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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노점상 막는 '쓰레기 작전'…주민 불편

입력 2015-01-2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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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주기적으로 노점상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차량이나 행인 통행에 문제가 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생계수단을 잃게 되는 노점상들은 또 절박한 입장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충돌이 빚어지곤 합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많이 봐온 풍경인데, 지금부터 알려드리는 풍경은 조금 특이합니다. 경남 김해시가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동원한 방법인데요.

강신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상남도 김해시 번화가입니다.

이 앞에 포대가 있습니다. 보도블럭이 있고 돌덩어리들이 있고 진흙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밀어도 꿈쩍하지 않는데요. 이런 포대가 앞에 보시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여기는 보행로인데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1톤가량 되는 이 포대를 이곳에 투하한 곳은 바로 김해시청입니다.

노점상들이 보행로에서 장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지만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박소라/부산 금곡동 : 어떻게 시청에서 시민들의 편의를 생각해야 되는데 이렇게 불편하게 해놨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최순조/김해 진영읍 : 여기 차 같은 거 지나가면서 행인이 다칠 확률도 많고 좀 미관상 좋지도 않아요]

뒤에 병원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환자나 장애인의 통행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휠체어를 가지고 지나가고 있는데, 상당히 버겁습니다. 여기는 아예 통과되지 않습니다.

시청이 막으려는 노점상인들은 새벽4시에서 오전11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때문에 상인들은 장사 시간에만 불편을 겪게 되지만 주민들과 시민들은 24시간 폐기물 보따리를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대에는 흙과 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료수 캔 종이컵 담배꽁초가 마구 버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포대가 무려 200개나 있습니다.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마저 주고 있는데요.

[이희명/김해 부원동 : 말도 못하지. 이게 길도 아니고 그렇잖아요. 위험해도 찻길로 다녀요.]

보셨던 것처럼 시민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불편을 담보로 포대행정을 펼쳐야 하는 건지 시청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전억병 주무관/김해시청 안전건설교통국 : 시민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상인들) 자진철수를 유도하려면 일단은 영업에 방해되는 물건을 갖다놓자…]

그렇다면 포대가 노점상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새벽시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봤습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상인들이 보시는 것처럼 장사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길 보실까요. 포대가 있는데요. 포대 사이사이에 이런 판매대를 설치했고요…

[성남숙/노점상인 : 우리도 농사지은 거 판로가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보따리 할매들 80 90들 할매들 봄 되면 3월달 되면 쑥 뜯어오고 팔아봐야 돈 만원치도 못해요]

[한실근/노점상인 : 우리가 인도에 하는 건 불법은 불법입니다. 그건 인정하지만 생계가 딸리는 거 아닙니까.]

오전 7시가 되니 거리 시장이 빽빽하게 형성됐습니다.

노점상인들은 이곳, 옛 버스 터미널 부지에서 장사를 하다 이곳이 주상복합건물 건설을 위해 팔리면서 보시는 것과 같이 거리로 나와 장사를 하게 된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을 상대로 새벽시장 살리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고요.

포대마다 단속반이 무서워요, 생존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이곳은 김해시장의 땅이 아닙니다 라는 글귀로 절박함을 알리고 있고요. 현수막을 통해서는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청의 포대 행정에 더욱 거세게 저항하면서 이를 보란 듯이 무력화시키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상인들 중에는 오히려 포대를 활용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포대 위에 상품을 진열해놨고요, 높이에 맞춰서 다른 상품들도 놓아뒀습니다. 그리고 포대와 포대 사이에 가판대를 설치해서 상품을 팔고 있고요

이런 삽을 이용해서 포대 안에 있는 흙을 파내서 자유자재로 이동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시청에서는 이 포대를 2층으로 쌓을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시청은 인근 전통시장에 새로 터를 마련했지만, 노점상인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영옥/노점상인 : 올라가니까, 전에 하던 사람들이 다 자리를 잡고 있고 우리는 가봐야 앉을 데도 없어]

문제의 노점상 거리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김해 전통시장이 나옵니다.

이곳에 새벽시장 상인 가운데 4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장사를 4개월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00여 명은 입지 조건 등이 안 좋다는 이유 등으로 합류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유공간이 곳곳에 보입니다. 이곳으로 옮겨온 노점상들은 법을 지켰더니 손해만 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박동재/이주 노점상인 : 형성이 안 되다 보니까 생물, 야채, 조개 전부 다 갖다 놓고 있다가 한 이틀 되면 그냥 버리는 실정 아닙니까…천만원 이상씩 지금 손해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도 분분합니다.

[김해 시민 : 참 좋거든요. 싸게 팔고, 아침에 장이라서 좋은데. 자꾸 없어진다 하니까 우리는 아쉽죠.]

[김해 시민 : 먹고 살기도 힘들지만, 시민들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나…]

김해시청은 불법 노점상을 막고 시민 안전을 위해서 이런 포대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점상은 계속되고 있고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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