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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오의 낯설음, "슬럼프 때 한국은 훈련이 75%, 미국은 멘탈"

입력 2016-05-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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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린 로사리오(27·한화)에게 한국 프로야구는 쉽지 않았다. KBO리그 무대를 밟은 역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커리어는 가장 인상적이다.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2011~2015시즌 온안 447경기에 나와 타율 0.273·71홈런·241타점을 기록했다.

더 명성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그는 한창 전성기인 27세다.

하지만 4월엔 고전했다. 22경기에서 타율 0.307을 기록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홈런은 단 1개. 볼넷 1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24개였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이었다. 4월 마지막 주에는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이 더 많았다.

힘든 4월을 보낸 뒤 로사리오는 5월에 살아났다. 7경기에서 타율 0.423에 홈런 네 개를 때려냈다. 타점은 경기 당 두 개가 넘는 15점이다. 삼진은 1개에 그쳤다. 그는 낯선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슬럼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 4월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하지 않았나.

"야구는 항상 이길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개인 성적도 마찬가지 아닐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다. 화가 날 때는 화를 냈다. 그러나 경기장에 나가면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


- 바깥쪽 변화구에 고전했다.

"한국 투수들의 바깥쪽 볼을 참아내지 못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급해졌다. 참는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참고 있다. 인내심을 키웠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 쇼다 코치와 훈련했다. 일본인 코치는 처음인가.


"야구하면서 일본인 코치의 지도를 받은 건 처음이다. 쇼다 코치를 만나기 전까지 주위에서 원하는 장타력이 나오지 않았다.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캡틴(정근우)이 쇼다 코치를 매우 좋아하더라.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쇼다 코치는 나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줬다. 훈련을 통해 기술적인 문제점을 보완했고, 편안한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도와줬다. 지금은 매우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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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 회복이 부진 탈출의 원동력인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경험을 통해 미국과 한국의 슬럼프 탈출법에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 예를 들어 내가 20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라고 하자. 빅리그에서는 가장 먼저 영상실에서 문제점을 분석한다. 그리고 한 가지 정도 제안을 한다. 나머지는 멘탈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타격 코치와 멘탈 코치가 머리를 맞대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에 대해 고민한다. 반면 한국은 기술적으로 여러 제안을 한다. 그리고 코치가 직접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다.

타석에 서게 되면 타자에게 맡기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타자는 타석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싸워야 한다. 빅리그에선 멘탈과 육체의 해결책 비중이 75대 25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반대인 것 같다.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트레이너의 역할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정신적인 측면을 더 강조한다. 반면 한국에선 트레이너가 선수에게 운동을 시키는 데 집중하는 듯 하다."


- 친형(모이세스 파비안)의 도움이 컸다고 하는데.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에 한국에 왔다. 도미니카에서 11년 정도 선수 생활을 했다. 프로는 아니고 아마추어 수준이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했다. 야구 관련 일을 한 경험도 있다. 전력 분석을 잘 한다.


내가 고전을 할 때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타격 영상을 도미니카로 보내 콜로라도 루키 팀 감독에게 조언을 구해오기도 했다. 형은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내 경기 내용을 체크한다. 경기를 마친 뒤 형과 함께 분석을 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 친형이 옆에 있으면 정서적인 면에서 도움을 줬는가.

"물론이다. 나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형과 가족들이 '모든 일이 잘 될거야'라며 용기를 줬다. 형도 선수를 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그래서 직접적인 조언을 잘 한다. 형은 6월에 도미니카로 돌아갈 예정이다. 본업을 챙겨야 한다. 형이 돌아가기 전에 컨디션을 찾아서 다행이다(웃음)."



- 평소 생활이 궁금하다. 루틴이 어떻게 되는가.


"평소 하루에 7시간~7시간 30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난다. 더 많이 자면 몸이 무거워진다. 일어난 뒤 가볍게 아침을 먹는다. 이후 웨이트를 하고 사우나를 다녀온다. 점심을 먹고, 비디오 자료를 보면서 분석과 기록을 한다. 야구장에 도착하면 팀 훈련을 소화한 뒤 휴식을 취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 최대한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 한국 생활은 어떤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한국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한화 팬들이 가족처럼 잘 대해준다. 응원은 정말 열정적이다. 가끔 매운 음식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있지만 대부분 입에 잘 맞는다. 한국의 다양한 날씨는 내게 놀라운 경험이다. 한국은 비가 올 때는 엄청나게 오고, 더울 때 엄청나게 덥다. 추위를 싫어하는 데 지금은 조금 추운 것 같다. 나는 더운 날씨를 좋아한다. 도미니카 기후는 습하면서 덥다. 미국 생활을 할 때 캘리포니아에선 건조하고 더워 힘들었다. 한국의 여름은 어떤가. (여름에 습하고 덥다고 하자) 물만 있다면 충분히 더위룰 즐길 수 있다."


-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졌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밖을 자주 나간다.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면 우리 팀 이야기가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물론 내 이름도 들린다(웃음). 그런데 부끄러워서인지,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전혀 걱정하지 말고 다가와 달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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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이동이 힘들지 않나.


"대전에서 원정을 가는 건 크게 힘들지 않다. 다만 원정지에서 다른 원정지로 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 빅리그 시절보다 버스는 많이 타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동부와 서부를 오갔다. 비행기를 타는 게 편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매주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해보라. 고역이다."


- KBO리그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인상 깊은 선수가 있는가.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실력을 지니고 있는 타자가 있다. 삼성 외야수(최형우)와 지명타자(이승엽), 롯데 3루수(황재균)다. 최형우의 힘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본다. 이승엽의 스윙은 정말 아름답다. 예술적으로 스윙을 한다. 황재균은 내가 좋아하는 스윙을 한다. 한 명 더 있다. SK 지명타자(정의윤)도 빅리그에 도전할 만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두산 중견수(정수빈)와 3루수(허경민)의 수비 실력에 정말 깜짝 놀랐다. SK 유격수(김성현)는 작은 체구에서 놀라운 수비를 보여줬다."


- 한화 동료들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특히 김태균과 최진행이 잘 챙겨준다. 성적이 좋지 않아 팀 분위기가 조금 떨어져 있다. 나는 이럴수록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 국내에 많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

"한국에 와서 놀란 점이다. 로저스(한화)를 비롯해 마르테(kt), 발디리스(삼성), 히메네스(LG) 등 어린 시절 알고 지낸 친구들이 한국에서 많이 뛰고 있더라.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적응에 도움이 됐다. 다들 실력이 출중한 선수다. 함께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 빅리그 재도전 의지는 없는가.

"에이전트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미국에서 하고 싶지 않은가'라며 컴백을 제안하더라. 아직 결정된 건 없다. 한국에서 더 뛰지 못한다면 빅리그에 다시 도전할 것이다. 확률은 5대 5 라고 생각한다. 포수에 대한 애착이 있다. 빅리그에 도전하려면 포수와 1루수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한국에서 기회가 된다면 1루 수비를 계속 하고 싶다. 물론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고, 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 먼 이야기지만, 은퇴 후 지도자 계획이 있는가.


"딱히 없다. 현역에서 은퇴하면 고향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은퇴 뒤에 한국은 꼭 다시 올 것이다. 선수가 아닌 방문객으로 한국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싶다."


수원=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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