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포태한 몽리자들이 통정하여…'

입력 2015-08-26 23:0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삼복이 거한지 오래건만 한식이 그리우니 노망이 났나보이."
"창해일속이나마 이인동심으로 준비했습니다." -KBS 드라마 '추노'

조선시대가 배경인 드라마 중 대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양반 두 사람이 한자어를 섞어 이야기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죠.

그래서, 드라마에선 두 사람의 대화에 우리말 자막을 달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한참 더운 철이 구만, 뭐 시원한 것 없나?"
"별 것 아니지만 둘이 한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언어로써 상것과 양반이 구분되던 조선시대의 모습입니다.

물론, 당시에 양반이 실제로 저렇게 대화한 건 아닐 테고, 작가가 풍자해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어제(25일), 법률용어를 쉽게 바꾼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습니다. 1057곳을 손을 봤다고 합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용어로 문장을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포태한 몽리자들이 통정하여 서손했다."

이 말은, 다른 시대가 아닌, 우리와 함께 21세기를 사는 법조계의 언어입니다.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으신지요?

오늘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이 바로 이말입니다. 뜻은 잠시 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광복절이나 한글날이 되면, 용어순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곤 합니다.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분야가 어디일까요. 법률·의료·금융·세무…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분야지요.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 공교롭게도 이른바 수입이 높은 전문직들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이들 전문직의 말을 잘 이해하려면, 반드시 '자막'이 필요한, 그런 분야입니다.

굳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언어와 지식은 자칫 사회적 계층을 구분 짓는 도구로 사용돼온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맹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지금의 시대에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언어의 장벽을 이용해 기득권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라 해석한다면 우리가 너무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걸까요?

앞서 보여 드린, 법률 용어로 된 문장의 뜻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포태한 몽리자들이 통정하여 서손했다."
"임신한 이용자들이 서로 짜고 문서를 파기했다."

역시나…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