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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투 더 1991] 하늘에서 받은 대상 故 김현식 영상

입력 2016-01-07 10:33 수정 2016-01-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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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을 맞은 골든디스크 시상식엔 의미있는 '사건'도 많았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표적 '사건'이 고(故) 김현식의 대상 수상이다. 고인은 1990년 11월 1일 지병인 간경화로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사후 발표된 유작 6집의 수록곡 ‘내 사랑 내 곁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고인의 6집은 당연히 골든디스크 대상 후보였다. 하지만 정작 수상자는 세상에 없었고, 대리 수상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골든디스크 사무국의 결정은 고인의 아들인 김완제(당시 9살)의 대리 수상이었다. 김 씨는 무대에 올라, 아버지 대신 대상을 수상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했다.

골든디스크 30회 동안 가장 빛났던 스타 10명(팀)을 선정해 '골든★열전'을 준비했다. '가왕' 조용필, '발라드의 왕자' 변진섭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은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그 누구보다 후배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가객' 김현식이다. 고 김현식과 그의 아들이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던 골든디스크의 역사의 순간을 뒤돌아봤다.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오는 2016년 1월 20~21일 중국 선전(심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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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어떻게 나왔나

국내 대중가요 역사상 이 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탄생한 곡은 없을 것이다. 김현식의 유작 '내 사랑 내 곁에' 얘기다. 이 노래는 1988년 당시 신촌블루스에서 기타를 치던 오태호의 자자곡이었다. 이 곡을 들은 김현식은 노래에 흠뻑 취했고, 오태호를 설득해 곡을 받아냈다.

김현식은 1990년 5집을 발표한 뒤 사랑과 평화 최이철·김명수와 6집 녹음에 들어갔는데, 이 때 수록곡으로 '내 사랑 내 곁에'를 생각해뒀다. 작업을 진행이 빨랐고 고인은 이 노래를 가녹음까지 해놓았다. 하지만 6집 음반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던 1990년 11월 1일 김현식은 세상을 떠났다. 동료 뮤지션은 물론 그의 음악을 사랑하던 대중들은 침통했다. 그 만큼 김현식이 대중 문화계에서 그려가던 그림은 크고 위대했다.

그의 유작인 6집은 김현식이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었고, 그렇게 '내 사랑 내 곁에'는 가녹음 상태로 음반에 실리게 된다. 이 음반은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곡이 '내 사랑 내 곁에'였다.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가 들려준 마지막 노래 또한 추모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1991년엔 유난히 히트곡이 많았다. 이승환은 '너를 향한 마음'을, 신승훈은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각각 발표했다. 이상우는 '그녀를 만나는 곳 백 미터 전'으로 '대박'을 쳤고, 노사연 역시 '만남'이라는 '인생곡'을 이때 불렀다.

젊은 가수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심신과 윤상은 각각 '오직 하나뿐인 그대''이별의 그늘'을 발표했고, 강수지는 '흩어진 나날들' 신해철은 '재즈 카페'를 부르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모두 고인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1991년 골든디스크 시상식 대상자는 김현식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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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디스크 대리 수상 어떻게

남은 고민은 역시 대리 수상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먼저 그해 1집을 발표한 김장훈이 첫 번째 후보로 떠올랐다. 김장훈은 어려서부터 고인을 친형처럼 따랐다. 고인의 부모님 사업이 실패했을 때 김장훈의 집안에서 지냈고, 반대로 김장훈의 집이 어려워졌을 때는 김현식의 집에서 얹혀살았다. 사촌동생이라는 소문도 그 때문에 나게 됐다.

김장훈에게 고인은 멘토 이상이었다. 친형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김장훈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자 방황했다. 크게 흔들리던 김장훈을 찾아온건 고인과 음악 작업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었다. 고인에게 이야길 들었다면서 앨범을 내게 해줬고, 비슷한 시기 고인의 유작 '내 사랑 내 곁에' 역시 크게 히트했다.

골든디스크 사무국은 이 때 김장훈을 찾아와, 시상식에서 고인을 대신해 '내 사랑 내 곁에'를 불러주길 요청했다. 하지만 김장훈은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간결했다. "신인으로서는 좋은 기회였지만, 형을 딛고 일어서는게 싫다"는게 그의 말이었다.

김장훈이 시상식을 코 앞에 두고, 잠적해 버리자 사무국엔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보류했던 김완제 카드를 꺼냈다. 사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이 상을 받는 명분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김완제의 나이였다. 당시 9살이던 아이가 그 큰 중압감을 견뎌내고 대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완제는 무대에 올랐고, 가요계 거인 같았던 아버지 만큼이나 당당하게 수상했다. 이 사건으로 김완제의 인생에도 큰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김완제는 지난 2010년 김현식 20주기 기념 앨범에 참여해 ‘내 사랑 내 곁에’를 불렀고, 김현식 추모 앨범의 프로듀서로 나서기도 했다.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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