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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도로폭 줄여 교통량 줄이겠다"…가능할까

입력 2015-03-1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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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12일) 팩트체크에서는 서울 영등포역 앞에 나왔습니다. 영등포에서도 붐비기로 유명한 영중로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이 앞에는 롯데백화점이 있고요. 그리고 길 하나만 건너면 신세계백화점이 있어서 사람들과 차량이 많습니다. 또 인도에는 이렇게 노점이 들어서 있고요. 도로를 보면 주정차돼 있는 차량들과 버스가 엉켜서 아주 혼잡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영등포구청에서는 이 도로를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한 차로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도로를 넓혀야지 좁힌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누구 편하거나 그런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더 복잡해질 뿐이겠죠.]

도로 폭을 줄여 교통량을 줄이겠다는 계획. 과연 가능할지 잠시 후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말로만 들었던 영중로. 자주 가볼 기회가 없어서 저렇게 막히는지는 몰랐습니다, 대단하네요. 롯데백화점도 있고 타임스퀘어도 있고 하여간 막힐 만한 그런 요건은 다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로를 줄이면 오히려 교통체증이 줄어들 것인가. 어찌 보면 이건 상식에 어긋나는 얘기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여러 가지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니까, 학문적으로 분석이 된 내용을 근거로 해서 오늘 얘기를 나눠봐야 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 들어와 있는데요. 어찌 보면 상식에 어긋난다… 그런데 학문적으로 분석이 된 내용을 보면 안 그런 경우도 있다, 이런 얘기겠죠?

[기자]

예, 1990년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시가 42번가를 완전히 통제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의 일환이었던 건데요. 교통대란이 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날 주변 교통량이 줄었습니다.

효과를 본 뉴욕시는 2009년부터는 아예 42번가의 차로수를 줄이고 중앙 보행로를 확대했는데, 앞서 독일 수학자인 디트리히 브라에스가 이런 내용을 학문적으로 분석했고, 그 이름을 따 '브라에스 역설'이란 가설을 내놨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제가 그림으로 간단히 준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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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느 한 도시에 A지점과 B지점이 있습니다.

두 지점을 잇는 도로는 두 개가 있고요. A에서 중간까지 가는데는 고정적으로 20분이 걸리고, 여기서 B까지도 기본적으로 2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나머지 길은 교통량에 따라 지나는 시간이 달라지는데요, 100대가 지나가면 10분, 200대가 지나가면 20분이 걸립니다.

그러면 차량 200대가 A에서 출발한다고 할 경우,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마찬가지니까, 아마도 100대씩 골고루 나뉘어서 각각 30분씩 걸리게 될 겁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가운데를 잇는 뻥 뚫린 도로가 생겼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만약에 이 밑으로 가면 10분, 이렇게 새 도로를 이용해 위로 가면 또 10분밖에 안 걸리니 총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겠구나 생각한 거죠.

그런데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밑으로만 200대가 몰렸고, 오히려 여기서 20분, 또 20분 그래서 도합 40분이 걸리게 된 겁니다.

그러면 이 길로 가도 40분, 저 길로 가도 40분이 걸리게 되니 그동안 A에서 B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던 거리가 새 도로로 인해 오히려 40분으로 늦어지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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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잘 봤는데요. 굉장히 복잡하네요. 저 그림을 직접 그린 겁니까, 김필규 기자가?

[기자]

재미있는 가설이라 좀 쉽게 설명을 해 보려고 한번 해 봤습니다.

[앵커]

무슨 얘기인지 알기는 알겠습니다. 원래 김필규 기자는 그림을 잘 그립니다. 본인이 직접 셀프서비스를 했네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얘기는 무슨 얘기냐면 새로운 길을 내니까 교통량이 오히려 더 늘어나더라, 어떤 기대심리가 있으니까. 반대로 길을 그냥 막아버리면 거기에는 알아서 또 안 가지 않겠느냐. 그래서 줄어들 것이다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통 추석이나 설 연휴 때 보면 고속도로 진입로를 통제해 지름길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습니까? 이런 것도 브라에스 가설을 적용한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영등포구청 역시 편도 3차로인 영중로를 2차로로 줄이면 주변으로 교통량이 분산돼 오히려 교통체증이 커지지 않는다고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그 뉴욕 42번가의 예를 봤지만 미국의 도로라는 게 대개 바둑판처럼 돼 있어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여기를 막아놓으면. 우리는 아무래도 길 상황이 다른데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라는 의문이 생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와 관련해선, 이 연구를 심층적으로 진행한 미국의 나거니 교수라고 있는데, "원래 혼잡했던 곳에서 교통량이 늘어나면 브라에스 역설이 오히려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영중로처럼 너무 막히는 곳은 브라에스 역설이 소용없을 수 있다는 건데요. 우리나라 교통 전문가들 중에서도 영등포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김중효 선임연구원/도로교통공단 공학연구처 : 해당되는 구간을 통과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형태로 한다면 이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죠. 충분히 다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루트가 있어야 이것도 가능한 것이지…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설치한다? 아무것도 충분한 조사나 데이터 없이 한다면은 문제가 있을 것이고…]

[앵커]

바로 조금 아까 얘기 나눈 다른 대안이 있으면 그런 가설이 통할 수 있지만 맞는 게 없으면 안 되지 않느냐. 그걸 다 조사했느냐 그런 건데 글쎄요, 그건 좀 봐야 되겠습니다마는 영등포구청 쪽에서는 아무튼 처음에 얘기한 이 나거니 교수 말고 브라에스의 가설이 통할 것이다. 막아놓으면 덜 올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기자]

그런 셈입니다. 일단 또 영등포구청은 교통대란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이야기는 했는데요. 그러면서 큰 혼잡이 없을 거라는 입장이었는데 이야기 직접 들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영등포구청 관계자 : 사실 차선 하나 줄이더라도 그렇게 크게 영향이 없다는 얘기는 뭐냐면, 현재는 3차로에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노점상을 피해서 3차로에 내려와서 대기를 해요. 그래서 3차로가 보도의 일부로 이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통행속도에 그렇게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는 게 저희의 생각이거든요.]

[앵커]

어차피 한 차로는 막혀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런데 노점이 그대로 있거나 불법 주정차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잖아요.

[기자]

그래서 차로를 그냥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줄인 뒤에도 다른 관리를 더 철저히 병행해야 정책 효과를 볼 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영등포구에서는 협의를 거쳐 올해 안까지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인데요. 과연 도로폭을 줄여 교통량을 잡겠다는 시도, 서울시 교통체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지 그 반대가 될지, 내년이면 그 결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군요, 내년이라면. 그런데 아무튼 굉장히 좀 재미있고 궁금해집니다. 그러니까 브라에스의 가설이 맞느냐 아니면 나거니 그분의 역설이 맞느냐, 우리가 바로 실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됐군요.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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