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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기업 현금 보유 논란…누구 말이 맞을까?

입력 2015-03-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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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5일) 팩트체크팀이 하루 종일 조사해서 매우 중요한 팩트 하나를 발견했다고 하는군요. 기업이 돈을 풀지 않고 쌓아두고만 있다, 계속 나온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게 아니다, 지난해 대기업들은 현금이 줄었고, 그만큼 돈이 풀렸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바로 이 부분을 집중해서 점검해봤는데, 지금부터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각자 다른 이야기들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겁니까?

[기자]

지난 달 한국은행에서 나왔던 이야기인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집계했더니 15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기업들이 투자도 안 하고 배당도 적게 하니 그런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왔던 거죠.

그런데 어제 한국경제연구원 발로 오히려 10대그룹의 지난해 현금보유액이 전년도보다 무려 10조원 이상 줄었다, 10년 만에 처음 감소세라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신호다, 돈이 풀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겁니다.

[앵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경련, 대기업들이 모여 있는 단체의 유관기관이잖아요. 어찌 보면 대기업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내놓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왜 그런 차이가 난 겁니까?

[기자]

일단 한은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했고 한경연은 10대 그룹의 계열사 69곳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는 좀 심하다 싶어 한경연의 자료를 기업별로 따져 봤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SK나 LG 등은 전년도에 비해 현금 보유액이 좀 줄었고, 삼성전자와 롯데는 늘고 해서 비슷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게 현대자동차입니다. 현금 보유액이 무려 11조원이나 줄었습니다.

[앵커]

이게 말이죠. 여기 한국경제연구원 말대로 10조 이상의 돈이 풀리면, 정부가 상반기에 얼마 푼다고 한 게 10조가 안 되잖아요, 그렇죠. 한 해 동안에 10조가 풀려나갔으면 당장 우리 시장이 굉장히 반응을 했을 텐데 그런 일 없었잖아요. 그래서 당연히 팩트체크팀에서 아마 이걸 좀 체크를 해 본 것 같은데. 10대 그룹 다 합쳐서 감소한 액수가 10조원이라고 했으니까 거의 조금 아까 얘기한 거에서 현대자동차 감소분이 대부분 차지하네요. 혹시 삼성동의 한전부지 매입하느라고 그런 겁니까?

[기자]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어서 봤는데 이거는 그때 지난해 한전부지 때문에 현대자동차가 쓴 돈은 입찰보증금으로 낸 1조원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올해 이제 지불을 하게 되니까요. 이 부분은 그 이유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의 재무제표를 살펴봤더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따질 때, 이번 한경연에서도 그렇게 했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이 둘을 보는데요, 실제 쥐고 있는 현금과 보통 1년 안에 현금화 할 수 있는 펀드 이런 것들을 보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를 보면 단기금융상품이 2013년 14조9천억원이었던 게 4조로 확 줄었고, 대신 기타금융자산이 5천억원이었던 게 15조 원 가까이로 증가합니다.

그러니까 과거 단기금융상품 항목에 있던 돈들이 기타금융자산 항목으로 대거 이동한 거죠. 이걸 합치면 현대차의 현금 보유액은, 감소한 게 아니라 오히려 3조 이상 증가한 셈인데요.

[앵커]

게다가 늘기까지 했나요?

[기자]

네. 재무제표를 함께 검토했던 전문가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기타금융자산 항목에 있는 내용 사실상 단기금융상품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니까 현대차의 현금보유량이 줄었다고 결코 볼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앵커]

갑자기 11조가 사라졌거나 아니면 어디에 돈이 풀려나간 것이 아니라 곳간 혹은 곳간의 명패만 바꿨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잖아요.

[기자]

왜 그렇게 됐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대차에 확인해봤는데, 현대차 측에서는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그렇게 했다고 하고, 금감원에서는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일단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현대차가 2013년에 이와 관련한 질의를 했고, 금감원에선 이걸 현금성 자산으로 봐도 된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현대차는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자료에서도 자사의 현금 보유액이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줄어든 게 아닌 거죠.

현대차 측에서도 11조원 정도의 자산을 재무제표상의 항목에서 옮긴 점, 인정하면서 기본적으로는 현금 보유액 면에선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면 10대 그룹 전체의 현금보유액도 늘어났을 거 아닙니까? 다 줄었다고 보도가 나왔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히려 현대차는 준 게 아니라 늘었죠. 그래서 그걸 반영하면 지난해 10대 그룹 현금 보유액은 저렇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년도보다 4조원 정도 증가한 셈이 됩니다.

대기업이 현금을 점점 더 쌓아두는 추세는 여전히 이어졌다고 봐야 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그래프를 보면 과거에 10% 이상씩 증가한 적도 있는데 증가는 했지만 증가한 추세는 조금 줄어든 모습도 보인다는 것은 그거는 어느 정도 추산을 했다고 또 받아들여야 될 구성은 없나요?

[기자]

추세를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 볼 수 있고요. 또 한국경제연구원에서도 그런 분석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마침 오늘 발표한 지난해 국내 총투자율을 보면 29%, 전년도와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각 분야의 애널리스트들에게도 물어봤는데요. 지난해 국내외 경제사정을 볼 때 대기업들이 특별히 투자를 확 늘릴 이유도 없었다는 건데요.

[김상조 소장/경제개혁연대 : 증가는 했지만 증가속도는 줄었는데, 그 이유는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활성화되어서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 자체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게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서, 그리고 올해도 그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에 매우 협조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앵커]

그렇다면 기업들이 지난해 현금을 쌓았느냐, 풀었느냐. 처음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선 결국 쌓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경기와 시장상황에 따라서 현금을 보유하느냐, 투자를 늘리느냐 하는 결정은 당연히 기업의 영역이죠.

하지만 이번에 나온 숫자들 보면 분명 여전히 기업들은 현금을 쌓고 있고요, 그래서 돈이 풀리고 있다는 기대를 하기에 아직 이른 상황이라는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언론에서 며칠 전에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해서 현금보유액이 줄었다고. 다시 말해서 투자로 갔을 가능성에 대해서 크게 보도했잖아요. 그게 결국은 잘못된 보도다, 이렇게 결론을 낼 수 있는 거군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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