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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온상 된 대형병원…"병원 문화 개선 절실"

입력 2015-07-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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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온상 된 대형병원…"병원 문화 개선 절실"


감염병 온상 된 대형병원…"병원 문화 개선 절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허술한 공공의료체계와 한국의 특수한 병원 문화가 메르스 확산 사태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병 고치려다 병 얻는다'는 말처럼 병원에서 오히려 메르스에 감염됐다.

특히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메르스 유행의 2차 진원지가 된 곳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에서 비롯된 '빅5 병원' 쏠림 현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의료이용 실태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만 91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확진자 중 절반에 달한다.

이 병원 슈퍼전파자인 14번째 환자는 메르스에 감염돼 폐렴 증상이 악화하자 5월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하려 했다. 그런데 비어 있는 병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무려 사흘간을 지냈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는 탓에 응급실은 매번 북적인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 조사에 따르면 주요 대형병원의 과밀화 지수는 대부분 100%를 넘는다. 서울대병원이 175.2%로 가장 높았고 삼성서울병원(133.2%), 전북대학교병원(130.7%), 분당서울대학교병원(125.5%) 등 상급 종합 병원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 병원은 365일 응급실이 붐빈다는 의미로 과밀화지수가 100%를 넘으면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 응급실 내원환자가 간이침대나 의자, 바닥 등에서 대기하게 된다.

대형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몰리는 만큼 응급실 대기 시간도 길다.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옮겨져 치료를 받는 시간은 평균 6.3시간으로 하루를 훌쩍 넘는 병원도 상당하다.

이렇듯 감염병에 취약하지만 '빅5'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보건의료 분석 평가 사이트인 '팜스코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 실적을 분석한 결과 '빅5' 병원이 2014년 한 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진료비 총액은 2조9798억원으로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8조5649억원)의 34.8%를 차지했다. 전년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이 무조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만큼 동네 의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평소에 환자의 건강을 꾸준히 돌보고 진료하는 주치의 제도가 없는 것이 환자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뿐 아니라 다닥다닥 붙은 병상 구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계보건기구 합동평가단은 메르스 확산 원인의 하나로 국내 다인실 문제를 꼽았다.

실제 국내 병원은 4인실 이상이 85% 이상을 차지해 감염 우려가 크다. 또 현재 의료법상 우리나라 병실 면적 기준은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이 권장하는 병상 당 면적 기준에 턱 없이 못 미친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1인실을 많이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 전파력이 큰 호흡기나 감염 질환자들이라도 격리 병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단순히 1·2인실 확충이 아니라 보장성을 강화하고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병상당 면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명지의료재단 이사장)는 "결국 감염관리, 응급실 과밀화 등 모든 문제 해결은 돈에서 비롯된다"며 "공적 재원을 의료 인프라 강화에 실질 환원해야 병원이 건강해지고 인력이 풍족해질 수 있다"고 촉구했다.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는 의료 쇼핑과 한국 사회의 문병 문화도 메르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WHO 합동평가단 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사무차장은 지난달 메르스 확산 원인 합동 조사 브리핑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 여러 군데의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 쇼핑 관행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고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를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로 인해서 2차 감염이 더 확산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1실이 아닌 다인실에서 가족, 보호자들이 의료진 대신 환자를 돌보는 탓에 가족, 보호자 모두가 잠재적인 환자가 된다는 것이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는 2018년으로 예정된 포괄간호서비스(간호사·보조 인력의 간병서비스 제공) 제도 시행을 2017년으로 앞당기고 시범사업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해 전면 도입해야 한다"며 "국회는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잠자고 있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응급의료기관에 감염 대응시설을 보충해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을 없애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 다인실 수는 축소하고,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가 따로 진료 받도록 하는 등 병실의 구조를 변경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병원 내 1~2인실 격리 병상 확충을 위해 수가 보전 개편 등 감염병 관리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충했다.

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기존에는 환자 1명 당 단위 면적으로 병실 면적을 규정했지만 앞으로는 환자와 환자의 거리나 병실 공조 체계 등까지 세부적으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병실의 공간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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