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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Korea? Corea?…외국어 표기 오해와 '오버'

입력 2016-01-12 22:12 수정 2016-07-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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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한국 축구의 정말 좋았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한국 축구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2002년 월드컵 당시 응원단이 COREA, C로 시작하는 영문명을 썼던 것 기억하실 텐데요. 북한이 올해 안으로 영문 국호를 이렇게 C로 시작하는 코리아로 바꾸겠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코리아는 K로 시작하는 게 맞느냐, C로 시작하는 게 맞느냐 하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오늘(12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북한에선 왜 바꾼다고 합니까, 갑자기?

[기자]

이게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 쪽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인데요.

'원래 우리 국호는 Corea였는데 일제가 Korea로 바꿨다, 1910년 한일 강제합병을 계기로 굳어졌으며, 이는 1908년 4회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알파벳 순으로 입장한 점을 고려해 한국이 일본 뒤로 가게 하려고 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일제가 한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유린했다"라고도 비판했는데, 북한은 작년에 이미 일제잔재 청산한다며 표준시를 변경하지 않았습니까?

올해 5월 당대회 앞두고 국호 영문 표기도 DPRK에서 DPRC로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저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K로 시작한 것은 일본 때문이다. 알파벳 순서가 C면 우리가 빨라지니까. 그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좀 팩트체크해봐야 할 것 같고…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자면 우리가 C를 정말 많이 썼는가 하는 의문도 떠오르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문헌적으로 많이 찾아봤는데요. 일단 역사적으로 C를 초창기에 많이 썼던 것은 맞습니다.

이건 조선시대 하멜표류기를 토대로 주중 네덜란드 총영사가 쓴 문서인데, 조선을 Corea라고 쓴 것 확인할 수 있고, 그 이전에도 C를 쓴 문서나 고지도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스페인이나 프랑스어권에서 먼저 소개됐기 때문에 그런 거고, 독일어권에선 처음부터 K로 시작하는 Korea를 썼습니다.

그러면 정작 19세기에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표기했나. 당시 우표를 보면 C로 쓴 것도 있고 K를 쓴 것도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작성한 문서를 봐도 초기엔 C로 표기를 하다가 나중엔 C와 K를 마구 섞어 쓴 모습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아까 그 얘기, 그런 와중에 일본이 K만 쓰도록 강제했다, 이거는 맞는 얘기입니까?

[기자]

사실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일본 정부의 공식 문서는 확인된 게 없습니다.

다만 19세기 말 국내 거주하던 외국인들이 상당수 구독했다는 'Korean Repository(레포지토리)'라는 잡지를 보면 관련 내용이 나와 있는데, 당시에도 이게 상당히 논란이 된 이슈였나 봅니다.

그래서 "지금 코리아에는 C와 K가 혼용되고 있는데 미 국무성과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K를 쓰자고 결론 내렸다. 언어학적으로도 K는 'ㄱ'으로만 발음되지만 C는 'ㅅ'도 되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 있어, K가 C보다 낫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건 인터넷에 치면 다 나오나요? (논문에 있었던 내용입니다) 알겠습니다.

[기자]

바로 이 논문을 썼던 저자이고요. 이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던 학자가 있어서 직접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이영호 교수/인하대 사학과 : 조선이랑 나라의 국호를 영어로 뭐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는가, 한국(조선)에선 처음에 그런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고, (당시 일본의) 책을 보면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어요. 일본은 Corea나 Korea에 대해서 전혀 관계가 없고 관심을 안 두고 있죠. 미국의 주체적인 사용이 중요하고. 그것이 이제 보편화 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1887년 조선이 워싱턴에 주미공사관을 처음 열었을 때도 Korea를 썼고, 이후 미국 위주로 이 표기를 쓰면서 Korea가 정착됐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럼 질문을 계속 이렇게 의심하는 질문만 한번 던져보죠. 미국이 저렇게 한 것은 일본이 나름 영향력을 행사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요?

[기자]

그렇다면 일본이 왜 그랬을까, 그 의도가 중요하겠죠.

앞서 북한 연구자는 '올림픽 입장할 때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다'고 분석했죠?

하지만 IOC 규정상 입장순서는 영어가 아니라 개최국 언어의 표기법에 따르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한국이 Corea라고 표기돼 일본보다 앞서 입장했고,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제1공용어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고, 이런 알파벳 순서로 입장하는 것도 처음엔 아무 기준이 없다가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부터 생겼습니다.

그러니 입장순서에 대한 고민은 그 이후에나 생길 법한 건데요.

일제 강점기 동안 공식 문서를 보면, 이건 조선총독부의 공식 문양인데, Chosen이라는 명칭만 썼지 코리아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기간 동안엔 코리아의 C가 K로 바뀌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 일이 모조리 다 문서로 남아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런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영향력을 행사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만에 하나 이게 정말 일제 잔재가 맞다면 우리가 C로 바꿀 수 있느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잖아요? 그건 어떻게 볼까요?

[기자]

네, 통일 이후도 대비해야 된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 나오면서 그런 이야기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 간단히 저희 JTBC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 직접 물어봤습니다. 1000명 정도 응답을 해주셨는데, 6대 4 정도로 Corea라는 표기를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일단 이 표기를 바꾸게 되면 여러 가지를 다 바꿔야 하는데, 먼저 영문표기 약자로 Republic Of Korea, ROK라고 쓰지 않습니까? 그럼 약자를 ROC로 바꿔야 하는데, UN 등 국제사회에서 교체 비용은 물론이고 현재 대만에서 ROC를 이미 쓰고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금융시장에서 원화 표시를 CRW로 바꿔야 하는데 혼란은 불가피하겠고요. 작게는 이메일 주소 등에 쓰는 약어 kr도 cr로 바꿔야 할 텐데, 이건 코스타리카에서 이미 쓰고 있고, K-팝이란 말도 바뀌어야겠죠.

"브랜드명을 바꿀 때 물리적인 비용과 가치적인 면을 함께 봐야 하는데, 영문 국호를 바꾸면 물리적인 비용이 상당한 반면 가치를 올리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 영문 국호를 Corea로 바꾸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앵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건데, 그에 따른 비용이 너무 커서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생각도 들기는 드는군요. 그나저나 북한하고는 통일해도 같이 합쳐야 될 게 너무 많아지네요, 점점. 시간도 맞춰야 되고 C냐 K냐 가지고도 또 맞춰야 되니까.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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