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사이 주차된 차량의 번호판을 떼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범죄자가 아닙니다. 자동차세를 내지 않은 차량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입니다.
체납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김혜미 기자가 따라가봤습니다.
[기자]
새벽 4시, 컴컴한 밤중에 경기도 성남시 공무원들이 체납 차량 단속을 시작합니다.
한 팀을 따라가 봤습니다.
주차돼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조회합니다.
[수정구청 체납징수팀 : OO 1439 7건이고요, 150만원 체납돼 있습니다.]
자동차세를 2번 이상 체납한 경우 법에 따라 그 자리에서 차량 번호판을 뗍니다.
성남시의 자동차세 체납액은 173억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23%나 됩니다. 등록 차량 10대당 1대 꼴입니다. 결국 시에서 새벽 단속까지 나섰습니다.
[박지열 주무관/수정구청 : 새벽에 나가야지 타지역으로 (직장을) 나가시는 분들이 있어서 미리 영치를 하니까…]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세금징수원들의 걸음이 분주해집니다. 거리에 주차된 차량은 물론, 골목길이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까지 꼼꼼히 살핍니다.
100만원 이상 고액을 체납한 차량이나 대포차량은 아예 움직일 수 없게 족쇄를 채웁니다. 그래도 체납하면 견인됩니다.
지금 단속을 시작한지 2시간이 채 안 됐는데요, 총 11대의 차량이 적발됐습니다.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은 수준입니다.
출근길 번호판을 잃은 차량 주인들이 줄줄이 찾아옵니다.
[체납 차량 주인 1 : 새벽 5시 40분에 와서 (번호판을) 떼 가는 사람들이 어딨어요. 제가 뭐 280만원 밀렸어요? 28만원이에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체납 차량 주인 2 : 오늘 나 일 못한 거 책임져요. 새벽 5시에 떼는 건 아저씨들 마음이고.]
조용히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체납 차량 주인 3 : 앞으로 세금 잘 내겠습니다.]
자동차세를 체납한 차량은 전국 290여만대, 체납액만도 4천백억원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