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은행 HSBC가, 전세계 부유층 고객들의 비밀자금을 맡아주면서 탈세까지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인 계좌도 20개 포함됐는데 230억 가량이 들어있었습니다.
박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HSBC의 PB 사업부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관리한 고객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이 은행의 전 직원인 에르베 팔치아니가 거액 계좌 10만 6000여 개에 대한 정보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제공한 겁니다.
르몽드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와 함께 분석에 착수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HSBC PB 사업부가 관리한 금액은 총 1180억 달러, 우리 돈 128조 5800억 원 규모입니다.
전세계 200여 개국의 법인과 개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 중엔 한국 국적 계좌도 포함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20개 계좌에 약 232억 원이 들어 있었고, 이중 1개에 절반 가까운 114억 4000여만 원이 예치됐습니다.
실명이 공개된 예금주 중엔 F1 챔피언인 페르난도 알론소를 비롯해 필 콜린스, 데이빗 보위 등 유명 팝스타와 카르테스 파라과이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등이 망라됐습니다.
이들 모두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HSBC의 PB서비스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차명 거래도 가능해 자금 세탁과 탈세의 우려가 높습니다.
각국의 조세 당국은 이번 자료를 입수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ICIJ의 한국 내 제휴사인 뉴스타파가 한국 계좌에 대한 기록을 분석 중인 가운데, 국세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