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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 혁신안과 폭로전 … 멍드는 경남 FC

입력 2015-11-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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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가 멍들고 있다.

대표이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 혁신안을 내세우며 억지를 부리고 경질당한 감독은 구단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칼을 겨눴다. '무리수'와 '폭로전' 속에 팀만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경남은 지난 23일 경남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박성화 감독을 경질한 뒤 구단운영 3대 목표와 9대 세부실천과제 및 3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에 따르면 경남은 2016시즌 선수단을 기존 36명에서 26명으로 축소 운영하고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 연간 예산도 기존 7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축소한다. 이 혁신안을 놓고 보면 퇴행에 가까운 행보다.

박치근 경남 대표는 이번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국가대표 감독과 선수를 많이 배출하여 한국축구의 산실로서 대단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진 경남인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경남FC가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수단이 축소되고 외국인 선수도 없이 예산도 줄어든 상황에서 일차적인 목표인 성적 향상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구계 인사들은 물론 구단 내부에서도 '축구를 전혀 모르는 대표이사'가 일방적으로 혁신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박성화 감독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박 감독은 이날 해임통보를 받고 곧바로 언론을 통해 구단의 비상식적인 운영을 폭로했다. 경남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 10승13무17패 9위로 리그를 마감하면서 박 감독의 경질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는 게 박 감독의 주장이다.

박 감독이 폭로한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승리수당이 10월부터 중단됐고, 외국인 공격수 스토야노비치에게 10골 이상 넣으면 지불하기로 한 5000만원의 추가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박 감독에게 그를 출전시키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실제로 스토야노비치는 10월 7일 충주와의 경기에서 시즌 9호골을 기록한 뒤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박 감독 자신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 그는 "잔여연봉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관련 문서를 구단에서 가져간 뒤 모른 척하고 있으며 집도 일주일 내로 비우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즌 내내 아무 말 없이 감독직을 소화하다 본인이 경질되고 잔여연봉 문제가 발생하자 구단을 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혁신(革新)이란 묵은 풍속과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을 뜻한다. 말 그대로 묵은 것들을 벗겨내고 새롭게 바꾸는 행위가 곧 혁신이다. 그런데 구체적이지도, 새롭지도 않고 뒤로 가는 행보를 반복하는 지금의 경남을 보면 혁신에 대한 믿음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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