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매 논란…'내 귀에 도청장치'

입력 2015-07-13 21:3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너무도 유명한 방송사고였습니다. 피해망상 장애가 있는 한 전직 선반공이 방송사에 침입해 벌인 일이었지요.

27년 전 일이었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한 장면입니다. 사실 제게는 잊지 못할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이 청년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당시 앵커의 리포트 소개가 바로 제가 취재했던 리포트였기 때문입니다.

축구를 하다 다친 귀가 먹먹해진 현상을 '도청장치'라 오해했던 청년. 이 웃지 못할 사건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는 1980년대 시대적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툭하면 웃지 못할 이유로 잡혀가곤 했던 이른바 '막걸리 보안법'의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는 겁니다.

누군가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생각만 해도 등골 오싹해지는 이야기들은 지금도 낯선 풍경만은 아닌가 봅니다.

지난 2005년.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비밀도청팀 '미림'을 만들어 주요 인물들의 대화를 도청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이후 국정원은 "모든 도청장치를 용광로에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사찰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지요. 5년 뒤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 문제가 됐고 10년 뒤. 국정원과 주소가 같은 것으로 확인된 우리나라의 5163 부대가 전 국민의 PC와 휴대폰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평범한 우리시대 모든 이들을 향해 사찰의 범위는 더 넓어진 셈입니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 모든 것들을 감시할 수 있고 그렇게 마치 원형감옥의 감시자처럼 모든 걸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항상 모두가 무언가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이 편집증적인 의심사회가 일상화된다면 27년 전 우리가 미쳤다고 믿었던 한 청년의 외침은 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실은 이 세상의 실체를 무려 27년 전에 미리 알아버렸다는 걸 얘기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귀에 도청장치'

이제는 한 청년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이 말을 합창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13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최용수, 시민의식…'웰메이드 드라마' [앵커브리핑] 유승민 결국 사퇴…'라이온 퀸' 카톡 등 메신저 해킹 문의까지…커지는 도감청 의혹 국정원 추정 5163부대, 제3업체 내세워 감청 프로그램 구입 감청 프로그램 구입 의혹, 사찰용일 경우 법적 책임은 [단독] 국정원 추정 5163부대, 제3업체 내세워 감청 프로그램 샀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