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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혐오스런 붉은 페인트'

입력 2015-10-0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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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으로 이어갑니다.

1990년대 한 페인트 회사의 광고입니다. 국내외 광고상을 휩쓸만큼 수작으로 평가받았지요. 그런데, 이 광고를 이렇게 해석한 이도 있었습니다.

"붉은 페인트를 적신 붓으로 도미노를 건드리자, 연쇄적으로 도미노가 쓰러져 새 세상이 펼쳐졌다. 북한의 적화야욕을 표현한 것이다."

극우 성향의 한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광고 속에 '적화(赤化)', 즉 공산화의 음모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붉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죄다 혐오스러웠던 걸까요.

나와 다른 누군가를, 혹은 다른 생각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고 가 결국 마녀사냥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비상식. 그것은 지금도 이 사회의 가장 높은 곳들을 점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이런 선전에 현혹된 국민은 제물이 되기 쉽다"

친북인명사전 발간을 주도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발언입니다. 그 발언 내용보다, '나는 건전한 생각을 지녔다'는 자기 확신이 더 소름끼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기록관의 현판이 바뀐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현판 글씨체의 주인공이 신영복 교수였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용공사건에 연루돼 투옥된 경력을 문제 삼은 겁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사회 곳곳에 공산주의자가 숨어있다고 말한 고영주 이사장은 '부림사건' 즉 조작된 간첩사건의 담당 검사였습니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합리성을 떠난 혐오는 이념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논란이 돼서 저희가 팩트체크에서도 다룬 패스트푸드 광고라든가 IS에 가담한 김군 사건 등은 이 땅의 일부에서 표출하고 있는 여성혐오를 대변합니다.

또한 극단적 제노포비아, 즉 외국인, 특히 이민자에 대한 혐오는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속도로 번지는 중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이런 비합리적인 혐오의 역사는 그리 짧지도 않습니다.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바로 그랬습니다.

정치인들은 지역감정을 잘도 이용했고 아마 내년 총선에서도 이런 고질적인 혐오증은 또 부추겨지고 악용되겠지요.

현판에서 사라진 글씨의 주인공, 신영복 교수는 옆 사람의 체온 그 자체가 증오의 대상이 되는, 감옥에서의 여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존재 자체로 미워해야 하는 사회라면 한국사회도 여름날의 감옥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8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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