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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볼쇼이 무료공연?…노인들 낚는 '떴다방'

입력 2015-04-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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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볼쇼이 발레단. 무용을 잘 모르는 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최근 이들의 무료 공연을 보러오라는, 그러니까 공짜로 보러 오라는 초대장이 곳곳에 뿌려지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팀이 현장에 가봤더니,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잠실 교통회관 앞에 나와 있습니다. 제가 오늘(1일) 여기로 나온 것은 제 손에 들고 있는 초대권 때문입니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쇼 그리고 차이나 서커스단의 초청대공연이다 라고 되어 있는 무료 초청장이 최근 서울 지역에 많이 뿌려지고 있는데요.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은 세계 5대 발레단에 꼽힐 만큼 명성이 자자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유명합니다. 실제로 이 안에서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 지금 들어가 보겠습니다.

삼삼오오 몰려드는 관람객들.

공연장 250석의 자리가 빼곡하게 찹니다.

한 남성이 올라와 안내 멘트를 합니다.

[오늘 이 러시아 볼쇼이 공연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내한한 볼쇼이단이 직접 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겁니다. 돈을 주고 가서 보신다면, 여기 앞에는 20만원이고 저기 뒤에는 10만원이에요.]

곧 무용수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춤을 춥니다.

10분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같은 남성이 다시 마이크를 잡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절대 어떤 물건 판매하는 자리 아니니까 그런 걱정은 추호도 하지 마시고요.]

밖에선 다른 직원들이 분주하게 서류를 준비합니다.

물건 판매가 아니라던 남성은 상조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도우미에 꽃, 전부 싹 다 해서 3일동안 450만원에 장례를 다 치러줍니다. 굉장히 싸죠?]

지금 이 볼쇼이 발레단 티켓을 보면, 오전 10시 30분에 공연시작한다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1시간 20분이 다 돼가는 시간 동안 공연을 시작되지 않고 계속해서 상조회사의 상품 가입 안내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남성의 설명에 혼이 팔려있는 사이 직원들이 관람객들에게 상조 가입서와 볼펜을 나눠줍니다.

[볼펜을 준비하셔서 450만원 된 부분에 엑스. 다 지워버리세요. 그리고 그 옆 괄호 속에다가 직접 자필로 390만원이라고 적으세요. 무슨 소리냐, 틀림없이 390만원으로 할인해준다는 소리입니다. 이 자리를 벗어나면 단돈 10원도 할인이 안 된다는 점을 꼭 지켜주시고요.]

정말 그럴까.

자 지금 공연장 안에서는 해당 업체가 관람객들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제가 가입서를 가져와봤습니다.

여행과 상조를 결합한 상품이라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뒷장에 회원가입신청서를 봤더니 총 회비가 원래 450만원인데 오늘만 이 자리에서 특별 할인된 가격으로 60만원이 싼 390만원에 판매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마치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요.

그런데 저희가 그 사이에 이 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상품 원래 가격이 이렇게 390만원이었습니다.

관람객 수십명의 가입서를 받은 뒤에야 본 공연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볼쇼이 발레단이라는 러시아 무용수들이 정식 레파토리에는 없는 브라질 삼바 춤을 춥니다.

업체 측의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취재진을 보자마자 과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경찰이 출동하자 다시 취재에 응합니다.

[업체 관계자 : (상품이 원래 390만원이던데요?)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고. 홈페이지에 그냥 390만원이라고 올린 거야. 그래서 이건 잘못됐다, 수정하라고 내가 본사에 얘기했고.]

정식 볼쇼이 발레단이 아니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업체 관계자 : (그 이름을) 안 쓰면 돼. 그냥 러시아 발레단 쇼, 이렇게 하면 된다고요. 실제로 러시아에서 무용을 하고 온 사람들이고. 공연을 못하면 몰라도, 공연 잘 하거든.]

하지만 순진한 어르신들 상당수는 덥석 그 미끼를 물었습니다.

[발레쇼 관람객 (상조 상품 가입) : (어머니는 왜 가입하셨어요?) 나도 어차피 죽잖아. 죽을 거면 이렇게 하면 싸게 먹히니까. 장례식장 가면 돈 천만원 이상 가잖아. 그런데 다 무료로 되고 한다니까.]

'볼쇼이'라는 이름을 믿고 온 사람도 허탈해 합니다.

[발레쇼 관람객 : 솔직히 사기받은 느낌을 받은 게 티켓을 받았을 때, 이게 볼쇼이 발레단인 줄 알았어요. 딱 봐도 프로가 아니었어요. 절대 볼쇼이 발레단 수준이 아닌 거예요.]

전문가들은 이런 무료 공연장에서의 충동구매를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도영숙/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 기업들도 이런 연령대면 우리가 미끼를 던지면 뭔가 끌려올 것이라는 것을 계산해놓고 하는 거죠. 공짜로 준다면 우선 받고 보자 하는 건데, 절대 공짜는 없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왔지만 그 공연의 장은 결국 상품 판매의 장으로 변질됐습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상품은 나중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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