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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 물 위로 빗물은 내리고…'

입력 2015-11-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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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입니다.

가을비가 메마른 땅을 적셔준 하루였습니다.

최악의 가뭄. 물이 너무나도 아쉬운 계절이었기에 더욱 반가운 가을비였습니다.

그러나 물은 또 다른 얼굴도 갖고 있습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똑똑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시간이 지나면 그 처마 밑 바위는 움푹 패이게 됩니다. 쉼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든 힘이지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 역시 '워터젯' 즉 물의 압력을 높여 만든 절단기를 이용하면 반으로 갈라집니다. 물은 유연하지만 그만큼 강하고 두려운 존재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 한국사회에선 그 '물'이란 단어에 또 하나의 위압적인 단어가 붙은 합성어가 운위됩니다.

'물대포'

처음 물대포가 시위 진압에 사용된 건 1960년대 미국에서였습니다. 최루탄, 곤봉보다 물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지요. 그러나 시위대가 물살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언론에 비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고 독일에선 물대포를 맞아 실명했던 사례도 나왔습니다.

2011년 런던 폭동을 겪은 영국 런던시장 역시 "내가 직접 맞아보겠다"라고까지 말하며 물대포 도입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눈과 같은 급소를 직접 타격하거나 물줄기로 인해 쓰러져 치명상을 입는 등 67가지의 문제점이 발견됐고.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찰의 전통이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권력은 물대포에 대해 매우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대포는 경찰봉보다 안전하다. 물대포 맞고 부상당했다면 거짓말"

지난 2008년 물대포의 안전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당시 서울 경찰청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랬으면 좋았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그 이후로도 물대포로 인한 크고 작은 부상은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 주말, 그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은 노인이 닷새째 사경을 헤매는 중입니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했을 때 발사하는 '대포' 그리고 세상은 온통 대결적 단어들로 넘쳐납니다.

'전문 시위꾼', '폭력시위', 또 반대편에선 '폭력경찰', '살수테러'

SNS에서도,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극단으로 달려간 대결적 언어들은 물이 아닌 '말대포'가 되어 서로를 겨누고 있지요.

11월 최대 강수량이라는 가을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여름 비가 너무나도 귀했던 탓에 가뭄은 아직도 해갈되지 않았습니다.

그 가뭄 속에 벌어진 처절한 물의 전쟁. 최루액 섞인 그 물 위로 가뭄을 적셔주는 빗물이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영국 내무장관의 말.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는 경찰의 전통이 훼손돼선 안 된다'

오늘(18일)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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