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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편식에 물렸나요 … 못 보던 작품 줄잇는다

입력 2015-05-15 00:54 수정 2015-05-15 06:13

7월 ‘오페라 시초’오르페오 초연
‘일 트리티코’‘아드리아나 … ’등 희귀작들도 잇따라 무대 올라
국내 베르디·푸치니 작품이 절반 … 오페라 팬 오랜 갈증 풀어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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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오페라 시초’오르페오 초연
‘일 트리티코’‘아드리아나 … ’등 희귀작들도 잇따라 무대 올라
국내 베르디·푸치니 작품이 절반 … 오페라 팬 오랜 갈증 풀어줄 기회

오페라 편식에 물렸나요 … 못 보던 작품 줄잇는다2007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축제에서 공연된 오페라 '오르페오'. '오르페오'는 아내를 지옥에서 구해오기 위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빌린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7월 국내 초연에 도전한다. [연출가 안드레아 치니 홈페이지]

서양 음악사를 잠깐이라도 공부했다면 다음 문제가 익숙할 것이다. '현재 공연되는 오페라의 형태를 처음으로 갖춘 작품은?' 정답은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다. 1607년 작품으로, 학계에서는 '오르페오' 악보가 출판된 1609년을 오페라의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정답을 맞혔더라도, 작품을 본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국내에서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르페오'의 진수식(進水式)을 마련했다. 7월 23~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초연한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한국 오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 생각해 기획했다"며 "국내 오페라 역사가 반세기 넘었는데 '오르페오'도 한 번은 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통 못 보던 오페라가 잇따라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오르페오' 뿐 아니다. 다음 달까지 열리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도 희귀작이 속속 공연된다. 이달 15일부터 푸치니 '일 트리티코', 로시니 '모세', 칠레아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지금까지 공연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오페라들이다. '일 트리티코'는 전막 공연된 적이 없고 '모세'는 네 번,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두 번 공연됐을 뿐이다.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의 박민정 사무국장은 "새로운 오페라 레퍼토리를 보고 싶었던 국내 오페라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페라 편식에 물렸나요 … 못 보던 작품 줄잇는다단막 오페라 세 편으로 된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
 ◆몇몇 작품만 반복되던 오페라극장=국내 첫 오페라는 1948년 '라 트라비아타'다. 67년이 지났지만 '라 트라비아타'의 독식은 진행 중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2012년 이후 올해 4월까지 오페라가 58편 공연됐다. 그 중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투란도트' '라 보엠'이 각 4회로 최다 공연됐다. 모두 베르디·푸치니의 작품이다. 58편 중 베르디·푸치니의 오페라가 각 16편으로 합쳐서 55%다.

 '오페라 팬들의 갈증'이란 말은 이래서 나왔다. 29~31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를 공연하는 누오바 오페라단의 강민우 단장은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2003년 귀국해 보니 국내 오페라 무대의 불균형이 심각했다"며 "새로운 작품을 맘껏 하기 위해 주위 음악인들과 함께 오페라단을 창단했다"고 말했다. 쉽지는 않았다. 그는 "덜 알려진 작품을 하면 티켓 판매가 3분의 1 정도로 줄었던 것 같다"며 "역시 '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을 하는 게 답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오페라 편식에 물렸나요 … 못 보던 작품 줄잇는다오페라 가수의 삶을 다룬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새 작품 어렵지만 도전=낯선 작품에는 모험이 필요하다. 물론 흥행 걱정이 우선이다. 이번에 새 작품에 도전하는 오페라단들은 흥행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국고 8억원을 참가 오페라단들에 나눠준다.

 제작에는 품이 더 든다. 이건용 단장은 "'오르페오'는 워낙 초기의 작품이기 때문에 공연에 제약이 꽤 있다"며 "악보에 악기가 지정돼 있지 않고, 음악 해석과 연출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우 단장은 "'라 보엠'보다 제작 기간이 두 배 걸리더라"며 "자주 공연하는 작품은 한 달 반쯤이면 완성되는데 세 달이 걸려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공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작품성이다. 음악학자인 정경영 한양대 교수는 "몬테베르디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발명한 작곡가다. '오르페오'에서 그 음악의 진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오르페오'의 바로크 음악감독을 맡았다. '오르페오' 제작진은 악보는 물론 해외 공연의 DVD를 모아 분석하며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오페라 레퍼토리의 쳇바퀴를 멈추기 위해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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