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위안부 백서' 사장 위기…일본은 '딴말'

입력 2016-02-23 22:31 수정 2016-03-08 17:1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앵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지 벌써 두 달이 다 돼갑니다. 혹시 그 두 달 사이, 지나면서 조금 잊어버리셨는지요. 안 그러시겠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히 지금도 있습니다. 바로 학생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까지도 소녀상 곁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합의 이후에도 연일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가. 오늘(23일) 탐사플러스에서는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강제 동원의 증거 등을 제시한 백서를 만들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습니다. 탐사플러스는 이른바 '불가역적인 협상'이라는 점에만 매달리는 우리 정부 대응의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한일관계 심포지엄.

정부 후원 연구사업을 주로 맡아 하는 세종연구소가 주최하고, 후쿠오카 총영사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했습니다.

위안부 협상 이후 열린 정부 후원 행사 중 한일 전문가들을 불러 위안부 문제를 논의한 건 처음입니다.

[세종연구소 관계자 : 최근 한일 관계가 좀 험악했잖아요. 그걸 합의한 게 12월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 입장을 좀 알려서 한일 간 신뢰를 쌓는다고 할까.]

그런데 당초 기조 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던 신모 교수의 연설 계획이 돌연 취소됐습니다.

[신모 교수/심포지엄 참석자 : (연설) 원고를 넘기니까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어요. 이건 곤란하다고, 정치적으로 무슨 목적이 있느냐고.]

주최 측이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문 내용을 문제 삼은 겁니다.

[신모 교수/심포지엄 참석자 : 위안부(협상)가 많은 문제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극복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한 발전 방향을 논의할 줄 알았어요.]

연구소 측은 문제 제기보다는 향후 전망을 논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종연구소 관계자 : 한국의 입장이랄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게 기본 취지였기 때문에. 서로 자제를 한다는 차원에서 합의 정신을 살리자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죠.]

정부가 지원해 온 각종 위안부 연구와 관련 자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홈페이지.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연구원에서 1년 넘게 진행한 보고서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지적하고, 피해자들의 심리 치료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한일 협상이 끝난 지난달 이 보고서가 홈페이지에서 돌연 사라졌습니다.

보고서를 삭제하는 것은 물론, 내부 시스템에도 올리지 마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겁니다.

[연구원 관계자 : 최근에 민감해서 발간된 걸 갑자기 중지하고 내리는 거다. 최근 현안이 발생한 바에 따라, 보고서를 추가 수정 및 확인 할 필요가 있다고 공문이 내려왔어요.]

연구원 측은 보고서에 수정할 사항이 있어 내렸다며 내용에 대한 공개 요청도 거부했습니다.

[연구기획·평가팀 관계자 : 교정 교열이 안 끝난 본이라서 다시 하고 계시대요.]

2014년 5월부터 외교부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추진해 5억 원가량 투입된 위안부 백서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해 말 발간될 예정이었지만 협상 후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위안부 백서에 들어갈 최종 보고서입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백서 발간이 협상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참여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합의 때문이라는 겁니다.

[백서 집필진 : 상당히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사안이 미묘한 부분도 있어서 당분간 비공개하려는 게 아닌가… 정부가 언제 어떤 형태로 공표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시도도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해당 등재사업은 애초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추진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등재사업팀의 사무실에 대해 철수 지시를 내려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윤미향 대표/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 장관이 두 번 바뀔 때마다 유네스코 사업을 쫙 선전을 해놓고, 나중에 정부가 아니고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라고 하고. 일본 정부 눈치를 보면서 문제 제기를 하면 발뺌하고, 뒤로 빠지고. (유네스코 등재 관련해서) 의논이나 사전의 합의를 한 적이 없어요.]

정부가 잇따라 위안부 관련 연구와 사업을 미루면서, 협상 후 일본과의 마찰을 우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하지만 일본은 합의 후 위안부 강제 연행사실을 더 강하게 부정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기야마 신스케/일본 외무성 심의관 (지난 16일) :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서 군이나 관헌에 의한 위안부의 이른바 강제 연행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에 자국 전문가들까지 반발하고 있습니다.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도쿄대학교 : 합의 발표 형태일 뿐이고. 총리의 사죄를 포함한 총리의 공식적인 표명을 나타내는 문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총리의 문장으로서 사죄를 표현하는 것, 피해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협상관련 문서와 각종 정보 공개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합의 내용) 논란 해소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답변을 공개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죠.]

[이나영 교수/중앙대학교 사회학과 : 한일협정 50주년, 광복 70주년이어서 작년에 모든 걸 해결하려고 노력한 거죠. 박근혜 정권에 치적의 하나로 그 문제를 봤을 가능성이 크죠.]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이제 남은 생존자는 44명. 할머니들은 오늘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죽는 것을 죽지 않고 살아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 이걸 믿고 지금 살아있는 사람을 믿어줘야죠. 뭘 합의했는데요. 누가 누구한테 뭘 합의했는데…]

+ + +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측은 "보고서에 수록된 미술작품의 저작권 및 출처를 수정한 뒤 보고서를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재등록했다"고 밝혀왔습니다.

관련기사

JTBC 핫클릭

키워드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