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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가 쓸고 간 명절 연휴…웃고 우는 현장 속으로

입력 2015-02-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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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설 연휴 동안, 역시 춘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많이 찾아왔습니다. 12만 6천여 명이라고 합니다. 이 요우커들 때문에 누군가는 활짝 웃고, 어디서는 눈쌀을 찌푸리게 된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새해 인사가 한글보다는 중국어로 더 크게 쓰여 있는 현수막, 그리고 그 아래 명동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워낙 명동은 관광명소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유독 중국인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춘절을 맞아 대거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매년 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명과 암을 지금부터 밀착취재해 보겠습니다.

중국 춘절 연휴는 지난 18일부터 일주일입니다.

이 기간에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들이 12만 6천여명에 달합니다.

명동과 남산, 경복궁과 이대 앞 등 서울 도심 어디에서나 요우커들이 북적입니다.

특히, 요우커들은 쇼핑 원정대라 불릴 만큼 씀씀이가 큽니다.

이 때문에 면세점과 백화점 등 국내 유통업계는 한 해 중 이때가 더할나위 없는 대목입니다.

한 면세점의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입니다.

지금도 한 중국 여성이 제품 몇 개를 구입하고 있는데, 이 사람뿐 아니라 제 뒤로 보면 이렇게 한 20명 넘는 인원들이 화장품 제품을 사기 위해서 빙 줄을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바로 이런 중국인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이 매장은 모든 직원이 중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한 뒤에 배치해놨다고 합니다.

여기도 중국 여권, 저기도 중국 여권. 계산대마다 중국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 안에선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립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다른 면세점도 분주합니다.

방금 지나갔던 모델이 손목에 차고 있던 제품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시계제품이라고 합니다.

바로 춘절을 맞아서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서 이 면세점이 마련한 행사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여기 앉아있는 관람객들 중에 95% 이상은 모두 중국인들이라고 합니다.

[설정희/워커힐 면세점 매니저 : 국산 화장품을 비롯해서 국산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늘고 있거든요. 어떤 분은 한 트렁크를 아예 가방째 넣어서, 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유통업계는 이렇게 웃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솜이/서울 노원구 : 한국인들은 소소하게 한 개, 두 개 이렇게 사는데 중국인들은 100만 원, 200만 원 사니까. 한국 사람들은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해주고…]

아무리 요우커들 손이 크다지만, 한국 손님은 너무 뒷전이라는 겁니다.

무분별한 흡연이나 쓰레기 투기도 골칫거리입니다.

[김OO/중국인 관광객 가이드 : '흡연금지'라고 한문으로 써 놓았어도 아무 데서나 흡연을 한다든지, 심지어 극장 안에서 담배를 중국 손님도 본 적이 있어요.]

실제로 명동 금연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요우커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이화여대 앞.

학교 이름인 '이화'가 돈을 번다는 뜻의 중국어 '리파'와 발음이 비슷해 중국인들에게 인기입니다.

하지만 여기 학생들은 괴로워합니다.

[김미린/이화여대 재학생 : 저희 사물함도, 그분들이 쇼핑하고 나면 큰 쇼핑백들이 많잖아요. 그걸 저희 돈 넣고 쓰는 사물함에다 보관하는 분들도 계시고. 어떤 남자 분은 웃통을 벗고 누워 계시는 분들도 있어서…]

심지어 여대생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해 무단 게시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박혜림/이화여대 재학생 : 얼굴만이 나니라, 몸쪽을 많이 찍어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학생을 많이 찍어서 그걸 블로그에 올리는 거죠.]

급기야 이 대학 측은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렇게 건물 곳곳에 관광객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까지 붙여놨습니다.

경복궁에선 왜곡된 한국 역사만 알고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흥년/경복궁관리소 과장 : 건천궁을 소개하면서 거기서 돌아가신 분이 명성황후가 아니라 신사임당으로 소개시켜 준다든가.]

무자격 가이드들이 늘면서 일어난 부작용인데, 때마침 현장에서 적발됩니다.

[불법 무자격 가이드 : 바빠서 그런 거지. 이거 하나 마지막이고 안 하려고 해요. 힘들어서. 난 이해가 안 가는 게 대한민국 요리사가 다 요리사 자격증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피해 끼치는 것도 없는데 굳이 이렇게 강제적으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창출한 생산유발효과는 18조 원이 넘습니다.

경제적으로 분명히 반가운 손님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문화적으로도 반가운 손님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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