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삼풍 20년…'난지(蘭芝), 지극히 아름다운'

입력 2015-06-29 21:49 수정 2015-06-29 23:1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트위터

시청자 여러분 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난지'. 난초와 영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미인이나 현인 같이 지극히 아름다운 무언가를 비유할 때 쓰인다고 하지요.

"지극히 아름다운…"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난지도.

이 아름다운 이름의 섬에 서울의 쓰레기가 매립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8년이었습니다.

이후 난지도는 15년 동안 서울시민이 만든 80m 높이의 쓰레기 산이 됐습니다.

지금은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생태공원이 조성됐고 많은 시민이 사랑하는 쉼터로 변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 아래에는 우리가 마치 쓰레기처럼 버린 현대사의 가장 부끄러운 상처가 깊이 묻혀있습니다.

단 2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20년 전 바로 오늘.

1500여명의 머리위로 강남의 부를 상징하던 최고급 백화점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저는 당시 뉴스속보의 앵커였습니다.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기 힘든 장면들이 계속됐습니다. 사람의 목숨 앞에 돈을 내세웠기에 발생했던 비극이었습니다.

더욱 믿을 수 없었던 사실은 당국이 사고 보름 만에 현장 잔해 3만 4천톤을 당시 폐쇄되어있던 난지도 쓰레기장에 매립했다는 것입니다.

실종자 상당수의 시신을 미처 찾지도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박정순/삼풍 사고 유가족 : 우리가 호미를 들고 가서 확인을 해가지고 조그만 뼈라도 있으면 골라가지고 부대에 담아요. 나는 뼈 하나 못 찾았어요. 그러니 20살이 넘은 아이 뼈 하나 못 찾고 이러고 있는데 눈을 감아도 눈물 나.]

붉은색 손지갑. 잡화부 여직원의 이름표가 들어있는 푸른색 손가방.실종자 가족들은 쓰레기 더미로 변한 잔해를 맨손으로 파헤쳐야 했습니다.

기억해야 할…그리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비극을 곧장 매립해버린 불행한 시대.

아마도 빨리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렇게 허겁지겁 묻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잊고 싶었을 뿐 해결된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풍의 비극은 화성 씨랜드 참사로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로 그 배 세월호로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는 지금도 세월호를 빨리 잊고 싶어하지요.

지극히 아름다운 섬. 한편으론 지극히 슬픈 섬. 난지도가 품고 있는 우리 현대사의 슬픈 역설입니다.

우리는 이 순간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 위에서 함부로 힘을 주어 걷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