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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MB 회고록과 '파이프'…"이것은 회고록이 아니다"

입력 2015-01-29 21:37 수정 2015-02-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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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파이프"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을 보고 계십니다.

파이프를 그린 것이 확실한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의 내용이 미리 공개됐습니다.

8백 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회고록은 퇴임 두 달 뒤부터 준비에 들어갔다고 하지요.

결국 대통령 퇴임 23개월 만에.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회고록은 대중 앞에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4대강, 자원외교, 청계천, 심지어 국보1호 숭례문 재건까지 초스피드로 밀어붙인 불도저 대통령. 그 때문에 부실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회고록까지 초스피드로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 실제 파이프가 아니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회고록이지만 회고록이 아니다'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회고록 를 출간했을 때 <뉴욕타임즈>는 서평란에 이런 평을 내놨습니다.

"독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자신을 어여삐 봐줄 먼 훗날 역사 기록자를 위해 주절대는 한 남자의 소리일 뿐이다"

회고록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대부분 써왔습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 또한 10명중 6명이 회고록을 출간했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변명과 자기미화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수상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은 1948년부터 장장 6년에 걸쳐 쓰여졌습니다. 본인의 기억뿐 아니라 각종 문서와 사서를 접목시켜 서술한 이 회고록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 중에 고전처럼 읽히는 회고록이 있었던가. 진정한 회고록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철저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역사에 사료적 가치를 양심적으로 부여하는 회고록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지금 나온 그의 회고록은 자기 방어를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4대강과 자원외교…전임 정부의 이른바 '치적'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국회 자원외교 특위가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책이 나왔다면 그것은 온전한 회고록이라 말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말입니다.

진솔한 회고록을 낼 수 없는, 어쩌면 내서도 안 되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 즉 허상에 속지 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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