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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과 회색 점퍼, '징크스'와 몰입의 상관관계

입력 2015-05-1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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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과 회색 점퍼, '징크스'와 몰입의 상관관계지난 8일, 한화가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10-6으로 승리를 거둔 후 회색 점퍼를 입은 김성근 감독이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취재=임현동 기자


"잘 봐. 나 내일도 이 점퍼 입을 거야."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옷깃을 여미었다.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2위 두산을 10-6으로 꺾은 직후였다. 그는 '이글스' 로고가 새겨진 회색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 기분이 좋아보였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수장 시절부터 '징크스'가 많다. 연승을 달릴 때는 수염을 길렀고, 속옷도 날마다 세탁해 같은 것으로 입었다. 4년 만에 KBO 감독 복귀 후 첫 승리를 거둔 3월29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감독실에 놓인 여러 의자 가운데 전날 패했을 때 앉았던 자리를 피해 선택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쓴다.

남들은 유난하다 할 수 있겠다. A감독은 "나는 일부러 징크스를 만들지 않는다. 현역 때는 유니폼이나 스파이크를 신고 벗을 때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자꾸 만들다 보니 너무 많아지더라"고 했다. B감독은 "나는 징크스라고 생각되면 일부러 깨는 편이었다. 다 마음의 문제다"라고 했다.

징크스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그 사람의 성향과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스포츠 심리학 박사인 이현영 스포츠카운셀링&힐링센터 심평체정 대표는 "징크스는 장단점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승부를 앞두고 일정한 틀을 갖게 되면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낀다. 일정부분 예를 갖추고 자신만의 의식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다"며 "그러나 그 틀이 어긋났을 때 오는 심리적 불안정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신'은 개막전 이후 줄곧 회색 점퍼를 벗지 않았다. 한화는 4월 13승 11패(승률 0.542)를 기록했다. 중하위권으로 평가받았지만 개막 뒤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처럼 치르고 있다. 꼴찌 팀의 반란에 KBO는 온통 한화 열기로 뒤덮였다.

그에게 옅은 회색 점퍼는 다른 옷과 사뭇 다른 의미인 듯 했다. 김성근 감독은 "처음에는 밤에 날씨가 쌀쌀해서 입었다. 아직도 저녁에는 춥다"면서도 "낮 경기를 해보니 따뜻하더라. 안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고 했다. 9일 점퍼를 벗고 더그아웃에 나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낮에는 벗고 저녁에 입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성근과 회색 점퍼, '징크스'와 몰입의 상관관계5월 10일, 새로운 겉옷으로 바꿔입은 김성근 감독이 이날 두산과의 경기에서 3회 탈보트가 퇴장당하자 경기장으로 나와 항의하고 있다.

사진취재=임현동 기자


아쉽게도 김성근 감독의 새로운 징크스는 깨졌다. 한화는 9일 두산에 3-4로 역전패했다. 10일 잠실구장에 나온 '야신'은 역시 겉옷을 바꿔입었다. 그는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고 싶어서" 점퍼를 바꿨다고 했다. 그러나 한화는 10일에도 0-6으로 패했다.

서지영 기자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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