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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문이 스르르…기우는 아파트, 무슨 일?

입력 2015-02-25 21:04 수정 2015-02-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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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은 지 10년쯤 지난 서울의 한 아파트가 지반 침하로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서랍장이 저절로 열릴 정도입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아파트 인근의 한 교회 신축 공사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대형교회입니다. 이 교회의 터파기 공사로 인해 아파트 밑에 있던 지하수가 유출됐기 때문인데요.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아파트 앞입니다. 지어진지 10년 된 아파트인데, 몇 발자국 옮겨 봤더니 이렇게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인 E등급을 지정받았다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저희 밀착카메라가 두 달 전에 보도해드리기도 했습니다만,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은 상당히 노후화된 건물에서나 볼 수 있는 등급입니다.

그런데 비교적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E등급을 받으면서 퇴거를 해야 되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이 아파트에선 집집마다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곽송지/아파트 주민 : 문이 스르르 열리고 서랍장이 스르르 열린다고 해요. 저는 우리 집은 안 그런다고 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우리 집도) 저렇게 되더라고요.]

[김석민/아파트 주민 : 이런 일은 없었죠. 내가 여기 들어온 지가 10년인데.]

이 집안 방문들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이쪽이 안방인데 문 앞에 무거운 물건으로 괴어 놨습니다. 제가 지금 치워봤고요. 이쪽은 화장실입니다. 역시 웬 밥주걱으로 문을 괴어 놨는데. 치워봤습니다.

이렇게 치우자 안방 문, 그리고 화장실 문, 두 문 모두 몇 초 만에 이렇게 닫혀 버렸습니다. 바로 지난해 9월 이후에 생긴 공통된 현상입니다.

저마다 한쪽 방향으로 닫히는 문들. 알고보니 이 집은 남동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김창겸/아파트 주민 : 자꾸 몸이 쏠리는 것 같아서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상황이에요. 저도 수면제 먹고 자는 상황이고, 정신과 치료받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주민들은 바로 옆 공사장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도대체 어떤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길래 이렇게 아파트가 통째로 기울고 있느냐, 제가 지금 그 아파트 옥상 위에 올라와 있는데요, 여기 잠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300평 대지 규모의 공사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다가 중단된 모습입니다. 바로 이 지역 유명 대형교회의 신축 부속건물이 공사가 진행되다가 만 모습입니다.

아찔한 흔적은 또 발견됩니다.

아파트 1층 주차장입니다. 저쪽 공사장 방향의 지면이 점차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 충격으로 인해서 이쪽에 균열이 나 있는데, 이쪽에는 제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입니다.

주민들은 잘못된 터파기 공사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차주호/아파트 주민 : 물이 막 빠지기 시작하면 빨리 공사를 해야 할 거 아녜요. 물막이 공사를요. 한 달 동안을 내버려 둔 거야, 저 상태로. 그러니까 동네 물 다 빠지고 명일동 물이 다 빠지게 해 버리니 그런 공사가 어디 있냐고요.]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주변 지반이 약해진 건데, 최근 서울 잠실과 용산 등에서 발견된 싱크홀이 생기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 아파트 7층 가정집 부엌에 제가 지금 나와 있는데요. 시청자 여러분이 보시는 오른쪽이 바로 터파기 공사가 진행됐던 방향입니다.

이 공사 때문에 100분의 1 기울기, 그러니까 물이 흐를 수 있을 정도의 기울기가 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이 펜을 바닥에 놔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양기정/강동구청 건축과장 : (기울기가) 1/150을 초과하면 위험판정을 내리고 사용제한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 건물은 1/100이고, 보통 학술적으로 보면 1/75이면 붕괴된다고 판단합니다.]

조금만 더 기울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 역시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고대현/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직원 : 공사장 방향으로 저희가 봤을 때는 기울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보기 힘든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터파기 공사 설계 단계부터 결함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수곤 교수/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 궁합이 안 맞은 거예요. 취약한 지역에 맞는 공법을 썼어야 됐는데 그거에 맞지 않게끔 했기 때문에 물이 들어오는 게 당연한데요? 어떻게 전문가들도 이런 설계를 하고, 구청에서도 허가를 해줬나요? 주민들이 볼 때는 황당할 것 같은데요.]

결국 이번에도 '더 싸게' 그리고 '더 빨리'라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일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사후대책 역시 허술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곳 아파트 주민 40여 명의 불안한 내집 살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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