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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흉악범 얼굴·실명 공개…기준은 무엇인가

입력 2016-05-09 21:44 수정 2016-05-0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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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안산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의 얼굴과 실명 공개를 두고 지금 논란이 한창 뜨겁습니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경찰이 공개한 이유이긴 합니다만, 흉포한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만, 문제는 원칙이 없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가혁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안산 시신 훼손 사건 같이 아주 끔찍한 범죄 피의자가 검거됐을 때 '얼굴을 공개하라'는 이런 요구는 늘 있어 왔습니다. 그리고 또 실제로 보면 그러한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고요.

[기자]

국민적 분노가 클수록 '흉악범 얼굴을 왜 가려주느냐'는 여론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매번 등장합니다.

하지만 '누군 가리고 누군 안 가리냐'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과거 사례를 보시면 아내 살인범 김하일, 시신 훼손범 오원춘, 동거녀 살인범 박춘봉의 얼굴은 검거되자마자 지체없이 공개된 반면, 아내와 두 딸을 한꺼번에 살해한 서초구 세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 강모 씨, 그리고 자식을 학대 끝에 죽이고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의 김모 씨 얼굴은 영장이 발부됐을 때조차 철저히 가려줬습니다.

[앵커]

결국 여론이 얼마나 뜨거워졌느냐, 들끓었느냐, 이것이 자칫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요. 근데 이번 것도 그래서 기준이 애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이 이번 조성호 신상 공개를 두고는 '법과 절차에 따라 했다' 이렇게 설명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과 절차를 좀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보시면 약칭 특정강력범죄법입니다. 제8조 2항에 공개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명시돼 있는데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이 '잔인', 그리고 '중대'한 게 어느 정도인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라고 돼 있지만, 피의자 얼굴 공개가 과연 공익에 얼마나 부합한지, 그 근거가 많이 있는지, 적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신상 공개 시점도 좀 오락가락합니다. 경찰은 당초 조성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그 전 단계인 영장실질심사로 이동할 때 이미 얼굴이 공개됐습니다.

[앵커]

이미 이 피의자를 두둔할 생각은 누구에게도 없죠. 다만 민주국가라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고요. 또 주변 인물들에 대한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부분들도 우리가 너무 경시해서는 안 될 그럴 사안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거죠?

[기자]

여러 지적 중의 하나입니다. 경찰이 조성호를 검거한 시점이 어린이날 5일 오후 1시 47분입니다. 그리고 신상 공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회의인 신상공개위원회가 개최된 게 1시간여 뒤인 오후 3시 정도입니다.

설령 아무리 혐의 입증 증거가 뚜렷한들 검거 1시간 만에 공개하자라고 판단을 한 것은 너무 섣불리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날 오후 6시에 열린 언론 브리핑 때 경찰은 조 씨의 가족관계나 시신 훼손 동기 등에 대해선 '수사 초기라서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잠시 브리핑 당시 영상 보시겠습니다.

[이재홍 서장/안산단원경찰서 : 상세한 사항은 오늘 오후에 검거를 했기 때문에 더 조사를 해서…]

보신 것처럼 이런 기본적인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여론에 편승해 너무 일찍 신상 정보 공개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사실 이 사건을 처음에 저희가 보도해드릴 때도 조심스러웠던 측면은 단어의 선택이었습니다. 범인이라고 할 것이냐, 용의자라고 할 것이냐. 그러나 원칙은 어디까지나 용의자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고. 알겠습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오늘 구속영장 발부 때 공개하는 게 맞다고 했는데, 그럼 그것도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해야 합니까?

[기자]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밝힌 부분인데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통상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피의자를 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엄연히 따지면 구속과 처벌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따라서 구속을 하면 얼굴을 공개하는 게 맞다, 이런 표현에 대해서도 적절한지 되짚어볼 부분입니다.

반대로 용의자를 잡아두지 못하고 도주해서 추가 범죄의 우려가 있다면 공개하겠지만, 그 반대로 용의자가 잡혔는데도 불구하고 신상을 공개해서 어떤 실익이 있느냐, 그것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앵커]

물론 국민의 법감정이라는 것이 있긴 있지만, 저희들이 우려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 이 경우는 거의 틀림없다 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기준이 애매모호함으로써 혹시나 있을 피해가 앞으로 있을 수 있다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기준이 정확해야 한다라는 것, 그 얘기죠? (네, 맞습니다.)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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