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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노인충을 위한 변명'

입력 2016-02-2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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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늙은 부모를 산에 내다버리는, 일본의 기로풍습을 그린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예순아홉살인 주인공 오린은 하루빨리 일흔살이 돼 산에 버려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먹을 것이 모자라 갓난아기가 버려지고, 소금 한 줌에 여자 아이가 팔려가는 현실.

오린은 차마 자신을 버리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죽을 만큼 쇠약해졌다는 걸 알리기 위해, 스스로 돌절구에 자신의 생니를 부딪쳐 깨버립니다.

고통에 일그러진 피투성이 얼굴, 그리고 잔잔한 미소.

그렇게 오린은 아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물질과 마음의 짐을 모두 짊어지고 홀로 산에 남겨집니다.

패륜과 야만…우리가 이들을 이 단순한 잣대로 재단할 수 있겠는가.

'혐로사회(嫌老社會)' '약육노식(若肉老食)'

요즘 일본에선 노인 혐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젊은층의 고통이 커지면서 세대간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여기에 아베 정권의 노인 정책은 젊은이들의 분노를 부채질했습니다.

연간 830조 원에 달하는 고령자 사회보장액, 그에 비해 고작 60조 원에 불과한 아동과 복지 수당.

노인층의 높은 투표율과 확고한 지지에 대한 아베의 확실한 '보은'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과 같이 저출산, 고령화 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노인 혐오현상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어버이란 이름으로 권위를 지키려 애썼지만, 이미 '꼰대'로 전락한지 오래.

현실은 '노인충(老人蟲)'… "경로 무임승차를 없애라" "옛날 65세와 지금 65세가 같냐" 이렇게 세금을 축내는 존재로 비하되기도 하죠.

그러나 같은 노인 혐오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인 형편은 말 그대로 천양지차입니다.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19%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50%입니다. 부끄럽게도 OECD 1위…그것도 압도적인 1위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빈곤율이 12.5%인 걸 감안하면 적어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닌 듯합니다.

높은 투표율로 확고한 지지를 보냈지만, 기초노령연금 약속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고, 우리의 노인들은 여전히 가난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최소한의 의식주와 기본 치료조차 스스로 포기한 '자기방임 노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쩌면 '나라야마 부시코'의 오린처럼.

그리고 그 위로 또다시 선거의 나팔소리는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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