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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소변 뒤 손씻기' 대논쟁…안씻어도 될까?

입력 2016-01-07 22:08 수정 2016-01-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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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7일) 여러 가지 무거운 뉴스들이 많은데, 팩트체크도 그동안 무거운 걸 많이 다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맘먹고 가벼운 걸 좀 해봅시다라고 김필규 기자에게 얘기했고, 이 아이템을 가져왔습니다.

새해에는 좀 이렇게 합시다라는 한 인터넷 글(웹 매거진 ize) 중에 '용변 후 손을 씻자'는 내용이 있었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번지더니 '주로 남성들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용변 후 손 씻는 것은 개인 선택의 문제다' '소변을 보고 나서는 안 씻어도 괜찮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해서, 실제 어떤지 김필규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덜 씻는다면서요?

[기자]

질병관리본부에서 2년 전 조사한 결과가 있는데 "공공화장실 이용 후 손 씻는다"는 응답이 남성은 66%, 여성은 77%로 상당한 차이가 났습니다.

[앵커]

상당한 차이 같지는 않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한 10%P 차이인데… 생각보다는.

[기자]

그런데 상당한 차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 이다음 대목이요, 이게 설문조사로 물어본 결과입니다.

한 대학에서 남자 대학생 157명 대상으로 따로 조사한 게 있는데, 물어봤을 때는 94%가 "화장실 이용 후 손 씻는다"고 답했지만 연구진이 몰래 따라가 관찰해 보니 실제 씻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이건 너무 차이가 나는군요. 거의 안 씻는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러니까 실제 손 씻는 비율. (학교 이름을 이렇게 밝혀도 됩니까?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 학교에서 조사를 직접 했던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남성 66%가 씻는다고 대답했다는 비율도 어쩌면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조사 방법에 따라 숫자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모두 이렇게 손 씻는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앵커]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일단 질병관리본부 조사상으론 남녀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는 밝힌 이유는 '습관이 안 돼서 그렇다' '귀찮아서 그렇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는데요.

그렇다면 왜 남성이 유독 더 그런지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사였나 봅니다.

런던 위생열대대학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를 전문적으로 진행한 바 있는데 여기 연구팀의 커티스 박사는 "대부분 남성들이 화장실에서 소변만 봤다면 굳이 손을 닦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을 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래도 되느냐 하는 게 오늘 포인트잖아요.

[기자]

일단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 중 하나는 이겁니다. 들어보시죠.

[심봉석 교수/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 소변 그러면 더럽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소변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은 우리 핏속으로도 돌아다니는 물질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소변에 있는 성분들은 굉장히 깨끗한 것이고, 세균이 단 한 마리라도 들어있으면 큰일 납니다. 원칙적으로는요. 소변 보고 나서 손을 씻어야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소변만 가지고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소변 속에는 원래 균이 없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하고요. 실제 야사에 의하면 고대 인도 여성들이나 중국의 양귀비도, 소변으로 목욕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 소변이 피부에 좋다, 주름 개선에 좋다고 믿어 그랬다고 합니다.

[앵커]

그건 진짜 야사입니다. 또 따라 하시는 분이야 물론 안 계시겠지만. 소변 속에는 세균이 단 한 마리도 없다, 이렇게 나왔는데 그러면 혹시 어쩌다 묻어도 씻을 필요가 없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심 교수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나온 소변 자체는 무균 상태지만 이게 상온에 노출되면 밖에 있던 세균이 들어와 이 소변의 영양소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러면서 소위 지린내도 심해지고 균도 옮길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니 당연히 소변 후에도 손을 씻는 게 맞다는 이야기였는데, 또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들어보시죠.

[강희철 교수/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 화장실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것 자체가, 화장실이 깨끗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게 제일 크죠. 전혀 닿지만 않는다면 상관이 없는데. (소변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씻는 게 좋죠. 화장실에 가면 손을 씻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앵커]

화장실 자체가 균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환경이니까 소변만 봤다 해도 손 씻기는 기본이다, 이런 이야기겠죠.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기도 한데. 그런데 대충 씻고 나오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소용이 없다면서요?

[기자]

예. 이와 관련해 미시건주립대에서 실험을 한 게 있는데요. 이렇게 손에 실험용 세균을 묻힌 뒤 여러 방법으로 손 씻기를 해본 겁니다.

그리고 자외선카메라로 찍은 건데 제일 왼쪽에 있는 안 씻은 상태는 이렇게 하얗게 세균이 덮고 있는 모습 보이죠? 그다음 이제 그냥 물로만, 비누 없이 물로만 6초 씻었더니 보시는 것처럼 세균이 거의 그대로 있는 상태고요. 그다음 이제 비누로 6초간 씻으니 그나마 좀 사라지면서, 마지막으로 30초 동안 제대로 씻고 나서야 세균이 대부분 씻겨진 모습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30초 동안 비누로 싹싹 씻는 것을 제대로 된 손 씻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두 손가락에 물만 살짝 묻히고 나가면 하나마나 한 행동이라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예전에 왜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인가요. 거기 한번 보신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 남녀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용변을 보고 남자는 손 안 씻고 나오고 여자는 깨끗하게 씻고 나와서 서로 음식을 상대에게 떠먹여 주는 그런 장면을 본 기억이 납니다.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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