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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계통신비 줄일까?

입력 2015-05-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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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이게 나에게 유리한 제도인지, 이제 통신비 부담이 좀 줄어드는 건지, 저희 팩트체크에도 알아봐 달라는 시청자 요청도 많이 들어왔는데요, 오늘(25일) 이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정말 많이 들어왔나 보죠? 정부여당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모습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발표 후 여당에서 나온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원유철 정책위의장/새누리당 (지난 19일) : 생계를 위해 음성통화가 많은 약 300만명이 혜택을 보고, 최대 7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무약정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해온 230만명에게 연간 약 36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혜택이 예상됩니다. }예상됩니다.]

이렇게 해서 가계통신비가 1조원 정도 절감될 거란 이야기고요.

최양희 미래부장관도 인터뷰에서 "업체들 간의 경쟁을 촉발시켜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습니다

[앵커]

그 말이 과연 맞느냐가 오늘 팩트체크의 중심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데이터 중심제라는 용어. 우선 이것부터 약간 헷갈린다는 분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자]

앞서 시민인터뷰에서도 보셨듯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도입된다'고 하니 "그러면 앞으로 데이터를 싸게 쓸 수 있게 되는 거냐"는 기대감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음성통화와 문자를 공짜로 쓰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겠다'는 겁니다. 데이터 사용료가 싸지는 게 아닌 거죠.

그런데도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는 기사나 홍보가 나오니까 착각하시는 분도 실제 많았고, 그러자 일부 SNS에선 "단무지 무한리필 해주면서 '자장면 시대가 열렸다'고 말하는 거냐"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여간 비유들을 참 잘하십니다. 그런데 데이터 중심 요금제 하면 사실은 이게 데이터에다가 요금을 그 중심으로 하면서 데이터값이 비싸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데 거기에 대고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고 하니까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나온 2만 원대 상품은 예전엔 없던 것이라면서요? 이게 데이터보다는 음성 위주로 쓰던 분들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게 미래부 이야기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이 부분에서도 3가지 짚고 가야 할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2만원대 요금제라고는 하지만 부가세까지 합치면 사실상 3만원대 요금이라는 점이고요.

또 기존엔 몇년 동안 쓰겠다 약정 걸면 기본적으로 할인을 해줬는데 그게 없어졌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면 기존 요금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이 요금제로 가면 한 달에 쓸 수 있는 데이터양이 300MB에 불과하다는 점도 잘 따져봐야 합니다.

[앵커]

300MB면 어느 정도 양인 겁니까?

[기자]

국내 LTE 가입자들이 한 달에 평균적으로 쓰는 데이터 사용량이 2.7GB입니다.

이런 사용습관으로 사나흘만 쓰면 300MB를 훌쩍 넘게 되는 거고요. 만약 저희 JTBC 사이트 들어가 팩트체크를 저화질로 다시보기 하신다면 2.5회, 두세 번밖에 못 봅니다. 그러니 웬만한 가입자는 이 서비스로 전환하면 안 되는 거죠.

미래부에서는 현재 음성 중심으로 사용하는 대리기사나 콜센터 직원, 중장년층 등을 300만명으로 추산하고 이들이 새 요금제로 얻을 혜택을 7천억원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전부 새 요금제로 전환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모두가 계속 300MB 이하로 데이터를 쓸 거라는 가정, 신규기기로 바꿔도 약정을 안 할 거라는…가정에 가정을 더한 수치라 "1조원 절감 효과"라는 게 과장됐다는 지적 나오는 거죠.

[앵커]

자신들한테 유리한 쪽으로만 가정을 계속 세워가면서 했다 이렇게 얘기가 되는 것 같은데 그런데 기존 요금제는 그런데 아무튼 유지는 되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거기에 이런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런 이야기도 하고 있고요. 실제로 선택지가 물리적으로 넓어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석연치 않은 게, 아까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월 2.7GB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월 3GB나 4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 가입하는 게 소비자 입장에선 적당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현재 새 요금제를 보면 2기가에서 6기가 사이 요금제가 대부분 뻥 뚫렸습니다.

결국 이통사들이 새로운 요금제 내놓으면서 손해 보지 않게 구성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인 거죠.

[앵커]

3, 4, 5GB대를 쓰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되니까. 사실 별로 손해 볼 게 없다. 그런데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1조원. 물론 그건 좀 유리하게 가정을 해서 그런 숫자가 나왔다고 아까 얘기는 했습니다만. 만일에 그 돈까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그 대신 이통사가 대신 부담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시장 반응은 다릅니다.

이번 요금제 출시와 맞물려 나온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들을 보면 "기존 음성수익은 줄겠지만 월 청구금액은 그만큼 늘 거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통사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년간 이통사의 수익구조는 음성 대 데이터가 8대 2였던 게, 10년 사이 무려 3대 7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는 게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이주홍 정책국장/녹색소비자연대 : 정부가 당정협의회 하면서 효과가 되게 많다,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게 자칫하면 통신사들이 수익도 줄지 않으면서 생색만 낼 수 있는 그런 요금제가 될 수도 있거든요.]

[앵커]

이 얘기를 다시 뒤집어 얘기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는 것이 업계 필요의 측면에 의해서 생긴 측면도 있다, 그런데 그걸 가계통신 절감으로 직결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 이런 얘기가 되겠군요.

[기자]

그래서 이 부분이 왜 부각됐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 대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합니다.

당시 공약집에 보면 '데이터 기반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약속이 있는데, 이게 '통신비 부담 낮추기' 항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때부터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통신비 절감의 해결사처럼 제시됐던 건데, 이게 이 항목에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앞서 정부여당에선 1조원 효과 이야기했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인 이용자들이 통신비 정말 낮아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으려면 다음 정책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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