공과 존의 모서리를 걸치는 공은 분명 다른 종류의 스크라이크다.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 공(센터)의 피안타율은 0.377, 피장타율은 0.591이다. 존 경계선 쪽으로 향한 공(엣지)은 피안타율 0.332, 피장타율 0.483으로 낮아진다. 경계선으로 가는 공은 주심으로부터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낼 확률은 약간 떨어진다. 대신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더 높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루킹 삼진 비율은 존 경계선 쪽 공이 한 가운데 공보다 세 배 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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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을 적게 내 주는 투수는 엣지 코스로 공을 많이 던질까. 볼넷 허용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가장 제구가 좋았던 투수는 LG 우규민이다. 그는 152⅔이닝 동안 볼넷 13개만을 내줬다. BB/9은 정확히 1.00이다. BB/9이 가장 나빴던 투수는 5.66인 LG 루카스 하렐(등록명 루카스)이었다. 그런데 전체 투구 중 ‘엣지’로 들어간 공의 비율은 우규민이 28%, 루카스가 27%로 거의 비슷하다.

볼넷을 적게 허용하는 투수는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런 투수는 더 많은 공을 엣지로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두 투수의 차이는 오히려 ‘센터’에 공을 던졌을 때 결과에서 나타났다. 우규민은 센터 코스에서 피안타율 0.344, 피장타율 0.445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반면 루카스는 피안타율 0.403, 피장타율 0.582였다. 리그 평균보다 훨씬 높다.

제구력, 또는 컨트롤은 결국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으로 봐야 한다. ‘원하는 바로 그 곳’이 아니라 ‘전체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은 비율을 따지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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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실제 경기에서 투수가 어디로 공을 던지려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투수의 의도는 데이터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야구 통계는 객관적 데이터로 선수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제구’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좁혀서 ‘컨트롤이란 볼넷을 허용하지 않는 능력이다’라고 정의한다.

대신 ‘로케이션’이라는 개념을 따로 구분한다. 로케이션은 ‘공이 도착한 위치’를 가리킨다. ‘의도’가 아닌 ‘결과’를 본다는 맥락이다. 그리고 투수가 유리한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은 구역을 ‘좋은 로케이션’으로 삼는다. 엣지 코스는 좋은 로케이션이다.

이렇게 개념을 구분하면 ‘컨트롤이 좋은 투수’와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를 달리 파악할 수 있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의 지난해 엣지 비율은 25%였다. 즉,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센터 코스로 향한 공의 36%가 파울이 됐다. 리그 평균인 25%보다 훨씬 높다. 파울은 곧 스트라이크다. 그래서 린드블럼은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 수 있었도 BB/9 2.23을 기록한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었다.

올시즌 초반 린드블럼의 부진도 이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시즌 두 번째 등판 이후 5경기에서 26⅔이닝 28실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진 탓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린드블럼의 에이전트 이한길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린드블럼이 올해가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이니 만큼 투구 패턴을 바꿨다. 변화구를 더 많이 썼다. 하지만 변화구가 볼 판정을 자주 받자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결과가 나빴다. 그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린드블럼의 지난해 BB/9은 리그 평균(3.9개)보다 훨씬 좋다. 이 기준에선 ‘컨트롤이 좋은 투수’다. 하지만 그는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구위’가 좋은 투수 쪽이었다.

강력한 직구로 존 가운데를 보고 던져도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 능숙하지 않은 변화구 로케이션에 집중하다보니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의 에이전트는 “린드블럼의 투구 패턴은 이제 지난해와 비슷해졌다. ‘사람들이 네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우려한다’고 하자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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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코프랜드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트리플A에서 그의 엣지 비율은 26%였다. 볼넷이 적은 ‘컨트롤이 좋은 투수’지만 ‘로케이션이 좋은 투수’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대신 무브먼트가 좋은 공이 강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규민과 닮았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코프랜드의 공은 움직임이 줄었다. 헛스윙이 될 공이 파울이 됐다. 파울이 될 공은 인플레이존으로 들어와 그중 어떤 타구는 안타가 됐다. 게다가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은 그가 작년에 던졌던 리그와 다르다. 코프랜드가 미국 시절 즐겨 써먹던 몸쪽 공은 한국 주심이 볼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몸쪽에서 약간 빠지는 공에 대해 타격 성향도 미국 타자와 다르다. 트리플A 타자라면 배트를 내 파울이나 내야땅볼이 나왔을 공인데, 한국 타자들은 골라낸다. 이러면 볼카운트가 불리해지고, 볼넷을 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컨트롤 즉 볼넷 억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진 공으로 파울타구나 땅볼을 유도하는 것이다. 파울은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끈다. 땅볼 타구는 안타는 될 수 있어도 장타로는 좀체 이어지지 않는다. 번트로 2루타를 만드는 kt 이대형이라면 예외다. 어쨌든 존 안으로 공을 던지면 볼넷이라는 ‘공짜 출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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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에 배트를 맞히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LG 헨리 소사는 지난해 센터 코스에서 헛스윙 비율이 무려 16%였다. 리그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소사 역시 지난해 BB/9 1.67로 ‘컨트롤이 좋은 투수’였다.

원인이 다르면 해법도 다르다. 코프랜드처럼 공의 움직임을 강점으로 하는 투수가 볼넷을 억제하는 방법은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다. 반대로 맞혀줘야 한다. 그에게 필요한 건 좋은 로케이션에 공을 정교하게 던져넣는 게 아니다. 스트라이크 존 어디서든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무브먼트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신동윤(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 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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