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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철탑왕국' 당진, 송전탑 100개 또?…불안한 주민들

입력 2015-06-30 22:16 수정 2015-06-3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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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력의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주민들은 지금 수년째 반대해오고 있죠. 그런데 정부가 충남 당진에 고압 송전탑 100여 기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당진엔 500기가 넘는 송전탑들이 마치 숲처럼 들어서 있는데 여기에 다시 송전탑을 더 세운다고 하면서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송전탑을 추가로 짓는데 최소 2000억 원이 들어가는데요, 다수의 전문가들은 필요하지 않은 시설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당진 교로리.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고압 송전탑 수십여 개가 늘어서 있습니다.

[조민형/마을주민 : 무섭죠. 더군다나 그 황소개구리처럼 우우웅 하잖아요. 그쪽에는 불안해서 근처에 안 가려고 하죠.]

당진엔 현재 525기의 송전탑이 있습니다.

그중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전류가 흐르는 765kV 고압 송전탑만 80기에 달합니다.

일반 가정용 전기가 220볼트인 걸 감안하면 765kV 송전탑엔 3500배 이상 높은 전류가 흐르는 겁니다.

그런데 당진에 고압 송전탑 100여 기가 추가로 설치된다는 계획이 알려진 이후 마을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북당진과 신탕정 사이에 27기 송전탑 건설이 이미 확정됐고, 당진화력과 북당진 구간에 80여기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임시택/마을주민 : 더 증설되면 못 살지. 못 살아요. 지금 계속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예요.]

한전 측은 재해나 재난에 대비해 송전탑 추가 건설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동완/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의원 : (송전탑이) 재해나 재난으로 단전이 되게 설계됐을 가능성은 없다라고 봅니다. 계속 (한전에) 추궁을 했죠. 그랬더니 감사원 지적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그러더라고요.]

2011년 1월, 한전 감사보고서입니다. 감사원은 고압송전탑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정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765kV 송전탑의 경우, 두 개의 회선이 있는데 1회선이 고장 나면 2회선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감사원은 이 두 회선이 모두 고장 났을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 : 당시에 정전 한참 문제가 되고, 그런 게 발생했을 때 보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취지로 지적이 됐던 것 같은데요.]

당시 한전은 이 지적에 대해 "송전선로 2회선 동시 고장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대규모 투자가 유발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감사원 지적 자체가 비전문적이라고 꼬집습니다.

[김영창 교수/아주대 에너지학과 : 두 회선이 동시에 사고가 난다는 건 백분의 1 곱하기 백분의 1하면 만분의 1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런 논리면) 온 천지를 전깃줄로 깔아야죠.]

하지만 2013년 8월, 한전은 고장을 대비해 345kV 송전탑을 예비로 더 짓겠다며 입장을 바꿉니다.

전문가들은 송전탑이 더 많아지면 오히려 대규모 정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박현수 교수/순천향대 행정학 (대정전 연구 박사) : (미국) 오하이오 북부에서 일어난 (정전) 사건이 결국은 지역 수준에서 끝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송전망이 많이 연결돼있기 때문에 뉴욕 맨해튼, 캐나다 온타이로까지 다 번지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취재진은 한전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765kV 송전탑이 1, 2회선 모두 고장 난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동시 고장 난 건 지금까지 2007년 강원도에서 한 차례 있었습니다.

당시 고장 이유는 기계적 결함 때문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습니다.

한전 측은 기존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낙뢰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대규모 정전 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김영창 교수/아주대 에너지학 : '국도가 부족하니까 고속도로 지어야 하네요' 그러고 '고속도로 막히니까 국도 한 10개 더 지어야 하네요' 그 얘기하고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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