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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음악감독 인터뷰③] "소감? 한 수 배웠다는 느낌든다"

입력 2016-03-12 16:24 수정 2016-03-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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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作家主義). 작품에 주제의식을 담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감독을 작가에 비유한 말이다. 국내라면 김기덕·홍상수 감독 정도가 영화계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통용되곤 한다.
드라마계, 그것도 드라마 OST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작가주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써서 많이 벌지를 고민한다. 음악 감독의 첫 번째 역할은 OST로 음원 매출좀 나온다는 가수 섭외에 그친다.
그래서 시장이 탁해졌다. OST 음악 작업이라고 하면 흔히 매주 공개돼 파트 원투쓰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곡 작업만 생각한다. 그 곡들이 극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극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하고 고민하는건 뒷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래가 아닌 소리 작업(스코어)은 더 대충 대충이다.
그런 와중에 의미 있는 작업이 있었다. 김준석·박성일 음악 감독의 tvN '드라마' '시그널' 얘기다. 종영을 하루 앞두고 드라마는 수사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말 잘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음악들이 있었다. KBS 2TV '태양의 후예'처럼 A급 가수들만 쓴 것도 아니다. 그래도 호평받는 이유는 영상과 딱 어울렸던 음악, 영상의 전율을 더 깊게 체득하게 한 '싱크로율 100%' 음악들이었던 덕분이다. 6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가수 정규 앨범 작업하듯 소리에 심혈을 기울인 두 남자 김준석·박성일 감독을 만났다.

-일단 드라마 음악감독이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 "전체 프로그램에 맞는 음악을 설계하고, 드라마에 들어가는 음악에 대해 모든 일을 책임진다고 하면 될거 같다. 극 전체를 이끌고 가는 음악들에 대해서 어느 부분에 어떤 감동을 줄지를 고민하는 자리다. 음악으로 연출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박) "프리 단계에서부터 연출 감독님과 상의를 한다. 초반에 4개 정도의 대본을 보고 판단해야 되는 상황도 있다. 심지어는 시놉과 기획안만 보고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준비를 해놓고 가편도 붙이고 상의도 하고 들려도 드린다. 일단 방송이 시작되면 전체 음악의 80~90% 정돈 가져가야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어떤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이상한 캐릭터가 들어오고,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고 하면 부랴부랴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근데 요즘에는 사전 제작들이 있다보니 그런 긴박한 상황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들이 생기는 것 같다."

-사전 제작이 늘어나면서 음악감독들은 작업이 수원해지겠다.
(박) "결국은 똑같다. 후반작업에 욕심들이 많아서, 이번 작업도 반사전 제작이었는데 해보니, 결국엔 밤새서 하게 되더라."
(김) "시간이 없다면 음악이 못 들어가기도 하고 애매한데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도 사전 제작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더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부분에 대한 퀄리티는 더 놓아진다. 그래서 고생 역시 더 하게 된다. 하하."

-어떤 욕심인가.
(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지. 장르물은 음악을 붙이기가 까다롭다. 이게 단순히 어떤 잔인한 범죄를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그 피해자들, 그들의 가족까지 치유해야 된다. 메시지도 있어야 된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시공간의 차이까지 있어야 돼 구분지어 들려줘야 했다. 송 작업도 뻔한 발라드는 할 수 없었다. 음색 하나 작으려로 노력했다. 녹음도 많이했다. 반면 공중파는 시간도 부족하다보니 포기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래서 사고를 막기 위해 밤을 꼴딱 새서라도 준비를 해서 간다. 체력적인 고생이 제일 크다. "
(박) "복잡했다. 과거와 시점이 다르고, 추적을 하거나 장르물의 모든게 들어가 있다. 심지어 애잔하기까지 했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두배 이상의 음악이 필요했다."

-이번 OST 작업은 기존의 것들과는 노력이 달랐다고 들었다.
(박) "지금까지의 OST라고 하면 드라마의 범주라기 보다는 매출을 위한 것이 많았다. 유명한 가수를 기용하고 사랑의 노래를 하다보니 기존 가요와 다를 바없는 것이 대다수였다. 우리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미생'부터는 정확하게 영상음악의 범주에서 음악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첫 시도가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범주에서 선별했다. 물론 감독님이 원하는 가창자도 있지만, 우리는 유명세나 인지도와는 별개로 철저하게 작품이 우선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이런 가창자를 쓴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노력이 달랐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을거다. 보통 2~3시간 녹음하고 가는데, 이번 가창자들은 6~7번씩 녹음하고 간 가창자들도 있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때까지 고생했다."

-감독이 음악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가창자의 섭외까지.
(김) "그런 부분에서는 최고인거 같다. 잘보이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히 꼼꼼하다. 감독님이 단순히 '돈을 벌어야 한다. 유명한 가수가 불렀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더라. 시청자에게 전할수 있는 얘기를 전달하기 위한 곡과 가사를 꼼꼼하게 고민한다. 대충 이렇게 가죠라는게 절대 없다. 우리가 더 긴장하고 고민하게 됐다. 우리 작품에는 소위 매출에 영향을 주는 가창자가 없었다. '회상'을 리메이크한 장범준도 매출때문에 섭외한 가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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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은 대표적으로 매출이 나오는 가수인데.
(박) "매출이나 화제성을 고려했다면 '회상'을 매회 썼겠지. 딱 한 번 썼는데 그 임팩트가 강하게 회자가 됐다. 매출을 내려면 엄한데 다 노래를 깐다. 주인공이 길거리 지나갈 때도 대사 없으면 노래가 나온다. 그런 접근이었으면 음악을 팔기 위해 영상을 이용하는거 밖에 안된다. 근데 우린 장면 하나하나에 대사 하나에 길거리에 발자국 같은 것도 현실감과 불안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렇다면 그런 장면에는 음악 없어도 된다. 굳이 음악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박) "김원석 감독님이 대단한게 첫 회의부터 어떻게 음악이 흘러야 되는지가 짜여져 있더라. 우린 음악적인 기술을 동원해서 김 감독의 생각을 실행해주는 단계였다. 감독님의 구상에 우리가 색채를 가하는 정도."

-현 OST 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 "OST 시장이 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형적으로 성장했고, 가요 산업 자체가 중간이 없어졌다. 도 아니면 모다. 숫자로만 얘기를 하게 된다. 작품이 중요한게 아니라 노래를 하고 상을 받고 일회성 행사와 다름없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중심을 잃지 않고 작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소외된 작품을 하는 분들이 빛을 볼 수도 있었으면 한다. 우리 역시 스타 캐스팅이 가능하지만 김 감독과 우리들이 원하지 않았다. 손위 돈 되는 '뻔발라드'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걸 양산형 발라드라고 부르는데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듯한 발라드다. 제작사 입장에서 봤을대는 더 쉬운 방법이겠지. 물론 우리가 그걸 피하고 개성이 들어가는 대신 대중성에서는 거리감이 있을수도 있다고는 본다."

-'시그널'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세번째가 OST더라.
(박) "결과에 대해 만족이라는건 민망하지만 이 드라마를 한 번 이상 정주행한 시청자라면 이 앞부분만 봐도 어느 장면에서 나왔던 음악이라는 인식은 있을거 같다. 스코어나 노래나 고생한만큼은 나왔다. 타 드라마의 뻔한 공식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어떻게 분업하는지 궁금하다.
(박) "분업화 됐다. 그렇다고 김 감독님이 노래 작업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스코어(소리 음악) 작업을 안하는 것도 아니다. 김 감독님은 영상음악으로 출발했고, 난 산업에 밝다. 그래서 둘이 좋은 시너지를 낸거 같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소위 마누라 같다고 한다. 잔소리도 하고 들으며 끌고 왔던거 같다."
(김) "노래 작업에 대한건 박감독이 하고, 난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는 스코어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드라마 음악 감독한다고 하면 기존의 작곡가들이 만들어 놓은거 막 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놉 상황도 안보고 하는거다. 그래서 나는 정말 편해진거지. 박감독이 노래 파트를 정리해주니. 가요 하시던 음악 감독들은 스코어는 하청 주듯이 넘기는 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다하려고 하면 어떻게 만들수는 있겠지만, 미비했을 수도 있다."
(박) "둘 다 하라면 혼자 할수는 있겠지. 근데 영화처럼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길게 가질 수 있는게 아니지않나. 드라마는 번개 작업이라 혼자하면 한쪽 부분에 대한 역량 차이가 있을거 같다. 1년에 한 편해서 먹고 살수 있는 구조면 그럴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1년에 한편해서는 저작권이나 부족하고, 일본 시장도 닫혀있어서, 1년에 다작을 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리메이크를 선택했다.
(박) "사실 배경은 1990년 전후가 되는데, 사실상 따지면 그 시대 음악을 써야 하는데, 김원석 감독이 그 보다 전에 시대 음악을 써주길 원했다. 그 당시 음악은 '응답하라' 시리즈나 '나가수'에서 너무 많이 썼다. 그래서 60년대로 갔다. 그 때의 노래들이 우리 작품하고 잘 맞는 것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대표 작곡가인 신중현 선생님의 곡이 3곡이나 들어갔다. 의도한건 아니었다. 옛날 노래들이 필요했는데, 리메이크로만 보여지는 건 싫었고 재해석을 원했다. 리메이크와 신곡들이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신곡들에서도 같은 정서가 나온다. 전체적인 정서나 톤은 맞춰서 나왔다."
(김) "드라마의 정서를 보면 선생님의 곡들이 잘 맞겠다 싶었다. 신중현 선생님도 리메이크를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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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과, 음악이 잘 묻어났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김) "4회 엔딩 극장신이다. 음악이 없을때도 눈물이 쏟아진다. 일반적이라면 슬픈 노래가 깔려야되는데 결국 '회상'이 들어갔고 대중들에게는 각인이 됐다. 사실 이 드라마는 명장면이 아닌게 없다. 촬영 감독이고 현장 감독이고 고생들 많이 했을거다. 김혜수 선배도 실제로 비닐 봉지 쓰고 연기했다던데, 그런걸 하고 나면 자다가도 생각난다고 하더라. 이제훈 씨, 조진웅 씨 연기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더라."
(박) "조진웅의 백골사체를 조진웅의 아버지가 발견하고 국과수에서 확인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특별히 노래가 들어간건 아니고 스코어로 처리를 했는데, 가편 받아 볼때부터 음악 작업이 힘들었다. 이게 내 얘기였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OST 앨범도 2 CD로 발매한다.
(박) "드라마가 끝나고 오프라인 CD가 발매된다. 투 CD로 나온다. 마스터링 작업은 미국에서 했다. 아이돌이야 외국에서 작업을 자주하지만, OST에서 그걸 시도하는건 거의 없다. 전체 스코어까지 통으로 작업하는건 쉽지가 않다. 그만큼 애정이 큰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김) "송 뿐만 아니라 스코어를 언급해주는 팬들이 있으면 고맙다. CD를 낼 때도 송이 7~8곡이 들어가면 스코어는 몇곡만 넣으라는 식이다. 제작비 때문에 그런건데 우린 그래도 투 CD를 낸다. 40곡이 들어가는데 그것도 많이 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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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노력도 대단했다고.
(박) "정차식씨는 자체 컬러 스펙트럼이 와이드해서 고민이 깊었다. 되게 어려웠다. 굉장히 거칠기도 했다가 중간을 찾아가는 작업에서 노래만 6번을 할 정도였다. 잉키는 그런것 때문에 작업을 4번 정도를 했고, 김윤아·이승열씨는 너무 감사하게도 곡 해석을 자기화해서 왔더라. 그런 분들은 작업을 너무 쉽게 했다. 과거의 소리를 찾기 위해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녹음실을 부킹했다. 베이스 엠프도 그 때꺼를 썼다. 정말 오래간만에 기능을 한거다."
(김) "마이킹(마이크를 어디에 대고 녹음하느냐)을 하는 기술도 발전했는데 60년대 방식으로 마이크 대고 녹음했다. 아날로그 콘솔로 녹음을 하고, 아날로그 콘솔이있는 녹음실에서도 안쓰는걸 찾아썼다. 스코어 작업 할때도 옛날 소리내려고 옛날 엠프 쓰고 옛날 기타 쓰고, 노이즈까지 살렸다. 김윤아 씨와 이승열 씨는 노래가 끝나고 나서, 곡이 정말 좋아서 감사합니다란 이야기를 하더라. 원래는 그런 말 인사치례로도 듣기 쉽지 않다. 후반작업 크로스 체크까지 하더라. 정말 감사하게 작업했다."

-두 분에게 '시그널' 작업이란.
(박) "한수 배웠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름 음악의 진정성을 위해 치우쳐서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더 해야하는구나'라고 많은 부분 느꼈다. 시장의 한계나 이런것도 고생스럽더라도 진정성있게 하다보면 더 좋은 환경을 만나게 될 걸로 본다. 그 전까지는 시장탔을 했는데, 이제는 한 작품 한 작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겸손함도 배웠다."
(김) "감사한 작업이었다. 내 인생의 좋은 작품 하나 남긴 느낌이다. 우린 시청률 상관없다. 그게 자랑스럽지도 않고. 근데 우리가 했을 때 부끄럽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느낌이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그런 작품 만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 작업 많이했고 베테랑일거 같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구나, 그걸 느꼈다."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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