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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이야기]실력발휘 못한 '승부차기 神' 안준수

입력 2015-10-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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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U-17) 대표팀의 칠레 여정이 끝났다. 한국은 29일(한국시간) 벨기에와 칠레 U-17 월드컵 16강에서 0-2로 패했다. 조별리그를 2승1무, 1위로 통과해 기대가 컸지만 유럽 강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무실점 선방했던 안준수(의정부FC)도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다. 특히 그의 승부차기 실력을 보지 못해 아쉽다. 안준수 지인들은 내심 승부차기를 기대했다. 물론 승부차기까지 안 가고 이기는 게 모두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승부차기에 돌입하면 안준수가 대형사고를 한 번 터뜨려 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는 중·고교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승부차기의 神'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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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수문장이 되다

안준수는 독특한 이력으로 이번 대회 내내 주목받았다.

스페인에서 뛰는 이승우(바르셀로나B)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대부분 K리그 산하 유스팀 소속인데 안준수는 유일하게 아마추어 클럽에서 뛴다. 학교 수업을 다 받고 방과 후 운동을 한다. 한국은 유럽처럼 순수 아마추어 클럽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토양이라 안준수의 대표 발탁은 이례적이었다.

어린 시절 안준수의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의정부FC 민재홍 감독이다.

민 감독은 지역 선배인 안준수 아버지 안영주씨와 친하다. 조기축구회에서 같이 공을 차는 사이다. 아버지를 따라 운동장에 나온 안준수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민 감독은 "조그만 아이가 친구들 공을 막는데 집중력이 뛰어났다. 아이들은 보통 공을 무서워하는데 준수는 겁이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다. 민 감독은 안영주씨에게 아들을 골키퍼로 키워보자고 권유했다.

민 감독은 골키퍼가 옛날처럼 방어만 잘 하면 인정받는 시대는 갔다고 봤다. 최종수비수 역할도 소화할 수 있어야한다는 철학을 갖고 안준수에게 필드 선수들의 기본기 훈련도 병행해서 시켰다. 마침 의정부FC와 연계된 충의중학교는 전문 골키퍼 코치까지 두고 있었다. 안준수는 스승들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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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달다

안준수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충의중학교가 일반 학원 축구 클럽처럼 유명하지 않아 안준수의 존재도 묻혀있었다. 민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인 정정용 감독에게 "우리 학교에 괜찮은 학생이 있다. 직접 와서 기량을 평가해달라"고 객관적인 검증을 부탁했다. 마침 축구협회도 유소년 육성 정책을 대폭 강화하며 각 지역의 숨은 보석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정정용 감독은 안준수를 보더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9월 처음 U-15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충의중학교에서 안준수와 함께 공을 차던 미드필더 안재홍도 능력을 인정받아 함께 뽑혔다. 안준수와 안재홍은 사촌이다. 안재홍은 안준수 아버지 안영주씨 동생의 아들이다. 사촌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웃지못할 일화도 있었다.

민 감독에 따르면 안영주씨는 아들의 대표 발탁을 처음에 꺼렸다고 한다. 한 학교에서 사촌이 함께 대표팀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걱정했다. 안씨는 조카만 대표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 감독은 "부정한 방법으로 뽑힌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왜 그러느냐.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다. 아버지 인생이 아니라 아들의 인생이다"고 안씨를 간곡히 설득해서 겨우 둘 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들여보냈다.

처음에는 안재홍이 오히려 더 인정받았다. 민 감독은 "1년에 대표팀을 4번 소집하면 재홍이는 3번, 준수는 1번 뽑히는 정도였다"고 했다. 알고보니 정정용 감독의 구상이었다. 정 감독은 "준수는 지금 또래 중 넘버1,2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장래성은 더 크다. 어린 선수가 희망을 잃으면 안 되니 1년에 1번 정도는 뽑아서 자신감도 주고 더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지도자의 안목이 훌륭한 자원을 사장시키지 않은 것이다.

안준수는 축구협회 전임지도자인 차상광 코치가 U-17팀 골키퍼 코치로 부임하면서 급성장했다. 차 코치는 안준수를 보며 "어린 녀석답지 않게 침착하고 성실하다. 잘 다듬어보고 싶다"며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안준수는 드디어 또래 중 넘버1 골키퍼로 자리를 굳혔고 '꿈의 무대' 월드컵을 밟게 됐다. 사촌 안재홍은 아쉽게도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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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더 밝다

안준수는 칠레 월드컵 기간 내내 침착한 플레이와 안정적인 방어로 호평 받았다. 조별리그 브라질전과 기니전(이상 1-0승)에 선발로 나와 각각 8개와 7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민 감독은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에서 안준수가 더 돋보일 거라 봤다.

안준수는 중·고교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승부차기의 신'이라 불린다. 민 감독은 "승부차기를 가면 5개 중 많이 막는 날은 3개, 적어도 2개는 막아낸다. 우리 키커들이 준수가 막은 것보다 하나 더 넣으면 이기는 거고 그러지 못하면 졌다. 전국대회 우승할 때 준수를 보며 다들 승부차기의 신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전했다. U-17 월드컵은 어린 선수들의 체력 보호를 위해 16강부터 90분에 승부가 안나면 곧바로 승부차기 돌입하는데 민 감독은 안준수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는 "준수는 상대 키커 디딤발의 움직임을 보고 미리 방향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타이밍을 선천적으로 잘 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팬들은 그의 신출귀몰한 방어 능력을 볼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벨기에에 전·후반 1골씩 내주며 0-2로 패했다. 실점 장면에서 안준수의 플레이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별리그와 달리 경기 중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긴장이 돼 수비수와 호흡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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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수와 U-17대표팀의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안준수의 축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실력 발휘할 기회는 얼마든지 더 있다. 민 감독은 "이번 월드컵 경험이 준수에게 엄청난 자신이 될 것을 본다"며 "아직 어린 나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하고 준수 성격상 그러지 않겠지만 자만하거나 안주하면 안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훈련하면 더 발전할 선수다. 애정을 갖고 준수를 더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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