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 65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것들이 많죠. 혹시 땅속에 묻힌 지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생각해보셨는지요? 누군가에겐 생계가 걸린 일인데, 군과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보입니다.
먼저 김상진 기자입니다.
[기자]
포클레인이 땅을 몇 번 퍼내자 깊지도 않은 곳에서 큰 지뢰가 나옵니다.
한국전쟁 당시 심어놓은 대전차지뢰인데, 2000여㎡의 밭에서 캐낸 크고 작은 지뢰가 158발에 이릅니다.
밭주인 김병섭 씨는 5년 전 농사를 짓기 위해 군에 지뢰 제거를 요청했습니다.
관할부대는 회신문에서 군사상 필요성이 소멸된 지뢰라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능력이 없어 도움은 못주겠다고 답했습니다.
[김병섭/밭주인 : 작전성이 소멸된 지역이면 (군이) 조치를 취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5년 동안 아무 조치가 없었어요.]
결국 김씨는 지난달 민간업자를 불러 지뢰를 제거했고, 이를 군에 통보했습니다.
군은 뒤늦게 군사시설을 훼손했다며 김씨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간인이 지뢰를 제거했다고 처벌받은 전례는 없습니다.
[김갑진/지뢰제거업자 : 우리나라에서는 안 되는 법도 없고, 되는 법도 없어요. 내가 철책선 바로 밑 OP(전방 소초) 밑까지도 지뢰 제거를 했어요.]
이 같은 군의 태도 탓에 대부분의 농민들은 스스로 지뢰를 제거하고도 이를 아예 감추는 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