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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자살해라"…숨진 이 일병 병영노트에 담긴 '지옥'

입력 2015-05-12 22:08 수정 2015-05-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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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육군의 한 사병이 지난달 부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팀이 숨진 이모 일병의 병영 노트를 입수해 살펴봤는데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심경이, 깨알 같은 글씨와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정진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강원도 한 포병부대에서 PX병으로 근무하던 이모 일병, 입대 8개월 만인 지난 4월 24일, 부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빼곡하게 적힌 이 일병 노트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정황과 함께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선임병들이 이 일병의 뺨을 때린 후 그냥 실수라고 둘러대는가 하면, 군대만큼 자살하기 좋은 곳이 어디 있냐며, 얼른 자살하라고 종용했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습니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일병이 자신의 카드로 담배를 샀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유가족은 "선임병의 금품갈취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모 일병 어머니 : "지갑에 돈이 있으면 안 돼, 엄마" 이런 이야길 많이 하더라고요. 누가 (PX에서) 뭘 계속 사달라고 한다면서요…]

결국 이 일병은 고충을 털어놓을 대화상대조차 없다는 말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이모 일병 어머니 : 여자로서의 삶을 아예 포기하고 아들 둘을 위해서 이렇게 살았거든요. 그리고 정말 바르게 키운다고 그렇게 자부하고 살았는데…]

군 당국은 이 일병의 직속 지휘관을 보직해임하는 한편, 평소 선임병들의 구타와 폭행이 있었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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