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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식 벌투 논란, 되짚어보는 김성근 '논란의 역사'

입력 2015-03-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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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식 벌투 논란, 되짚어보는 김성근 '논란의 역사'


시범경기 막판 한화 투수 유창식(23)이 화제 인물이 됐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유창식을 시범경기에서 무려 117개의 공을 던지게 해 '벌투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유창식은 지난 21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2명의 타자를 상대해 8피안타 7볼넷 2탈삼진 8실점을 기록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2점씩 내주며 99개의 공을 던졌다. 4회까지 던진 99개의 공도 많은 편, 보통의 감독이라면 교체할 법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유창식이 계속 던지게 마운드에 올렸다. 유창식은 5회 6개, 6회 12개의 공을 더 던져야 했다. 그나마 삼성 타자들이 5~6회 안타를 때리지 못한 덕분에 투구수는 줄어들었다. 결국 유창식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119개)에 거의 맞먹는 117개의 공을 던진 후 교체됐다.

이날 유창식의 피칭은 최악이었다. 그는 1회에만 볼넷을 3개 허용했고, 4회에도 또다시 한 이닝에 3개의 볼넷을 내줬다. 김 감독은 "유창식이 많이 좋아졌다"며 5선발로 점찍었는데,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에서 고질적인 제구 난조가 되살아났다.

김 감독은 많은 공을 던지면서 제구 감각을 익히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22일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시범경기라도 (길게) 던지게 해야지"라고 짧게 말했다. 이어 그는 "창식이가 1회에만 3~4점씩 허용하는 다른 투수들보다 낫다. 어제(21일) 1회 2점만 줬잖아"라며 "유창식이 5~6회 정상으로 돌아왔더라"고 말했다.

유창식은 직전 등판인 지난 15일 NC전에서 4이닝을 던지며 70개의 공을 던졌다. 12일 두산전에 불펜으로 나와 35개의 공을 던진 데 이어, 시즌 선발을 준비하며 단계적으로 투구수를 늘려갔다. 21일 117개의 공을 던진 것은 분명히 많은 숫자다. 시즌 개막 첫 등판에서 보통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는 90개 정도 100개를 넘지 않은 선에서 끊어주는 편이다. 유창식이 100개 넘게 공을 던지며 제구에 관련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쌀쌀한 편인 3월 중순 117개의 공을 던진 후유증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유창식의 시즌 첫 등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다려진다.


유창식 벌투 논란, 되짚어보는 김성근 '논란의 역사'SK 김광현이 147구를 던졌던 날, 김상현에게 홈런을 두 방 맞은 뒤 고개를 글러브로 가리며 덕아웃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중앙일보 DB


▶ 김광현의 147구 이후 3달만에 1군 복귀

과거 김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에도 이러한 '벌투 논란'을 낳기도 했다. SK 에이스 김광현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1년 6월 23일 당시 23세였던 김광현은 KIA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47개의 공을 던지고 3피홈런 14피안타 2볼넷 8실점 완투패를 기록했다. 147구는 지금까지도 김광현의 1경기 최다 투구수로 남아 있다.

이날 김광현은 2-0으로 앞선 3회 2사 후 김상현(현 kt)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5회에 또다시 김상현에게 2사 후 3점 홈런을 맞았다. 김광현은 5회까지 91개의 공을 던졌고, 스코어는 2-6으로 뒤졌다. 김광현은 6회 김주형에게 솔로포를 맞아 7점째를 내줬다. 그런데 초중반 불펜에 몸을 풀던 투수도 있었지만, 6회 이후로는 불펜이 텅 비었다. 김광현이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7회까지 125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KIA 타자들을 상대로 공을 던져야 했다. 그렇게 김광현은 147구를 던졌다.

2011년 김광현은 6월 22일까지 12경기(1구원)에 나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 중이었다. 2010년 최고의 해를 보낸 김광현은 2011시즌은 다소 후유증에 시달렸다. 2010년 31경기에 나서 193⅔이닝(지금까지 김광현의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 기록이다)을 던지며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 183탈삼진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직후에는 뇌경색으로 안면 마비 증세를 겪는 등 2011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들어 김광현의 페이스는 살아나는 추세였다. 6월 1일 두산전 7이닝 2실점 패전, 6월 7일 넥센전 6⅔이닝 1실점 승리, 6월 12일 두산전 6⅓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147구 직전 등판인 6월 18일 LG전에서 4⅓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앞서 3경기 연속 호투했다.

147구를 던진 김광현은 다음날 곧장 2군으로 내려갔다. 147구의 이유는 석연치 않았다. 김광현은 이날 볼넷 2개만을 내줬는데, 2개 모두 김상현에게 홈런을 맞기 직전 타자에게 허용했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김광현을 2군으로 내려보내며 "김광현이 언제 1군으로 복귀할 지 모른다. 좋은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던지는 법을 모른다. 컨트롤, 완급조절, 타자를 보는 눈 등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이스를 향한 질책치곤 가혹한 면이 없진 않았다.

2군에 내려간 김광현은 김 감독의 말처럼 복귀에 기약이 없었다. 결국 김광현의 이후 1군 등판은 무려 3달이 지난 9월 20일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시즌 도중 SK 감독을 사퇴하고 떠난 뒤였다. 1군 복귀 후 김광현은 불펜으로 2경기 출장해 2이닝 2실점, 선발로 2경기 등판해 9⅓이닝 2실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유창식 벌투 논란, 되짚어보는 김성근 '논란의 역사'선수 시절의 조영민.


▶ 조영민의 불펜 120구, 그리고 2군행

2008년 4월 12일 조영민(당시 27세, 현 SK 스카우트)은 낯선 경험을 했다.

조영민은 선발 쿠비얀이 1회말 3실점하자 1-3으로 뒤진 2회말 구원 등판했다. 조영민은 7회까지 6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지며 9실점했다. 시즌 초부터 불펜 요원이었던 조영민은 이날 2회 1실점, 3회 1실점, 4회 5실점하면서 무너졌다. 그럼에도 5~6회에도 던졌고, 7회 2실점을 더 했다. 결국 6이닝 동안 15피안타 4볼넷 9실점이라는 처참한 기록만 남겼다. SK가 8회초 5-12에서 5득점하며 10-12로 추격하자, 김성근 감독은 8회말 조영민을 내리고 송은범을 내세웠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10-12로 끝났다.

2008시즌, 조영민은 120구 이전에 불펜으로 4경기에 나와 4⅓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중이었다. 4경기서 던진 공은 총 62개였다. 하지만 4월 12일 히어로즈 한 경기에서만 120개의 공은 던졌고, 다음날 2군행을 통보받았다. 120개나 던졌기에 당분간 구원 등판이 불가능해 다른 투수로 교체했어야 했다.

김성근 감독은 당시 "초반에 대량 실점하고 경기를 내줬다고 생각했다. 조영민으로 막아 최대한 투수를 아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선배라고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엄연한 적이다"며 조영민의 태도를 나무랐다. 조영민은 당시 4회 광주일고 1년 선배인 정성훈(현 LG)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후 공손하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김 감독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SK는 전날인 4월 11일 히어로즈전에 연장 13회 접전을 벌였고, 선발 채병용(6⅔이닝)에 이어 정우람(⅓이닝)-송은범(1⅓이닝)-가득염(⅓이닝)-조영민(⅔이닝)-김원형(3이닝)-조웅천(1이닝)을 던졌다. 앞서 10일 KIA전에는 선발 김광현의 6이닝 이후 김원형(0이닝)-정우람(⅓이닝)-윤길현(⅔이닝)-가득염(0이닝)-조웅천(2이닝)이 책임졌다. 9일KIA전은 우천 취소됐다.

맘에 들지 않는 선발 쿠비얀(결국 쿠비얀은 4월 22일 시즌 1호로 퇴출됐다)이 1회 3실점하자 패전조인 조영민을 내세웠고, 4회 5실점 하면서 경기는 완전히 넘어갔다. 그 와중에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조영민의 태도가 결정적으로 120구 벌투로 이어졌다고 해석된다.

2군에 내려간 조영민은 이후 4월 30일 1군 복귀전을 치러 한화전에서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조영민은 4월 12일 경기를 제외하고 이후로 33경기에 나와 3승 1홀드 평균자책점 2.74를 기록했다. 2008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하면서 2년간 공백이 있었다. 2011년 복귀해 3경기 평균자책점 6.00이 마지막 남은 1군 기록이다. 2012년 SK에서 1군 성적없이 방출됐고, 2013년 LG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1군 등판 기회는 잡지 못하고 은퇴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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