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음원 사재기' 의혹…누가, 왜 그런 일 벌이나

입력 2015-09-21 21:53 수정 2015-10-01 16:4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음원 사재기를 취재한 기자와 함께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제윤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에도 음원 사재기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당시엔 일부 대형기획사들이 집단으로 고발장을 내 검찰 수사가 진행됐는데요.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 났습니다.

[앵커]

이번에 가짜 추정 아이디는 어떻게 파악한 겁니까?

[기자]

저희 취재진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 등록된 아이디들을 전수조사해봤는데요.

전문 프로그래머와 함께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가수들의 팬들이 누구인지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는데요. 한 번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해당 가수의 팬페이지 URL 주소를 확인합니다.

URL엔 가수마다 고유번호가 있는데요. 이 번호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가수의 팬이 몇 명인지 나오고요. 이 가수의 경우 3만명이 넘는 팬이 아이디가 등록돼 있었는데, 이걸 엑셀 파일로 정리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보시는 것처럼 동일패턴의 아이디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예를 들어 앞 단어는 같지만 뒤에 번호만 다른 아이디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새로 가입하거나 탈퇴하기 때문에 아이디 리스트는 계속해서 바뀝니다.

어쨌든 특정 가수뿐만 아니라,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신 것처럼 이런 가짜 추정 아이디는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앵커]

팬이 많다고 해서 순위가 올라가거나 하는 겁니까?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팬의 숫자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진 않습니다.

하지만 동일패턴 아이디가 한 가수의 신곡을 계속 듣거나 다운로드를 받으면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아이돌 그룹의 팬으로 등록돼 있는 아이디를 엑셀로 정리한 건데, 여기 보시면 동일 패턴 아이디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옆에 모자이크 처리돼 있어서 확실하게 구분하긴 어려우시겠지만, 보시면 최근 들은 음악 목록이 나와 있습니다. 이 목록을 보면 특정 가수 곡만 무한 반복해 듣거나, 그 가수의 곡만 다운로드받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또 최근 들은 곡이 아예 없는 아이디들도 많은데, 이 경우엔 일부가 다운로드만 받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디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앵커]

해당 사이트 멜론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멜론 측은 현재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동일패턴 아이디들이 다수 보이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순위 선정에서 해당 아이디들을 거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얘기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아이디가 있는 가수들이 차트 상위권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앵커]

그러면 이 가짜 추정 아이디는 누가 만들었느냐, 그게 또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빗나간 팬심일 수도 있고요, 또 하나는 조직적으로 누군가 순위 조작을 위해 개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먼저 해당 가수의 팬들이 직접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어 특정곡을 계속해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 받기도 합니다.

저희 취재진도 확인해봤더니, 음원이 발매됨과 동시에 팬들끼리 모여 이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더라고요.

다른 하나는 가수 측 관계자 그러니까 기획사 또는 가요 홍보대행사가 개입됐을 수 있다는 건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일부 음원 홍보 업체들은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구축해 조직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한다고 전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했건 음원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건 사실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선 수사당국이 철저히 수사해서 정확한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만일 음원 사재기를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해서라도 순위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수익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겠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시장 구조를 보면 기획사들에게 음원 순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음원 순위가 올라가야 방송사나 광고, 행사 등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가수의 몸값이 뛰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오늘 소속사나 가수들을 익명으로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시장 구조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적지 않은 기획사가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고, 이런 시장 구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습니다.

[앵커]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음원을 새로 내놨을 때 그 순위를 올리고 싶어하는 것은 팬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예를 들어 기획사나 홍보업체가 개입돼 있다면, 그것은 수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일단 진행하겠습니다. 음원 사재기 문제, 정제윤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관련기사

문학 지원 작품선정도 정부 입김?…'정치 검열' 의혹 '연극 검열' 의혹 한국문화예술위 "의견일 뿐 개입 아니다" 한국문단 잇단 표절 논란…소설가 박민규 '도용' 인정 제품 절반이 타 지역산인데…홍삼·멸치 '원산지 논란' [단독] 지방소방위 승진시험 오류 논란…불만 폭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