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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임을 위한 행진곡' 둘러싼 논란, 진실은?

입력 2015-05-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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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가보훈처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은 되지만 제창은 안 된다, 오늘(18일) 하루종일 뉴스가 됐습니다. 기념곡 지정은 더군다나 안 된다는 건데, 오늘 팩트체크에서 어떤 이유에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건지, 그 이유가 합당한 건지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보훈처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제창 불허 이유를 공개했죠?

[기자]

지난주 목요일이었는데, 내용을 보면 일부 단체의 문제제기로 찬반논란이 있다, 이런 북한 관련 논란으로 자유민주주의 체계와 양립할 수 없는 노래다, 정부관례적으로도 안 된다, 이런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앵커]

북한 영화에 삽입됐다는 부분이 계속 언급됐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기자]

북에서 5.18을 소재로 '님을 위한 교향시'라는 영화를 만든 적 있는데, 지금 들으시는 것처럼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음계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의 탄생 배경을 좀 보면, 광주항쟁 때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씨와 야학을 운영하던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입니다.

김종률씨가 곡을 붙이고 소설가 황석영씨가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에서 일부를 인용해 가사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시기별로 따져보겠습니다. 광주항쟁이 1980년이고, 영혼결혼식을 위해 노래가 나온 게 82년입니다. 황석영씨가 방북한 게 89년이고 북한영화가 나온 게 91년이니까, 10년 전 작곡된 이 곡이 북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다고 볼 수 없는 거죠.

[앵커]

하지만 그 이후에 작사자가 방북했고, 이 노래가 영화에 쓰였다면, 노래의 의미가 변질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영화가 '황석영-리춘구 공동창작'한 것으로 돼 있어 그런 주장이 나왔는데, 일단 황 씨는 팩트체크와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시나리오를 받아보긴 했지만 이름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 이름을 빼라고 했다. 북에서 일방적으로 넣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훈처는 이 부분을 믿지 않는 모습인데요.

일부 보수단체에서 가사 중의 '임'은 '김정일'을 뜻하고 '새날'은 '적화통일의 그 날'을 뜻한다는 주장이 있자, 이게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제창은 안 된다고 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임과 새날의 의미가 저거냐 아니냐, 뭐라고 얘기합니까?

[기자]

일단 작사자 본인 입으로 듣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직접 물어봤습니다.

[황석영 소설가/'임을 위한 행진곡' 작사자 : '임'이란 건 당연히 주제가 (전남)도청에서 죽은 윤상원과 박기순의 죽음을 영혼 결혼시키는 거니까 거기서 죽어간 젊은이들이 '임'이고, 그리고 가사에도 나오잖아요.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너희들도 민주화의 길로 가자, 뭐 이런 거 아니에요? 그럼 그날('새날')은 뭐예요. 민주화된 세상 아니에요. 너무도 뻔하고 명명백백한 걸 가지고…]

[앵커]

황석영 작가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이와 관련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황씨가 김일성에게 하사받은 25만 달러로 이 노래를 편곡해 영화를 제작했다. 김정은 정권이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하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속으론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황씨는 이에 대해서도 25만 달러는 다른 건의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황석영 소설가/'임을 위한 행진곡' 작사자 : 장길산 합작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했습니다. 그때 계약 조건이 제가 부른 게 4억이니까 달러로 치면 50만불인데, 그거를 절반은 북측에서 부담하고 절반은 남측에서 부담하자 계약서를 썼습니다. 이게 그러니까 25만불 건은 '장길산'과 관계가 돼 있는 것이지, '임을 위한 행진곡'이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받았던 25만 달러도 귀국 전에 북에 돌려줬다는 게 황씨의 이야기였는데, 아무튼 이걸 임을 위한 행진곡과 결부시킨 김 의원이나 보훈처에 대해서도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황석영 씨가요? (네.) 황석영 씨의 주장,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25만달러, 이 경우에 이제 전혀 다른 건이다 이런 황석영 씨의 얘기고. 그런데 김 의원은 기념곡 지정하자는 주장은 김정은 정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또 얘기하고 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2013년 국회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그때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가 이렇게 됐습니다.

이때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이 누군가 살펴보면 친박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 청와대에 있는 안종범 수석, 이완구 전 총리에 최경환, 황우여 두 현역 부총리 등이 있습니다.

게다가 김무성 대표도 오늘 "민주화운동 할 때마다 불렀다. 종북논란은 말도 안 된다"며 행사에서 제창했으니, 김 의원의 이야기가 좀 아리송해지는 대목입니다.

[앵커]

이건 어찌 보면 김진태 의원의 주장은 당대표부터 동료까지 김정은의 의도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의 아니게 얘기하는 상황.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죠.

[기자]

게다가 이번 행사에서 보훈처가 내건 슬로건이 '5.18 정신으로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로'입니다.

국민통합 위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았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 돌이켜보면서 방향 제대로 잡은 건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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