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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훈민정음 상주본' 보상 1천억원, 적정한가?

입력 2015-10-12 22:14 수정 2015-10-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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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동안에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큰 화제였습니다. 이걸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인물이 문화재청에 이걸 헌납하는 대가로 1000억원을 내놔라, 이렇게 요구를 한 건데. 글쎄요, 상주본의 가치를 1조원으로 보고 그 10%를 달라고 한 거라는데. 어떻게 그런 가치를 매긴 건지 또 그 정도의 보상금은 정당한 것인지 관련된 궁금증들을 오늘(12일) 깨끗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팩트체크 시작하죠.

김필규 기자, 1조원이라는 가치 산정은 당초에 어떻게 나온 얘기입니까?

[기자]

먼저 여러 가지 문화재 가치산정 방식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우선 건물 문화재의 경우 '문화재청 건물대장'에 가치가 적혀 있어서, 경회루의 경우 99억 원, 남대문은 34억 원입니다.

[앵커]

이건 무슨 기준입니까?

[기자]

이건 순전히 건축비와 토지가격을 바탕으로 한 장부가격입니다.

[앵커]

땅값하고 건축비요? (부동산적으로 한 거라…) 일반 주택은 오래된 집값은 쳐주지도 않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역사적 가치는 여기에 안 들어가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보시는 이 액수가 사실 문화재적 가치는 안 들어간 거 아니냐라는 논란도 있고 논란도 있고 그런 평가가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볼 거는 보험료로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경우 2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를 위해 빌려주면서 보험에 가입했는데 그때 평가액이 500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록이 없는 경우 '조건부 가치측정'이라고 해서 어떤 문화재나 자연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시민들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 평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에 대한 1조 원이라는 가치는 이 중의 한 방법으로 나온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3가지에 해당하지는 않고.

1조원이 어떻게 나왔느냐. 문화재청에 확인을 해 본 결과 배 씨와 문화재청이 민사소송을 할 당시에 검찰에서 감정을 요구했는데요. 비슷한 다른 문화재인 직지심체요절의 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고 이미 나와 있는 게 있으니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도 그 정도일 거라는 진술을 법정에서 했던 겁니다.

그러면 직지의 가격은 어떻게 산정했을까? 그게 조금 전 이야기한 3번째, 조건부 가치측정 방식으로 한 것인데요.

전국 성인 남녀 340명을 대상으로 '직지의 보전 및 세계화를 위해 얼마나 쓸 수 있습니까?' 물은 뒤 전국 단위로 환산해 그 가치가 8694억 원에 이른다는 결론을 낸 겁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과장된 면도 있고, 문화재청도 상주본이 그만큼 귀한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1조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무튼 그 상주본이 진짜는 맞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지난번에 전문가들이 진짜라고 얘기는 했었죠? 그런데 그게 전체를 다 보여준 것도 아니고 한두 페이지를 보여줬다면서요?

[기자]

네.

[앵커]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다 사실은 어찌 보면 실제로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추상적이고 그럴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우선 들고요. 그런데 그거보다도 지금 또 한 가지는 10%를 요구했잖아요. 그러니까 1조원이라고 정해 놓은 것도 사실은 그게 전혀 모든 사람들이 합의한 것은 아닌데 아무튼 거기에 10%를 요구를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 10%라는 건 선례가 있다든가, 뭐 그렇습니까?

[기자]

확인을 해 봤는데요. 관련법에 '문화재의 발견자, 습득자 및 발견된 곳의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있습니다.

보통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감정을 해 평가금액이 나오면 발견자나 소유자는 이 결과에 따라 보상금을 받게 되는데, 그동안 사례를 살펴봤더니 50%를 준 적도 있고 일정 금액을 따로 떼어준 적도 있습니다.

10%라고 명문화된 것은 없고 보상금 규모도 1억 원을 넘은 적은 없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국보급 유물들은 원래가 국가소유다, 이 배모 씨가 이걸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그냥 뺏는다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얘기도 나왔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기자]

소유권 주장하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딱히 주인 없이 땅에 묻혀 있거나 바닷속에 있던 문화재를 발굴했을 때 기본적으로 국가에 귀속되는 겁니다. 하지만 애초 개인이 가지고 있던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 이야기였는데, 들어보시죠.

[김상엽 연구교수/건국대 인문학연구원 : 보물이나 국보나 마음대로 매매하고 소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걸 정기적으로 보관을 잘하고 있느냐, 정말 제대로 갖고 있느냐, 그런 것을 검사를 받고 우리나라에서 갖고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헌법적인 얘기죠. 문화재 보호법보다 헌법의 개인의 사유재산(이 우선)이고.]

실제 지난달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선 월인석보와 경국대전 등 19점의 개인 소장 문화재가 경매로 나온 적 있습니다.

국외로 반출하지 않는 한 소유와 매매가 가능한 거죠.

[앵커]

그러면 배씨가 국가 헌납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는 겁니까?

[기자]

그런데 문제는 이게 지금 정말 배 씨 소유냐 하는 겁니다. 원래 이 상주본은 골동품상인 조모 씨가 가지고 있던 걸 배씨가 고문서를 한꺼번에 사 오는 과정에서 같이 들어온 겁니다.

조씨는 이걸 판 적이 없다며 배씨를 절도죄로 고발하고 돌려줄 것을 요구했는데 법원에선 절도에 대해선 무죄, 다만 원주인인 조 씨에게는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소유권을 인정한 거죠.

그리고 조 씨는 이를 문화재청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아직 상주본은 배 씨가 가지고 있는 겁니다. 현재 법원 판결 상으로 상주본의 주인이 문화재청이니 배 씨가 공개적으로 이걸 팔 수는 없습니다.

[앵커]

그러면 배 씨가 남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예를 들면 소송 등을 통해서 강제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 이런 건 없나요?

[기자]

어떤 형사 조치를 할 수도 있고요. 그런 조치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실제로 있기는 있는데요.

일단 한차례 가택 압수수색을 했는데 찾지 못했고 어딘가에 숨겨놓은 상태입니다.

문화재를 숨기면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는 있는데, 만약 그렇게 형사조치를 해도 배씨가 어디 있는지 밝히지 않고 형만 살고 나오면 문화재청 입장에서는 더 어떻게 할 도리가 없게 되는 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배 씨가 무죄판결 받기 전에 잠깐 들어가 있을 때는 검찰인가 뭔가 가서 굉장히 찾았다면서요. 그런데 안 나왔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문화재청하고 배 씨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평가가 엇갈리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천억을 제시한 것은 터무니없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발견자로서의 명예를 존중해줘야 하는데 무조건 내놓으라면 정부가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면서 공통된 의견이 훈민정음 해례본은 '무가지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거였는데,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값을 올리고 깎고 하는 흥정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그나저나 어디에 숨겼을까요?

[기자]

잘 모르겠습니다.

[앵커]

숙제로 내드리고 싶은데… 풀 수 없는 숙제라서 안 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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