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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양대지침' 본격 시행…'저성과자 교육' 실체 보니

입력 2016-02-03 22:09 수정 2016-02-0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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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가능하도록 하는 이른바 '양대 지침'을 본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저성과자'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분류해놓고 각종 불이익을 주면서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양대 지침은 그런 기업에 합법이라는 칼을 쥐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오늘(3일) 탐사플러스는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강신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한양건설.

본사 사무실 중앙에 칸막이가 처져 있습니다.

칸막이 안에는 이제 막 자리를 옮긴 직원들이 앉아 있습니다.

[한양건설 대기발령자 : (뭐를 지금 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냥 앉아있는 거죠.]

지난해 회사로부터 최하평가 등급인 D를 받은 직원들입니다.

이 회사는 매년 10여명의 저성과자를 솎아내 대기발령을 냅니다.

업무능력향상 교육이나 부서 재배치도 없습니다.

[한양건설 대기발령자 : 업무는 부여가 안 되죠. 1년 좀 넘었습니다. 굉장히 비참하죠.]

회사 측은 경영 상황이 안 좋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양건설 고위관계자 : 매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순환 차원이죠. 매출은 계속 줄어가고 있는데, 조직이 노령화되잖아요.]

그런데 대기발령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직원들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김병인/한양건설 노조위원장 : 정규직에서 퇴직하면서 신분 변경이 된 사람이 지금 10명이 됐고. 나머지는 계속 진행중이죠.]

대신증권에 다니는 51살 임모 씨.

지난해 평가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된 임씨는 최근 정부의 양대 지침 시행 이후 더 초조해졌습니다.

[임모 씨/대신증권 근무 : 저성과자로 들어가고, 현재 정부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 지침이 내려와서 제 스스로는 굉장히 두렵고…]

이 회사에선 지난 3년간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150명 중 35명이 퇴직했습니다.

이들은 업무 대신 회사가 마련한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임모 씨/대신증권 근무 : 책을 읽어서 독후감을 쓰고, 산을 갔다 와서 산행기행문을 써야 하고. 과연 이게 직원을 위한 프로그램인지 직원을 해고시키려고 하는 프로그램인지…]

직원들 반발에 대신증권은 문제가 된 교육 내용을 폐지했습니다.

대신증권 측은 당시 프로그램은 퇴출수단은 아니었다며 현재는 교육 목적의 프로그램만 개발해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KT에서 30년 넘게 네트워크 시설 운영 업무를 담당했던 박철우 씨.

하지만 2년 전부터 한번도 해보지 않은 통신기기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박철우/KT 근무 : 한직이라 할 수 있죠. 완전 허드렛일. 가족들 생각 안 할 수 없죠 사실. 어려운 문제죠, 어려운 문제. 그런 고민들 많이 했죠.]

KT는 지난 2006년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을 시행해 저성과자로 분류된 일부 직원들을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하고, 생소한 업무를 부여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부당한 처우라는 지적에 최근엔 업무지원팀을 신설해 보직 변경된 직원들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

KT 측은 시장변화로 노동력 재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기업들이 사퇴 압박용이란 지적을 받아가면서도 인사조치 등을 하는 이유는 해고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양대지침'을 시행하며 '저성과자'로 분류되면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겁니다.

채용과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회사 규칙을 바꾸는 것도 노조나 직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이젠 회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노동계는 지금도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통상 해고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양대 지침이 헌법, 노동법과 대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성규/노무사 : 현행 근로기준법은 저성과자를 이유로 한 해고 자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법원은 이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그래서 이에 따르는 법적 분쟁이 훨씬 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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