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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세월호 이후의 세상…사라진 '부끄러움'

입력 2015-01-26 21:46 수정 2015-01-2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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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2부를 시작합니다.

"부끄러움" 오늘(26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새해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사건들.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안산 인질극이 있었고,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이웃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불을 질러 살해한 양양 방화범이 잡혔습니다.

어지러운 사건들을 마주하다…며칠 전 읽었던 칼럼을 다시 한 번 꺼내봤습니다.

글을 쓴 사람은 <중앙일보> 권석천 사회부장입니다.

중앙일보 칼럼이어서 고른 게 아닙니다.

저의 판단이기는 합니다만, 근래 들어 읽은 칼럼 중 가장 공감이 가서입니다.

이를테면 오늘 앵커브리핑은 권석천 부장과 저와의 합작품 정도라고나 할까요?

사회부장으로서 그가 접하는 사건에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나를 흥분시켰다" 안산 인질범의 말입니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 폭행 어린이집 교사의 말이지요.
그리고 빚 때문에 이웃을 죽인 양양 방화범은 "그 사람이 장애가 있는 내 아들에게 욕을 했다" 이렇게 말했답니다

하나같이 뭔가 '억울하다' 항변했다는 것인데. 요즘처럼 범인들이 뒤틀린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내놓은 적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칼럼의 진단은 '부끄러움'이 사라진 사회여서라는 것입니다.

항공기 회항사건으로 구속된 항공사의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실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자기소개서는 내가 아닌 나'를 거리낌 없이 적어낼 줄 알아야 이기는 게임이다…결국 자녀의 성공을 원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능력이 아니냐…

칼럼은 권력의 중심부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낯 뜨거운 권력투쟁이 벌어졌는데도, 그리하여 검찰 수사의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공적자산이 소모되고 말았는데도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청와대까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야 먹이사슬 위쪽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이 이미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마침내 칼럼은 눈앞의 이런 일들이 지난해 세월호 문제를 넘어서지 못한 업보라고 말합니다.

국가의 무능과 자본의 탐욕을 자각하고 반성하고 개혁할 기회를 놓쳐버렸고, 바닷속에 갇혔던 아이들을 사고 희생자라는 틀에 가뒀고, 세월호를 사회 갈등의 먹잇감으로 던져버렸다는 것이지요.

부끄러움의 자정능력을 상실한 세상을 보면서 세월호가 다시 겹쳐집니다.

우리사회 민낯을 드러냈던 세월호는… 어른들 다툼에 휘말려 어느새 '부끄러워야 할' 문제가 아닌, 사회갈등의 한 축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주말 세월호 인양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세월호가 다시 바다위로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대면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우를…우리는 또 한 번 범하게 될까요?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전해드립니다.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서정시를 쓸 수 있느냐는 철학자의 물음은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살아남은 자들은 하루하루 비관론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세월호를 다시 대면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언저리를 맴돌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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