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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내시경 후 잠든 사이…검진 센터장 성추행 의혹

입력 2016-01-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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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건강검진 받으면서 수면 내시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대형 건강검진센터에서 내시경 검진을 받으며 잠든 사이에 의료진이 검진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사의 성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간호사들이 폭로했습니다.

탐사플러스 강신후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한 대형의료재단의 내부 문건입니다.

'근로자 고충처리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2013년 10월 7일 작성됐습니다.

이 재단 강남센터장인 양모 씨가 대장내시경을 위해 수면 마취한 여성 고객을 성추행했다는 겁니다.

해당 문건에는 양 씨가 고객에게 필요 이상으로 수면유도제를 주입한 뒤, 진찰을 빌미로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신고자와 피해자의 신상과 피해 일시, 장소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문건을 작성한 사람은 간호사. 양 씨가 잠든 고객의 주요 부위를 성추행하는 현장을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H 의료재단 전직 간호사 : 문서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그 내용을 보시면 다 되는 거고요.]

2013년 11월에도 양 씨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수면내시경이 끝난 뒤에도 진찰을 빌미로 성추행이 이뤄진 걸로 나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양 씨의 성추행 문건만 5건. 또 다른 보고서에는 건강검진 고객을 성희롱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수면마취된 고객에게 살이 쪘다고 비하하는가 하면, 주요 부위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도 눈에 띕니다.

내시경 전문의인 양 씨가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만 고집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간호사들은 문서뿐만 아니라 구두로도 센터장의 성추행 의혹을 수차례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직 H 재단 간호 책임자 : 제가 부서장으로서 (보고)할 역할을 한 것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습니다.]

문서에 적혀 있는 고객들과도 접촉해본 결과, 모두 해당 날짜와 같은 장소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건강검진 고객 : 저뿐만이 아니라 몇 명이 그런 (피해자로 나와 있는) 건데요? 거의 다예요?]

[건강 검진 고객 :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죠? 수면내시경 할 때 간호사가 다 있고 그런데.]

해당 의료재단은 국내 최초의 건강검진 전문의료원으로 설립돼, 연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합니다.

의료재단이 양 씨의 성추행 의혹 보고를 은폐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검진센터 관계자 : 지속적으로 반복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다른 의사)이 당장 없으니, 성수기 때는 하루에 150~200명씩 하니깐(그냥 둔 거죠.)]

가해자로 나와 있는 양 씨의 행적을 추적해봤습니다. 지방 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1월 7일 취재진이 찾을 당시 양 씨는 여전히 대장내시경 진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병원 직원들은 이곳에서도 환자 성추행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동료 간호사 : 조금 가슴이 크시거나 그러면 정밀하게 보신다고 젤을 또 바르세요. 그래 가지고 막 이렇게 손으로 하시는데.]

또 다른 간호사는 울먹이기까지 합니다.

[동료 간호사 : 저는 그 자리 (진료실)에 있기 너무 힘들었거든요.]

취재진을 만난 양 씨는 문제가 제기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검진 과정에서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양모 씨/전 H 재단 강남센터장 : 그런 이야기는 있었어요. 없던 얘기는 아니고, 퇴직금도 못 받고 나왔어요. 손가락이 미끄러진다든지 그런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진료하다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고….]

성희롱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모 씨/전 H 재단 강남센터장 : 일종의 그것도 농담인데, 항문이 예쁜 경우도 있잖아요. 기자님은 진한 농담 같은 거 안 하십니까? 그런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될 얘기죠.]

해당 지방 병원은 취재진이 관련 사실을 확인하자, 곧바로 양 씨에게 해고 통보를 내렸습니다.

[A 병원 행정원장 : 이거는 고쳐지지 않는 병이에요. 이런 의사분들 계세요. 오늘 자로 정리해야죠. 저희가 노동청에 해고 예고 수당을 지불하고….]

양 씨에 대한 성추행 문제가 제기된 지 4년, 그 사이 양 씨가 시술한 내시경 진료만 5만 건에 달합니다.

양 전 센터장이 근무했던 의료재단은 성추행 관련 보고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H 의료재단 상무 : 보고는 절대 없었습니다. (본인이 쫓겨났다고 그러시는데) 어, 그러면 또 틀려지네. X놈의 XX.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려놓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양 씨는 물론 해당 의료재단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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