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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한라산 허리 깎는 중국 자본…난개발로 몸살

입력 2015-01-13 22:05 수정 2015-01-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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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2일)는 롯데월드에 대한 얘기를 자세하게 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제주도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없었다면…하는 생각들을 많이들 하시더군요. 세계 자연유산입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돼있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될 만큼 풍광이 뛰어난 곳이지요. 하루 이틀로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다 접하기 힘들 정도로 둘러볼 곳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저기 산을 깎고 파헤치고 곳곳이 공사장입니다. 중국 사람들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제주도 곳곳에서 개발붐이 일고 있기 때문인데요.

섬 전체가 공사장이 돼버린 제주도의 현실태를 먼저 정제윤 기자가 보도해드립니다.

[기자]

구름 사이로 눈 덮인 한라산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드넓은 초원엔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경관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 곳곳에선 공사가 한창입니다.

특히 개발로 시름을 앓고 있는 곳은 제주 해변에서 한라산 사이로 해발 200~600m 내의 중산간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사는 서식지이면서 지하수가 형성되는 중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중산간 지역에 현재 공사 또는 운영 중이거나 계획 중인 면적은 10만m² 이상으로 대규모 사업장만 무려 19곳에 달합니다.

취재진은 개발로 인해 자연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리조트 현장들을 둘러봤습니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입니다.

땅이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고, 도로 위엔 공사 물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시설 주위엔 공사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습니다.

시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숙박 용도로 보이는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간판엔 모두 중국어로 쓰여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가 여의도 절반이 넘는 규모의 땅을 사들여 의료시설을 갖춘 대형 리조트를 짓고 있는 겁니다.

제 옆으로 울창한 숲이 보이시죠. 그런데 바로 길만 건너면 건물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대형 헬스케어타운이 들어오면서 원래 있던 숲이 사라진 겁니다.

이미 들어선 시설 외에 추가로 건물을 더 짓기 위해 숲을 밀어버린 자리엔 건축자재가 널려 있습니다.

야생노루들은 공사장 근처를 배회하다가 인근 숲을 찾아갑니다.

해발 450m에 위치한 또 다른 관광단지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고급스러운 벽돌 건물이 눈에 띕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 보니 유럽풍의 숙박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전문가는 이 리조트가 편법적으로 규모를 늘렸다고 지적합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 주로 골프장 이용시설이었는데 아무래도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숙박(업소 조성) 관련되고, (콘도) 분양 관련된 호재가 터지니까 수백 세대 규모로 몸집을 키운 거죠. 예를 들어 100부터 심의를 받아야 하면 99까지 하고 (편법적으로) 건물을 짓기 시작하는 거예요.]

규모가 커지다 보니 산 밑에 마을 하나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덴힐 리조트를 내려오는 길엔 또 다른 관광단지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부착돼 있습니다.

이미 일부 운영 중인 리조트 바로 옆에 새로운 관광단지가 또 들어서는 겁니다.

중산간 지역에 건립을 추진 중인 상가리 관광단지는 어떤 곳일까.

개발이 예정돼 있다는 부지를 찾아 산으로 10여분 간 올라가봤습니다.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은 해발 500m 지점으로 멸종위기 동식물이 집단서식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목장이기도 한데요.

이곳엔 한류문화를 소재로 한 대형 숙박시설과 휴양 문화시설 건립이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재심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김정도/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 애기뿔소똥구리가 집단서식을 하고 있어요. 환경부 지정 2급 멸종위기 동물이고…]

문제는 중산간 지역 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의 빼어난 경관을 느낄 수 있는 성산일출봉 부근의 송악산 일대 18만 평방미터도 중국 부동산 기업이 사들였습니다.

역시 리조트를 짓겠다는 계획입니다.

송악산 일대는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동굴진지 등 제주의 수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제주의 신화와 역사 등을 담은 문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던 제주신화역사공원.

이곳은 제주도 최대 곶자왈, 즉 원시림 지역이었지만 문화단지를 짓는다며 숲을 다 밀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대형 카지노가 들어가는 관광단지로 계획을 변경해버렸습니다.

[개발업체 관계자 : 논란 있을 것 없습니다. 이제 인허가도 떨어졌고…]

리조트가 개발되면 자연 훼손은 물론 역사 유적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지는 겁니다.

섬 전체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제주도.

개발이라는 이름에 밀려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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