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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날로그…낭만에 대하여'

입력 2016-03-0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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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낭만"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입니다.

조금은 낯간지럽거나 촌스러운 말일 수도 있겠죠.

한자로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물결 랑'浪 에 '흩어질 만'漫.

미묘하게 일렁이는 마음의 파동. 언어로는 쉬이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만이 갖는 고유한 감정. 바로 낭만입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창조자와 피조물의 대결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경외하는 한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관심의 한가운데 그의 마음 역시 매우 출렁였을 겁니다.

"바둑의 낭만을 지키는 대국 펼칠 것"

경기를 앞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지요.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지만 어찌 보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명석한 두뇌라 하더라도 단순한 계산기의 연산속도를 이겨내지는 못하듯. 바둑 하나에만 프로그래밍된 AI는 마침내 인류를 이겨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렇게 첨단화된 세상 속에서 사람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일렁이는 마음의 파동… '낭만'이 아닐까.

최소 2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는 바둑. 상대의 마음속 파동을 읽어내고 그 생각의 결을 더듬는 행위.

대국에서 이겼다 해도, 혹은 진다고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예의를 갖춰야 하는 바둑의 세계에서 오직 '이기는 것' 만 입력되어 있을 인공지능의 승리는 글자 그대로 '승리'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계는 2500년 넘게 인류가 쌓아온 '경험'과 '직관' 그리고 매우 아날로그스러울 지도 모를 그 미묘한 마음의 결을 헤아리는 '낭만'마저 이겨낼 수 있는 것인가.

여기까지입니다. 이세돌 9단과 우리 자신을 위한 앵커 브리핑은… 지금부터는 사족 아닌 사족입니다.

올해는 '인공지능'이란 말이 사용된 지 딱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정하든, 인정하고 싶지 않든 60년의 성취가 2500년의 역사를 이겨낸 오늘… 인류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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