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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8분 걸렸는데 5분 기록…조작된 119 골든타임

입력 2015-01-08 21:56 수정 2015-01-0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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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골든타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이 듣게 된 말이죠. 여기저기서 많이 쓰입니다. 사건사고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데요. 구조 당국이 골든타임 도착률을 높이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겁니다. 지난해 서울 소방재난본부의 경우 응급출동 골든타임 도착률은 무려 80%가 넘었습니다. 대단한 실적이지요. 그런데 이 수치가 JTBC 취재 결과 상당 부분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 이게 구조대원들을 탓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살펴보면 이건 결코 구조대원, 이 애쓰시는 구조대원들을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라는 것, 이 내용을 지금부터 전해드리죠.

'조작된 골든 타임' 탐사플러스 이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119구급 출동 5분 도착률은 80퍼센트가 넘습니다.

평균 도착 시간은 4분 22초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골든타임을 지키고 있습니다.

2등인 대전보다는 1분 넘게 빠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출동이 신속하지 않다는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는 뭘까. 취재진은 직접 구급 출동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평일 오후, 서울의 한 119안전센터에 호흡곤란 환자 신고가 들어옵니다.

지령을 받은 구급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차고를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큰길로 나서도 속도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추월을 해도 곧 차량들 안에 갇히고 맙니다.

신호마다 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도 양보는 하지 않습니다.

결국 골목에 도착한 구급차, 시간은 8분여가 걸렸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구급차의 출동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보고서에는 골든타임인 5분 안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거짓 보고입니다.

퇴근 시간 무렵 또 다른 119안전센터.

인근에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도로는 이미 차량으로 가득 차 진입도 쉽지 않습니다.

중앙선을 넘으며 달려보지만 곳곳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큰길에 나와서도 신호에 막혀 시간이 지체되고, 가까스로 중앙선 옆 오토바이가 쓰러진 사고 현장에 도착합니다.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퇴근길 정체 탓에 6분 40초가 걸려 역시 골든타임을 초과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역시 정확히 골든타임인 5분 만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긴급 상황에서 5분 내 응급처치가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골든타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심정지 환자의 경우 3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소생률이 75%지만 5분 지나면 25% 이하로 떨어집니다.

생명이 달린 기록이지만 상습적으로 허위 보고가 이뤄지는 겁니다.

취재진은 해당 소방서를 찾아가 봤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조작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었다며 당황합니다.

[서울00소방서 관계자 : 이거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는데, 지금 그렇다고 한다면 확인이 필요하지 않나.]

일선 대원들은 이 같은 조작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119대원 : 민원인은 시간을 재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느낌으로 알고 있는 것뿐이죠. 그런데 저희는 출동시간부터 도착시각까지 모든 걸 데이터로 갖고 있잖아요.]

특히, 상습적으로 교통정체가 일어나는 지역에서 자주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19대원 : 차가 도저히 안 비켜주는데 어거지로 밀고 갈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리고 교통체증이 아주 심한 데는 어쩔 수 없이 못 가는 상황인데도…]

구급·소방 차량에는 MDT 즉, 무선출동지령단말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버튼 조작으로 출동 시간, 도착 시간 등을 기록하는 장치인데 현장 도착 전 미리 누르거나, 도착 여부와 상관없이 5분이 되면 누르는 겁니다.

[119대원 : 예전에도 많이 문제로 대두됐지만 멀리서 연기만 보여도 현장 도착한 걸로 보고한다든지, 그런 문제점들이 있고요.]

서울소방재난본부를 찾아가 봤습니다.

담당자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부인합니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 : (현장 도착 전에 조작할 수 있어요?) MDT는 조작이 안 됩니다. 정확하고 적정하게 연결이 돼 있다면 다 (위치가) 찍힙니다.]

하지만 영상을 보여준 뒤 재차 묻자 가능하다고 슬며시 말을 바꿉니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 : (누를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건 조작이지만 (사후에) GPS를 보면 다 알 수가 있어요. 다 찍히기 때문에.]

또, 조작을 적발하는 것 역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습니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 : 하루에도 수천 건을 보고 이걸 다 잡아서 이건 맞다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하지만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사실 암묵적으로 이 같은 일이 횡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JTBC가 입수한 한 내부 문서에는 거짓 보고를 해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니 허위 조작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나와 있습니다.

일선 119대원들은 무리한 지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통 정체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라고 해도 늦을 경우 압박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119대원 : 당연히 뭐라고 하죠. 왜 늦게 왔느냐. 평가에서 제외는 됐는데 암묵적으로 계속 5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 거죠.]

일부 대원들은 실제 몇몇 소방서의 경우 5분 내 도착률이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구급출동과 관련된 골든타임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골든타임 내 도착을 권장했지만 강요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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