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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음악감독 인터뷰②] "신중현 선생님, 리메이크 흔쾌히 허락"

입력 2016-03-1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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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作家主義). 작품에 주제의식을 담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감독을 작가에 비유한 말이다. 국내라면 김기덕·홍상수 감독 정도가 영화계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통용되곤 한다.
드라마계, 그것도 드라마 OST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작가주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써서 많이 벌지를 고민한다. 음악 감독의 첫 번째 역할은 OST로 음원 매출좀 나온다는 가수 섭외에 그친다.
그래서 시장이 탁해졌다. OST 음악 작업이라고 하면 흔히 매주 공개돼 파트 원투쓰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곡 작업만 생각한다. 그 곡들이 극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극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하고 고민하는건 뒷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래가 아닌 소리 작업(스코어)은 더 대충 대충이다.
그런 와중에 의미 있는 작업이 있었다. 김준석·박성일 음악 감독의 tvN '드라마' '시그널' 얘기다. 종영을 하루 앞두고 드라마는 수사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말 잘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음악들이 있었다. KBS 2TV '태양의 후예'처럼 A급 가수들만 쓴 것도 아니다. 그래도 호평받는 이유는 영상과 딱 어울렸던 음악, 영상의 전율을 더 깊게 체득하게 한 '싱크로율 100%' 음악들이었던 덕분이다. 6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가수 정규 앨범 작업하듯 소리에 심혈을 기울인 두 남자 김준석·박성일 감독을 만났다.

-장범준은 대표적으로 매출이 나오는 가수인데.
(박) "매출이나 화제성을 고려했다면 '회상'을 매회 썼겠지. 딱 한 번 썼는데 그 임팩트가 강하게 회자가 됐다. 매출을 내려면 엄한데 다 노래를 깐다. 주인공이 길거리 지나갈 때도 대사 없으면 노래가 나온다. 그런 접근이었으면 음악을 팔기 위해 영상을 이용하는거 밖에 안된다. 근데 우린 장면 하나하나에 대사 하나에 길거리에 발자국 같은 것도 현실감과 불안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그런 장면에는 음악 없어도 된다. 굳이 음악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박) "김원석 감독님이 대단한게 첫 회의부터 어떻게 음악이 흘러야 되는지가 짜여져 있더라. 우린 음악적인 기술을 동원해서 김 감독의 생각을 실행해주는 단계였다. 감독님의 구상에 우리가 색채를 가하는 정도."

-현 OST 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 "OST 시장이 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형적으로 성장했고, 가요 산업 자체가 중간이 없어졌다. 도 아니면 모다. 숫자로만 얘기를 하게 된다. 작품이 중요한게 아니라 노래를 하고 상을 받고 일회성 행사와 다름없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중심을 잃지 않고 작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소외된 작품을 하는 분들이 빛을 볼 수도 있었으면 한다. 우리 역시 스타 캐스팅이 가능하지만 김 감독과 우리들이 원하지 않았다. 손위 돈 되는 '뻔발라드'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걸 양산형 발라드라고 부르는데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듯한 발라드다. 제작사 입장에서 봤을대는 더 쉬운 방법이겠지. 물론 우리가 그걸 피하고 개성이 들어가는 대신 대중성에서는 거리감이 있을수도 있다고는 본다."

-'시그널'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세번째가 OST더라.
(박) "결과에 대해 만족이라는건 민망하지만 이 드라마를 한 번 이상 정주행한 시청자라면 이 앞부분만 봐도 어느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이라는 인식은 있을거 같다. 스코어나 노래나 고생한만큼은 나왔다. 타 드라마의 뻔한 공식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어떻게 분업하는지 궁금하다.
(박) "분업화 됐다. 그렇다고 김 감독님이 노래 작업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스코어(소리 음악) 작업을 안하는 것도 아니다. 김 감독님은 영상음악으로 출발했고, 난 산업에 밝다. 그래서 둘이 좋은 시너지를 낸거 같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소위 마누라 같다고 한다. 잔소리도 하고 들으며 끌고 왔던거 같다."
(김) "노래 작업에 대한건 박감독이 하고, 난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는 스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드라마 음악 감독한다고 하면 기존의 작곡가들이 만들어 놓은거 막 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놉 상황도 안보고 하는거다. 그래서 나는 정말 편해진거지. 박감독이 노래 파트를 정리해주니. 가요 하시던 음악 감독들은 스코어는 하청 주듯이 넘기는 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다하려고 하면 어떻게 만들수는 있겠지만, 미비했을 수도 있다."
(박) "둘 다 하라면 혼자 할수는 있겠지. 근데 영화처럼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길게 가질 수 있는게 아니지않나. 드라마는 번개 작업이라 혼자하면 한쪽 부분에 대한 역량 차이가 있을거 같다. 1년에 한 편해서 먹고 살수 있는 구조면 그럴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1년에 한편해서는 저작권이나 부족하고, 일본 시장도 닫혀있어서, 1년에 다작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리메이크를 선택했다.
(박) "사실 배경은 1990년 전후가 되는데, 사실상 따지면 그 시대 음악을 써야 하는데, 김원석 감독이 그 보다 전에 시대 음악을 써주길 원했다. 그 당시 음악은 '응답하라' 시리즈나 '나가수'에서 너무 많이 썼다. 그래서 60년대로 갔다. 그 때의 노래들이 우리 작품하고 잘 맞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대표 작곡가인 신중현 선생님의 곡이 3곡이나 들어갔다. 의도한건 아니었다. 옛날 노래들이 필요했는데, 리메이크로만 보여지는 건 싫었고 재해석을 원했다. 리메이크와 신곡들이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신곡들에서도 같은 정서가 나온다. 전체적인 정서나 톤은 맞춰서 나왔다."
(김) "드라마의 정서를 보면 선생님의 곡들이 잘 맞겠다 싶었다. 신중현 선생님도 리메이크를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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