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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용욱 "저작권 국가에 있는 국정교과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어 문제 심각"

입력 2015-10-19 22:31 수정 2015-10-19 23:29

'집필' 거부한 한국역사연구회, 왜?
"현실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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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거부한 한국역사연구회, 왜?
"현실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앵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문제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집필 거부하는 교수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오늘도 집필 거부를 한 학교들이 생겨났습니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거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이 시점에서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주에 국내 최대 역사 관련 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토론 끝에 제작 과정 일제히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용욱 사학과 교수를 스튜디오에 잠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논의 과정은 저희가 지켜보지는 못했습니다. 비공개로 하셨기 때문에 혹시 거기서 토론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의견이었습니까? 770여 명을 대표하시는데.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 그날 결정사항이 집필거부 등 일체 제작에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결정을 했고 또 필요하다면 대안적인 한국사 도서를 발행하겠다는 결정을 했었는데요. 그 두 가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앵커]

이견이 없었단 말씀인가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쉽게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요. 그거보다는 이미 그 이전에 회원분들께서 국정화 예고가 난 다음에 뭔가 행동해야 되지 않냐는 의견이 빗발치듯이 있었고요. 그래서 비상회의를 소집하면서 아마 저희 연구회 생긴 이래 처음인 것 같은데 회원분들한테 의견을 보내달라고 이메일로.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의견들을 검토하면서 우리가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되고 어떤 대책들을 세워나가야 될지 그 장단기 대책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의견들이 어떤 게 들어왔습니까?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앵커]

대부분 다 반대하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런 것이었습니다.]

[앵커]

지금 정용욱 회장께서 몸담고 계신 서울대는 공식적으로 집필거부를 선언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직 없는 거 아닌가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교수님들과 신중하게 논의 중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서울대에 가지고 있는 기대에 맞추어서 행동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조금 자세를 앞으로만. 의자가 기울어지기 때문에 자꾸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 참여를 하지 않으면 역사교과서가 부실해지지 않겠느냐. 국정화된다 하더라도. 부실화된 것으로 학생들이 배워야 되는 것은 교수들이나 아니면 다른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아쉬운 일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참여해서 교과서를 잘 만들어내는 방법은 어떠냐는 이른바 현실론이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예 없습니까?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기에나 현실론이 있고 그러다가 친일파로도 가고 그런 건데요. 어느 한 신문에 74년 첫번째 국정화 교과서를 집필했던 원로 교수님들의 인터뷰가 어느 신문에서 보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들이 하시는 얘기가 집필진의 반대를 꺾고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을 마음대로 집어넣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쓴, 당신들이 쓰신 원고에 누군가가 가필을 해서 멋대로 했다는 건데 그리고 얼마 전에도 그것은 독재체제하에서 있었던 일이고 독재체제가 민주화된 이후에도 국정교과서가 어느 정도 진행됐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집필에 참여했던 교수님도 자기가 쓴 원고를 나중에 관료가 마음대로 고쳤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게 국정제입니다. 국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앵커]

그런데 요즘 세상이 그런 세상이냐, 황우여 부총리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렇게 만들 수가 없는 것이 아니냐.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 계속 그걸 얘기했는데요. 국정제라는 시스템 자체가 저작권이 국가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필자가 원고를 제출한 다음에 자기 원고에 대해서 저작권을 얘기할 수 없는 게 국정제예요.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그렇다면 그런 가능성이나 이런 것들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앵커]

그런데 그 가능성만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라고 그건 여당 쪽에서도 얘기했고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어쨌든 전체적으로 학자분들이 생각하는 것은 거기에 참여해서 오물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지금까지 나온 상황으로 봐서는 집필에 참여할 사람이 굉장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러니까 이게 지금 역사학 또는 역사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어버렸거든요. 그것도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그러니까 설사 학자들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갖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는 분이 있을지라도 거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권력의 시녀 내지는 정치적 도구다라는 자체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셈이 됐어요.]

[앵커]

그런데 그거는 이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일 수 있고.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러니까 예컨대 학자에게 학자분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생각이 분명한 분들인데 소신껏 쓰고 자기가 소신껏 쓴 원고가 얼마든지 다르게 편집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는 것이고요.]

[앵커]

그러면 이렇게 보는 건 어떻습니까? 찬성하는 쪽에서는 지금까지 역사교과서가 이른바 좌경화된 김무성 대표는 90%가 좌경화됐다고 해서 정 교수님께서 좌경화된 분인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좌경화된 사람들에 의해서 집필이 됐고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 아니냐, 다시 말해서 정부가 얘기하는 이른바 올바른 교과서. 거기에 나름대로 신념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들도 있겠죠?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있을 수 있겠죠.]

[앵커]

이미 또 있다고 말씀하시니까.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죠.]

[앵커]

그래서 그 교과서가 그렇게 해서 나오면 내가 쓴 걸 정부가 고치지 않더라도 그건 내 생각이니까 그렇게 적혀 있는 것이고 이것이 올바른 교과서다라고 해서 국정화된 교과서가 나오겠죠. 그런데 결국은 거기에 반대하시는 그런 입장이시고.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런 셈이죠.]

[앵커]

핵심적인 반대 이유는 뭡니까, 그렇다면.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 예컨대 지금 2013년에 교학사 사태가 있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교학사 교과서가 간행됐지만 교육현장에서 0%대의 채택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사태는 0%대의 채택률을 기록한 교과서의 필자가 나머지 100%의 다른 교과서들이 대표하는 100%를 좌경이라고 비판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고 이제 또 집권 여당의 대표가 그것을 굉장히 거친 표현으로 이렇게 표현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상식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일입니까? 예컨대 국정화 교과서 찬반이 대체로 비등하게 나온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심지어 역사전쟁을 해야 된다라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앵커]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나왔습니다.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러면 저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굉장히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느낌이 묘해지는 거예요. 공당의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국민들 상대로 쓸 수 있는 용어인가. 그러면 어쨌든 찬성하는 사람들 반 놔두고 나머지 반. 저는 반대 여론이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사안의 본질을 국민들이 이해할수록. 그러면 나머지 반을 적으로 모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공당의 대표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나치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어쨌든 역사학자나 역사교사들이 가장 분개하는 것은 역사학이나 역사교육에 권력이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

[앵커]

그러면 지금 만일에 교과서가 그래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생각이 맞다면.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가정으로.]

[앵커]

검정체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저는 이게 기존 교과서의 치명적인 결함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야기된 사건이 아니라 실제 교육현장에서 아무런 무리없이 검정제 교과서의 역사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앵커]

물론 그동안에 교과서 집필지침이 라든가 이런 거에 따라서 다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리고 절차와 형식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용도 문제가 없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하여간 바꿔야 된다는 쪽에서는 교과서가 좌경화됐다고 주장을 했으니까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예컨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신 분들도 자유롭게 교과서 발행제도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검정제 혹은 인정제, 그 이전에 자유발행제잖아요. 그걸 통해서 경쟁을 하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난번 경쟁에서는 0%대의 채택률과 0%대의 채택률을 보였다라는 것이죠.]

[앵커]

황우여 부총리가 얘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한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 한시적으로 하려면 굳이 뭐하러 이 혼란을 일으켜가면서까지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교과서가 잘못돼 있으니까 바로잡은 다음에 검인정으로 가자는 뜻 아니었을까요?

[정용욱 회장/한국역사연구회 :그게 아까 내가 얘기했던 나치시대나 군국주의시대나 가능한 얘기 아닐까요?]

[앵커]

알겠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 돼서 더는 듣지 않겠는데요. 한국역사연구회 입장은 명확하게 잘 들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반대 논리로 얘기하신 분들도 있고 제가 지난주에 이 문제로 사실 토론도 했었고요. 또 필요하다면 더 토론해도 좋겠지 않겠냐는 생각들도 저희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용욱 서울대 사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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