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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문전박대 기업…피해 규모도 축소시킨 정부

입력 2016-05-03 22:17 수정 2016-05-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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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일)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는 것. 바로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신 것처럼 수많은 희생자들에 대한 옥시 본사의 대응은 한마디로 문전박대였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대기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 손을 내밀었는데 문제는 정부 역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것입니다. 무관심 뿐만이 아니라 정작 책임은 미루고 피해 규모도 축소시킨 정부. 피해자들은 옥시보다 정부에 더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박현주 기자입니다.

[기자]

주부 권모 씨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3년 동안 두 아이를 잃었습니다.

둘째 아이는 임신 중 사산했고, 셋째 아이는 태어난 지 넉달 만에 권 씨 곁을 떠났습니다.

[권모 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동영이가 간 직접 사인은 급성호흡부전으로 나오고 폐렴이지만 간이나 여러 부분이 굉장히 많이 아프다가 갔어요.]

하지만 뱃속에서 보낸 밤톨이는 정부로부터 피해자로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정부 조사에서 태아 사례를 제외하기 때문입니다.

[권모 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밤톨이(태아명)는 자료 불충분으로 인한 판정 불가를 받았고 재검사를 의뢰했는데, 자꾸 태아 사례는 빠지고 또 기다렸어요.]

권 씨 자신도 가장 낮은 등급의 피해자인 4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권모 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분노의 방향성도 없는 거예요. 3, 4등급은. 제가 누구를 보고 화낼까요. 저희가 왜 3·4등급인지 납득시켜줄 공정한 연구 자료도 없고. 어쨌든 축소로 가든지 은폐로 가든지.]

정부는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2등급에겐 치료비와 장례비, 3등급은 정기 모니터링만, 4등급은 이마저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12살 아들과 함께 6년째 천식과 기관지염, 폐렴에 시달리는 이은영 씨는 정부 조사에서 4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폐질환 외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은영/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피해자 기준이 뭐냐, 도대체. 정부는 1·2등급만 피해자라고 보는 것이냐. 그러면 3등급은 왜 모니터링을 해주냐. 4등급은 정부에서 체크를 안 하거든요. 사망자가 생기든지 말든지 흘러가고 있어요.]

이 씨는 지난 3월 직접 피해자들을 접촉해,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3~4등급 피해자 대부분이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은영/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지금 3·4등급 피해자분들 중에 가장 많이 앓고 있는 게 비염이에요. 그 다음에 천식, 기관지염 이런 식으로 호흡기 계통이 다 안 좋은 거예요.]

올해 6살인 나원이는 기도에 구멍을 뚫어 호흡을 돕는 장치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목에 차는 가래를 수시로 빼지 않으면 숨쉬기도 어렵습니다.

[박영철/피해자 가족 : 나원이는 캐뉼라(호흡 보조 장치) 빼면 뭘 가장 하고 싶냐니까 유치원 가고 싶다고. 그다음에 수영장 가고 싶다고.]

나원이의 쌍둥이 동생 다원이도 폐렴 증세를 앓았습니다.

[박영철/피해자 가족 : 태어난 지 얼마 안됐으니까, 애들이 10월생이라 계속 가습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나원이의 경우 폐 섬유화가 진행돼 가습기 살균제 피해 1등급을 받았지만 정작 제조사인 애경으로부터는 아무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애경 제품은 옥시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정부가 해당 제품은 폐 질환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고 밝히며 검찰 기소에서도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애경 제품을 사용한 김모 씨 역시 가족 모두가 천식에 시달리고 두 아들도 폐가 상당부분 손상됐지만 제조사로부터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모 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국가에 내용증명 보냈더니 단번에 검찰청에서 연락이 왔어요. 하는 말이, 싸우면 국가가 100% 이겨요. 싸우고 싶으면 거세요.]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거르지 못한 정부가 좀 더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모 씨/피해자 유가족 : 옥시? 물론 나쁜 사람들이죠. 그런데 옥시 이전에 정부도 나빠요. 이게 사람들한테 얼마나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알고 팔게 허가해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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