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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계 전도사' 이영표가 말하는 K리그 생존법

입력 2015-04-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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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계 전도사' 이영표가 말하는 K리그 생존법


"투자라 생각해야 한다."

지난 달 31일 만난 이영표(38) KBS 해설위원은 "K리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하지 않으면 K리그는 더 침체의 길로 빠진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 위원은 작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KBS 해설위원직을 수락하며 "앞으로 K리그 중계에 신경을 써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작년 K리그가 지상파 3사에 중계된 횟수는 고작 4회(KBS 3회·SBS 1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한 이 위원은 "지상파에서 K리그를 중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장은 현실이 됐다. KBS가 올 시즌 K리그 16경기를 생중계한다. 올 시즌 지상파 3사의 K리그 중계권료는 45억 원 수준. 프로축구연맹은 중계 활성화를 위해 편성권 명목으로 각 방송사에 일정 금액을 보전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를 KBS가 받아들였다.



- 지상파인 KBS에서 K리그를 중계했는데.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중계는 2% 후반까지 올라왔다. 프로야구 개막전의 지상파 중계가 3%가 나왔다. 희망이 있다고 본다. 올 연말까지 3%이상 나오길 기대한다."



- 월드컵을 중계할 때부터 지상파 생중계를 강조했다.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력 외에 행정력과 관람 문화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이 중 하나가 방송 중계다. 물론 지상파 중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K리그는 외면 받았다. 1년에 3~4경기만 지상파에서 방송된 수준이다."



[인터뷰] '중계 전도사' 이영표가 말하는 K리그 생존법KBS 제공


- 올 시즌 16경기 이상 중계가 된다.

"처음 이야기 했을 때는 38경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협상 과정에서 16경기로 줄었다..(KBS는 '공영방송이 축구만 할 수 없다'는 형평성 논리로 횟수를 줄였다는 전언이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 연맹이 돈을 쓰면서까지 중계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반발이 있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투자라 생각하면 된다. 15년 전 북미프로축구(MLS)도 비슷했다. 아무도 중계하지 않았다. 그때 MLS가 한 방송국의 시간을 통째로 샀다. 토요일 오후 3~5시에 돈을 내고 생중계를 했다. 매년 꽤 많은 금액의 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10년을 꾸준히 했다. 오늘날 MLS는 방송사 3~4곳이 경쟁해 9000만 달러(약 990억 원)에 계약을 할 정도로 판이 커졌다. 방송의 힘이다. 팬이 늘면서 중계권료가 커졌다. 이제 축구를 프라임타임에 한다."

FOX스포츠는 일요일 오후 7시, ESPN은 일요일 오후 5시에 MLS를 중계한다. 모두 시청자가 많은 황금시간대다. 중계권료를 확보한 구단은 카카(브라질)와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다비드 비야(스페인) 등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할 수 있었다. 10년의 투자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인터뷰] '중계 전도사' 이영표가 말하는 K리그 생존법


- 공영 방송인 KBS가 이익을 추구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KBS가 K리그를 살리자는 마음에서 중계를 시작한 것이다.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다. 연맹이 제공하는 중계료도 일부 손실을 보전해주는 수준이다. KBS안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안다. 이번 K리그 생중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이영표 위원은 현역 생활 마지막을 보냈던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자문 역할도 하면서 행정 경험을 쌓고 있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였던 류택형 지쎈 이사는 "대강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UBC 도서관에서 매일 밤 12시까지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영표는 지난달 27일 대전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 평가전을 중계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리고 29일에는 서울 잠실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FC와 FC안양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2015' 2라운드(1-1무)를 지켜봤다.


- 19년 만에 기업구단이 창단했다. 이랜드의 마케팅은 어떻게 봤나.

"발상의 전환은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축구계에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기존에 잘하던 구단이 꼭 이랜드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가령 이랜드는 서포터스가 없다. 기존 팬들은 말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틀렸는지 맞았는지는 나중의 문제다. 새로운 시도는 K리그 전체를 위해 좋은 현상이다."



[인터뷰] '중계 전도사' 이영표가 말하는 K리그 생존법


- 마틴 레니 감독과 밴쿠버에서 함께 했다. 이랜드로 왔는데.

"한국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스타일이다. 적응도 잘하고 있다. 이랜드 내에서 평판도 좋다. 레니 감독은 축구도 잘 지도하지만 팬들과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철학이 이랜드와 잘 맞다."



- 경기력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이날 득점한 FC안양 김선민은 '이랜드 경기력이 형편 없다. 이 정도로는 우승 못 한다'고 해 논란도 됐는데.

"처음에 시간이 필요하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경기 시작 전에 여러 구단이 견제했다. 그런 인터뷰는 너무 좋다. 김선민이 이랜드 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솔직한 인터뷰를 했다. 그렇게 돼야 리그가 재미있어지고 관심이 높아진다. 선민이란 친구가 종종 인터뷰를 했으면 한다."



- 올 시즌 K리그는 전반적으로 어떻다고 보는지.

"K리그는 더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워 졌다. 심판의 자신감 넘치는 휘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든다. 경기를 많이 끊지 않고, 박스 근처에서 냉정하게 휘슬을 분다.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 초반이긴 하지만 한국축구가 좋은 분위기로 나가는 이유 중 하나라 본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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